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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 통장 하나씩 만들어 사랑을 후원하세요
  • [후원실천수기 | 201207 | 허환님] 사랑 통장 하나씩 만들어 사랑을 후원하세요
내가 초등학교 때 누나가 캄보디아와 스리랑카로 봉사를 갔었다. 그때 난 누나를 배웅하러 공항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나도 가고 싶어. 나도 갈 거야.’라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그때는 누나가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간다는 사실만 부러웠다. 열흘정도 봉사를 하고 돌아온 누나의 얼굴은 검게 그을렸고 살도 조금 빠져 있었다. 하지만 눈만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5년동안 우리가족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5년 전 잠깐의 경험이 누나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중요한 시기의 특별한 경험은 넘어져서 울고 있던 누나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툴툴 털고 달려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누나는 봉사를 가기 전 지독한 사춘기를 겪고 있었다. 무슨 말만 하면 바로 가시가 돋친 대답이 나와 가족들도 쉽게 말을 붙이기 힘들 정도였다. 아빠와 엄마는 봉사를 가서도 그런 까칠한 성격이 나올까봐 무척 걱정을 하시면서 보내셨다고 한다. 그런데 봉사를 다녀온 10일이 누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누나는 봉사하면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눈물까지 글썽였고 자세히 그곳 사정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 그날로 바로 국제구호개발NGO를 통해 후원자가 되었다. 내가 집안에 막내였는데 메자(가명)이라는 동생이 하나 생긴 것이다. 우리가족은 가족사진 옆에 메자의 사진을 놓았다. 누나가 메자에게 편지도 보내고, 선물도 보내는 모습이 너무도 부러워 나도 누나처럼 후원자가 되었으면 했다.
엄마는 엄마가 돈을 내줄테니 너도 누나처럼 한명을 후원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누나는 자신의 용돈을 아껴서 메자를 돕는데 나는 엄마가 주는 돈으로 돕는 다는 것이 어린 마음에도 내키지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모아왔던 통장을 후원통장으로 만들고 그 돈으로 한 아이를 후원하기로 했다. 그렇게 에티오피아의 리야(가명)라는 예쁜 여동생이 생겼다. 메자와 리야는 후원을 받기 전에는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끼니를 걱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메자는 누나의 후원을 받으며 학교도 다니게 되었고, 펀지에 알파벳을 써서 보내며 글씨 자랑도 하고 있다. 리야는 메자보다 사정이 더 좋지 않아 내가 후원해 주는 돈으로 가족이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고 한다. 리야도 학교에 가고 싶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고 했다. 리야는 메자보다 두 살이 많은데 동그라미밖에 그리지 못한다. 리야를 보면서 내가 어른이 되면 리야처럼 공부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아이나 굶어서 죽는 아이는 없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나에게 이런 말을 하니 남을 도우려면 내 자신부터 힘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내가 아는 것도 많고, 능력도 출중하면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누나도 봉사를 갔을 때 한의사 한분이 계셨는데 그곳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 능력을 키워서 저분처럼 많은 사람에게 베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맞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에티오피아의 리야에게 2만원을 후원하는 것이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성공하게 된다면 훨씬 많은 아이들에게 행복을 전해줄 수 있다.
나는 경제에 관심이 많아 워런 버핏처럼 경제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리고 워런 버핏처럼 재산 모두를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위해 내놓을 것이다. 얼마 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란 책을 읽었는데 이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일은 먹는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최우선 과제는 먹을 것을 섭취하는 일이다. 먹을 것이 없으면 어떤 생물도 살 수가 없다.
지금 기아로 허덕이는 인구가 8억 2800만 명이라고 한다. 영양실조로 매년 평균 700만 명이 실명하고 있다고 한다. 비타민 A만 복용시켜도 이런 실명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난 워런 버핏처럼 현명하게 돈을 벌어서 먹을 것이 없어 굶는 아이들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도록 내 전 재산 모두를 내놓을 것이다. 얼마 전 온 리야의 편지에서 리야는 자신도 커서 후원자처럼 자신도 다른 아이들을 후원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학교에 가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보답하겠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편지를 읽는 내내 마음에 무언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리야와 메자가 클 때까지 나와 누나는 열심히 후원할 것이다. 그리고 리야와 메자가 커서 더 이상의 도움이 필요 없다면 다른 아이를 후원할 것이다. 누나는 용돈 5만원에서 2만원씩 꼬박꼬박 후원했다. 나도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 용돈을 5만원 받게 되었다. 나도 누나처럼 5만원 용돈에서 2만원씩 후원하려고 한다.
누나는 문방구 앞에서 욕심 조금 줄이고, 떡볶이집 앞에서 침 한번 꿀꺽 삼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나도 누나처럼 욕심 조금 줄여 리야에게 선물도 자주 보내고, 이번 여름쯤에는 염소도 한 마리 사줄 것이다. 리야가 염소를 받고 기뻐할 모습만 상상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후원은 후원을 받는 사람보다 후원을 하는 사람이 더 행복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자그마한 파문이 큰 파문을 만들듯 누나가 다녀온 해외봉사는 누나를 바꾸었고,
누나는 나를 바꾸었다. 나도 누나처럼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 사랑의 통장을 하나씩 만들어 주고 그곳에 사랑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도록 사랑통장을 하나씩 심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통장에 사랑이 쌓이는 것이 은행통장에 돈이 쌓이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