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센터

  • 당신이 그렇게 잘났어!
  • [후원실천수기 | 201205 | 조화자님] 당신이 그렇게 잘났어!
“아줌마! 아줌마가 그렇게 잘났어요?! 오지랖도 넓지 우리 마을을 장애인 마을을 만들려고 그러나 왜 남의 일에 참견을 해요?!” 이웃집 채씨 아주머니의 핀잔에 머쓱해진 나는 겨우 “우리가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지요.”했다. 작년 가을 지체장애 1급인 박재하(가명)씨가 전동휠체어를 탄 채 나를 찾아왔었다. 시설에 수용되어있으니 갑갑하다면서 자립하며 홀로 살아보려 하는데 방 한 칸만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마침 우리 집 가까운 거리에 오래된 한옥 기와집 사랑채가 비어있는 곳이 있어서 그곳을 소개해줬다. 한옥에는 93세이신 할머니 홀로 계시는데 다리가 아파서 거동이 불편하셨기에 누군가와 함께 살면 좋을 듯싶기도 하였었다. 재하씨가 나를 찾아온 것은 내가 오랜 시간 지역 독거노인과 결손가정 아동들에게 도시락 배달과 반찬배달을 하고 있었고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종종 일하는 모습을 그가 보아왔기에 찾아왔노라 했다. 또 우리 집에도 지체, 지적 중복 2급인 경자와, 지적 2급인 주아(가명)가 함께 살고 있기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불편함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7km거리를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와서 자립을 하겠노라 말하는 그의 모습엔 소망이 보였
고, 나름의 자립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운전면허도 있어서 운전도 할 수 있었고, 오토바이도 탈 수 있으며 작은 텃밭을 일구겠노라 말하는 그의 입술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손은 마디가 끊어져서 오른손은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있었고, 왼손은 두 마디씩 잘려나가 없었고, 약지는 지금도 파상풍을 앓고 있었다. 그런 열악한 환경인데도 그는 자기에게 소개된 작은 사랑채를 정성껏 청소하며 쓸고 닦아냈다. 껌 딱지처럼 붙어있는 작은 부엌에는 페인트칠도 했다. 눈처럼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내며 하얗게 웃던 모습은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40년을 장애 속에 살면서도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은 그의 온전한 모습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청소를 마치고 재활용품시장을 방문하여 필요한 집기와 가구들을 구입하여 가지고 오는 길에 이웃 아주머니들을 만난 것 이었다.
나는 속으로 “옛 부터 동냥은 주지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는데 라는 말을 삼키며 ”“예...죄송합니다. 저는 몸이 멀쩡한데 마음의 장애가 심해서요. 그러나 박재하씨는 몸은 장애가 있지만 마음은 정상이어서 우리의 이웃이 되면 좋을 거예요” 라고 말했다. 어느 사이 내 곁에 왔는지 나눔 자원 고물상을 하시는 박원구(가명)아저씨께서는 재하씨를 위해 세탁기와 가스레인지를 새것으로 사가지고 오셨다.
“암요! 예... 그래서 저도 부족하지만 작은 도움이나마 드리러 왔습니다.” 하신다. 그 후 재하씨는 주인집 어르신을 잘 공경하고 있으며 누구에게든지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일하며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우리 이웃 아주머니들도 김치도 가져다가 주고 재하씨를 사랑하며 아끼는 모습이 눈에 뜨인다. 오지랖이 넓어 잘난 것이 아니라 편견의 벽을 허물고보니 재하씨와 우리 이웃 아주머니들이 잘난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속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