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봉사, 후원. 언제나 머릿속에 맴돌던 말이었지만, 한아이의 아빠로 소박한 시민으로 살고 있던 나에게는 잠시의 틈도 나지 않는 일이었다. 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하며 동아리 활동으로 장애인들과 함께한 합창활동이 너무 좋아 기회는 내가 만들자고 하여, 사회복지대학원을 다시 전공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동이 아빠의 손을 잡고 내 합창연습실을 찾아왔다.
눈 맞추기도 안 되고, 불러도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우리 아들은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데 어디에서도 우리 아들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아빠의 간절함이 내 마음에 전해졌다.
첫 번째 시간, 두 번째 시간, 세 번째 시간, 피아노에 관심도 두지 않고 혼자 연습실을 맴돌며 혼자만의 세상에서 놀고 있던 어느 날 피아노 치는 내 옆으로 와 손을 유심히 바라보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피아노 반주에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고, 피아노 건반을 한손가락으로 치기 시작했다.
변화는 아주 조금씩 눈에 보이지 않게 나타나 노래에도 자신감이 생겨 멋진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어느 날 ‘초록동요제’에 출전할 만큼 좋아져 할머니와 아빠와 함께 연습을 시작했다. 아동은 혼자일 때보다 더 자신감이 보였고 혼자일 때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노래를 하는 것 이였다.
초록동요제가 열린 날 ‘윌리암스증후군’을 가진 아동은 많은 사람과 시끄러운 소음 속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 시간 가까이 소리를 지르고 울기 시작해 도저히 무대에 서지 못할 것 같았지만 아빠의 격려와 할머니의 사랑으로 가족이 함께 마지막 무대에 섰고 아동은 객석에 앉아 장애에 대한 의문에 찬 시선을 던지고 있던 관객들의 시선을 감동으로 덮어버렸다.
이날 이 순간은 지쳐있던 나에게 나눔을 계속 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변성기로 목소리를 내지 않아 몇 달을 고생하고, 한손가락으로 선율만 치다 이제는 왼손으로 반주도 하며 혼자 연주할 수 있는 곡이 4곡이고, 멋진 목소리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15곡이나 되며 5분도 집중을 못하더니 이젠 40분 이상 피아노에 앉아 수업을 할 수 있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내가 가진 재능은 음악이니 음악을 나누고 싶어 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과 함께 합창교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작년에는 ‘경상북도장애인예술제’에서 무대에서 공연도 하고 장애아동들과 함께 노래와 율동을 하며 한 시간의 봉사로 몸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지만, 내가 나누어 주는 것 보다 내가 가져가는 것이 더 많아진 나눔.
가끔은 지치고 힘들지만 작은 변화는 큰 힘이 되어 돌아온다. 부족함에서 나누기 시작했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더 많아진 나눔. 나눔은 결코 많아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준 3년이었다.
내가 가진 음악 재능 나눔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