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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특별한 결혼
  • [후원실천수기 | 201105 | 신현주님] 아주 특별한 결혼
집 한 칸 마련할 돈도, 멋진 결혼식을 치룰 만한 경제적 여유도 없던 우리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주위에 반짝거리는 보석과 멋진 자동차 등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사랑’ 없이 공허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비록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작은 것이라도 다른 이들과 나누려는 그 사람의 넉넉한 마음을 알았기에 나는 주저 없이 그와의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흔히 가장 신경을 쓰는 ‘결혼식’보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삶 그 자체를 준비하기로 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생각한 것을 실천하기로 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장만하고 화려한 예식을 위해 돈을 쓰는 것 대신 결혼 비용을 조금 아껴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했다. 왜냐하면 한 겨울에 결혼을 하게 된 우리는 특히 겨울은 어려운 이웃들이 살아가기에 더 혹독한 계절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 둘 모두에게는 어린 시절 꽁꽁 얼어버린 방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삼남매가 꼭 끌어안고 부모님을 기다렸던 공통된 기억이 남아 있었기에 그런 이웃들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본격적인 결혼 준비가 시작되었다. 먼저 살림살이 중에서 쓸 만한 것들은 모두 필요한 분께 드리기로 했다.
마침 답십리에서 혼자 사시는 할머님께서 세탁기가 없어서 추운 겨울 손빨래하기가 걱정이라는 이야기
를 듣고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 황토 전기장판은 허리가 아파 늘 누워 계시는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께 전해 드렸다. 문득 빙빙빙~ 세탁통 돌아가는 소리를 내면서 그 세탁기는 오늘도 잘 돌아가고 있을지, 뜨끈한 방에 등을 대고 누워 있는 게소원이라던 할아버지가 무척 궁금하다. 또 예물은 소박한 결혼반지 단 하나만 맞추고, 웨딩촬영 대신 하루 휴가를 내어 후원을 하던 곳에 봉사활동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추운 날씨에 볼이 빨개진 서로의 얼굴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지금까지 아껴두었던 결혼 비용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하였다. 혹시라도 마음이 바뀔까봐 통장에서 돈을 찾은 바로 그 날 보내 드렸다. 그리고 얼마 후 집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후원해주신 성금으로 암투병중인 어떤 분의 치료비가 부족하여 어려움이 있어서 도왔으며 가장을 잃고 슬퍼하는 어린 가족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면서 성금 하였습니다.’
우리 둘은 받은 편지를 소리 내어 몇 번이고 읽었다. 어린 가족들과 환자들을 떠올렸다. 벅찬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주 미미하게나마 우리가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었다고 생각하니 우리의 마음을 받아 준 그들이 오히려 고마웠다. 어쩌면 우리는 그들을 위해 후원을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우리의‘기쁨’을 위해 마음을 건넨 것이다. 이런 나눔의 기쁨이 민들레 홀씨처럼 세상에 퍼져 그것이 곧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나는 우리만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 우리도 행복한 세상이 좋다. 훗날 나의 아이들에게도 그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 추운 날씨였지만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따뜻했던 결혼식을 마치고 부부가 된 우리는 손을 잡으며 마음속으로 다짐 했다. 우리가 오늘 받은 축복을 평생 다른 이웃들과 나누며 살아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