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면 꼭 취업자에게서 문자가 옵니다. 어떨 땐 제 기분에 맞춰 연락을 하는 취업자들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일이 힘들어 지쳐갈 때쯤 받게 되는 문자는 제가 장애인분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직업재활사가 된 초기의 마음을 떠올리게 하고, 힘차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 중 이명석(가명)씨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명석씨는 2005년에 고등학교를 졸업 한 후 2007년부터 2011년 6월까지 복지관 보호작업장에서 훈련을
하였습니다. 보호된 환경에서 장애인분들과 함께 단순작업을 수행하는 일을 주로 하였으며, 지적장애에 조울증세까지 있어서 외부취업을 선뜻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2011년 6월 이명석씨는 취업을 하고 싶다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취업을 하려면 본인의 의지와 욕구, 구직자의 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명석씨의 손 기술 및 작업수준을 보았을 때 생산직으로의 취업은 어려운 정도로서 외식업체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명석씨의 어머니는 직종에 상관없이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고, 이명석씨는 외식업체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마침 불고기브라더스 명동점에서 구인을 하여 이명석씨와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주지가 인천이어서 문제가 될 수도 있었지만 본인이 명동까지 출퇴근이 가능하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이셨고, 3주간 지원고용
현장훈련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위태위태한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처음 해본 일에 더운 날씨, 밀려오는 접시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르다가 산더미같이 쌓인 접시들을 보고 울상을 짓기도 여러 날. 접시를 닦는 방법을 익히고 사람들에게 크게 인사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하지만 작업속도는 쉽게 빨라지지 않았습니다. 3주가 끝나고 채용 결정이 있던 날입니다. 그동안 지각 한번, 결근 한번 없이 일을 열심히 해왔던 명석씨를 아는 저는 명석씨가 채용되기를 본인보다 더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탈락이었습니다. 일의 순서와 방법을 익혔지만 업체가 너무 바빠서 더 빠른 속도로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한사람이 할 일을 둘이 하게 되면 회사는 손해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했으며, 우리는 업체의 결정을 존중해야했습니다.
어렵게 어머니께 채용이 되지 않았음을 말씀드리고 난 후, 명석씨가 일할 만한 업체를 다시 찾기 시작했습니다. 본관에서 개발한 업체뿐만이 아니라 타 복지관에 외식업체에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한 달이 지날즈음 양천장애인복지관에서 관리하는 빕스 마포점에서 구인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명석씨는 면접을 보았고, 다시 3주 동안 훈련을 하였습니다. 명동보다 가까운 거리와 설거지 업무를 혼자 도맡아하는 것이 아니어서 속도가 느려도 되는
업무라 좀 더 유리하였습니다. 처음보다는 더 능숙하게, 더 열심히 일한 명석씨는 3주 후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취업을 하고 나서 한번은 명석씨가 접시를 던졌다고 업체에서 전화가 온 적이 있었습니다. 놀라서 찾아가보니 명석씨가 접시가 너무 밀려서 화가나 접시를 던진 것이었습니다. 점주님과 직원 분들이 모두 명석씨에게 놀란 상태여서 일단 직원 분들을 안심시키고 명석씨가 화가 난 이유를 직접 말씀드리도록 했습니다. 점주님은 접시가 많아도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일이 많으면 당연히 화가 날 수 있다며 명석씨를 위로했습니다. 그 후에 명석씨는 더 밝은 얼굴로 즐겁게 일을 하고 접시를 던지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근무가 쉬는 날 복지관에 명석씨가 월급통장을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자신의 통장 거래내역을 보여주며 처음보다 근무시간이 길어져서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했습니다.
“선생님 저 핸드폰 스마트폰으로 바꿨어요. 제가 버는 돈으로요”라고 말하며 본인을 자랑스러워합니다.
한번은 명석씨에게 힘들면 선생님에게 연락하라고 문자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선생님한테 힘들다는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전화로 힘들다는 말씀을 드리면 선생님 속마음은 어떻겠어요.”라며 제법 의젓한 답 문자를 보냅니다.
취업한 지 1년이 아직 안됐지만 명석씨는 본인의 스케줄을 직접 확인하여 출퇴근하고, 보건증이 1년 만기되자 직접 보건소에 방문하여 보건증을 만드는 등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취업이라는 건 돈이라는 물직적인 것보다 더 큰 정신적 성숙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명석씨를 보면서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이 즐겁다고 말하며, 취직해서 너무너무 행복하다는 명석씨. 이런 명석씨의 열정적인 노력이 더 많은 장애인분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으며, 항상 열심히 일하는 당신이 참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