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마음으로 사업을 진행하던 중,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신뢰의 소중함을 생각해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사례를 경험하게 되어 모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복지관에 근무를 하다보면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만나고 헤어지게 됩니다. 봉사자들이 본인의 바쁜 일정으로 다음 활동을 기약하지 못할 때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심 더 활동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생각들로 '봉사자와 아동이 좀 더 친밀하게 오랜 기간 관계를 맺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지난겨울. 송년행사를 고민하던 저희 복지관은 지역에 있는 자원봉사자와 함께 연계하여 복지관을 이용하고 있는 대상자 가정에 직접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는 ‘찾아가는 산타’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의 한 기업체 봉사 단원들과 함께. 복지관을 이용하고 있는 아동의 가정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방문 전 아동에게 보다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산타복장을 하고 케이크와 선물을, 그리고 춤과 노래, 등의 이벤트를 함께 준비하였습니다. 방문 전 어머니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깜짝 이벤트를 위한 은밀한 공조를 시작했었죠. 우리는 집 앞에서 이벤트 준비를 완료한 후 초인종을 누르고, 어머니께서 아동이 문을 열 수 있도록 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동이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드디어 작전 개시!
“띵동~띵동~”
“누구세요~”하고 나오는 아동에게 산타할아버지 복장을 한 봉사자를 앞세운 우리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쳤죠.
깜짝 놀라는 아동을 앞에 두고 이어지는 율동과 노래. 떨리는 목소리와 어설픈 몸동작이었지만 모두 열심히 해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케이크와 선물전달식. 아동은 급작스런 산타할아버지의 방문에 너무도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산타할아버지에게서 눈을 떼지를 못하는 표정에서 아이의 순수한 동심을 볼 수 있었죠.
그렇게 한바탕 깜작 이벤트가 끝나고 부모님의 초대로 집에 들어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당연히 아직도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하는 아동이었죠.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받고 싶은 선물과 장래희망 등을 물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산타할아버지한테 받고 싶은 선물을 받으려면 부모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도 빼먹지 않으셨죠.^^ 이렇게 짧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나눈 후, 아동과 산타할아버지는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며칠 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저에게 뜻밖의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산타복장을 했던 자원봉사자입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로 다양한 기업에서 봉사활동을 합니다. 그렇지만 특성상 기업봉사단의 활동은 대부분 단회기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자원봉사자로 부터의 문자가 왔을 때 전 깜짝 놀랐었죠. 무슨 일인지 물어보는 저의 답장에
연말이라 직접 전달해주지는 못하지만, 산타할아버지께 받고 싶은 선물을 이야기하던 아이의 진심어린 눈이 떠올라서 이렇게라도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이런 자원봉사자 선생님의 말씀에 단순히 만남의 길이만을 고민하고 일회성만남에 아쉬워만 하며 더 많은 것들을 고민하지 못했던 저를 반성하였습니다.
중요한건 기간이 아니라 상대의 진심을 신뢰하고 본인의 진심을 표현하는 관계의 길이였던 거죠.
문자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산타봉사활동을 해주고 계시던 다른 봉사자분과 함께 가정에 방문하였습니다. 지난번에 산타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이야기해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시는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말이죠.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을 사진을 찍어 자원봉사자 선생님에게 사진을 보내드렸습니다.
얼마 전 아동에게 곰 인형은 잘 지내냐고 물어보니 아직도 잘 때 끌어안고 잔다는군요. 어쩌면 순간으로 끝났을 만남이었지만,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하나의 마음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이런 따뜻한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 사회가 더욱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