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주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장애인요양시설인 소화누리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소화누리에는 동화책「길 아저씨 손 아저씨」의 주인공들이 살고 계신다. 바로 지적장애 3급의 국○남 삼촌과 지체장애 1급의 김○식 삼촌이다.
동화책「길 아저씨 손 아저씨」는 눈이 먼 손 아저씨와 다리가 불편한 길 아저씨가 서로의 눈이 되고, 다리가 되어 더불어 살아간다는 이야기인데 우리 시설에서 살고 계신 국○남 삼촌과 김○식 삼촌은 동화책의 이야기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김○식 삼촌은 뇌성마비로 인해 팔, 다리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몸을 돌아눕지도 못하는 분이다. 유일하게 오른쪽 손가락만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국○남 삼촌은 지적장애 3급으로 1967년부터 소화누리에 생활하고 계신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기에 잔반을 리어카에 실어 나르며 발로 걸어 다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맡아 하셨단다.
삼손 같은 힘은 어디에서 솟아나는지 무거운 짐을 드는 일은 모두 자신이 도맡아 하려하신다. 국○남 삼촌은 “남을 도울 때 가장 신나고 행복해” 라며 엄지손가락을 높이 올리고 활짝 웃으며 황급히 발걸음을 돌린다.
20년 전에 미인가 시설이라 직원도 없이 봉사자들에 의해서만 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당시 뇌성마비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김○식 삼촌이 시설에 들어오게 되셨는데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분이라 시설에서도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지능은 낮지만 인정 많고 남을 돕는 일을 보람으로 생각하며 살던 국○남 삼촌이 흔쾌히 허락하셔서 한 방에서 살게 되셨단다.
단순하게 도움이 필요해서 시작한 동거가 지금은 한명이라도 없어서는 안 될 삶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되었다.
이런 두 분이 유일하게 헤어져 계시는 때가 있다. 일 년에 두 번 명절 때이다. 국○남 삼촌이 고향집에 가게 되면 김○식 삼촌은 갑자기 손과 발이 없어져 버린다. 직원들이 도와 드리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불편한 게 많으신가보다. ‘안드레(국○남)는 내가 말 안 해도 다 아는데... 안드레 빨리 오라고 해. 다른 사람은 불편해.
우리 안드레가 가장 좋아.’라며 투정을 부리신다.
국○남 삼촌도 그런 김○식 삼촌이 눈에 밟혀 형제들의 만류에도 하룻밤 만에 돌아오기 일쑤이다. ‘나만 집에 가니 집에도 못 가고 누워있을 항식이 생각에 나도 마음이 안 편해. 소화누리가 가장 편해. 우리 둘은 같이 있어야해.’ 하신다.
국○남 삼촌은 김○식 삼촌의 자세를 변경 해줘야 해서 잠을 푹 자본적이 없으시단다. 항상 선잠을 자며 시간대별로 자세를 변경하지만 싫은 내색을 한번 하지 않는 국○남 삼촌이다. 몇 십 년을 같이 살면서 싸움 한번하지 않고 늘 웃으며 행복하게 지내시는지 두 분은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 실과 바늘이다.
국○남 삼촌과 김○식 삼촌이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함께하는 외출이다. 혼자서 방밖으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김○식 삼촌도 국○남 삼촌과 함께라면 못가는 곳이 없다.
차를 몰고 다니다보면 가끔씩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당연히 차를 타고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거리를 두 분은 휠체어에 타고, 또 휠체어를 밀고 광주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신다.
어느 날은 시장에서, 어느 날은 식당에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두 분을 만나게 된다.
어제도 외출하는 삼촌들께 ‘오늘은 어디 가세요?’하자 ‘응, 카세트가 고장 나서 반도상가에 가~’ 하신다. 너무 멀다고 걱정하는 나에게 삼촌들은 ‘문제도 없어. 걸어가면 금방이여~’하고는 어깨까지 으쓱하며 껄껄 웃으신다.
또 매일 밤 산책을 즐기고 봉사자와 함께하는 나들이를 통해 두 분만의 여가생활을 즐긴다.
서로 부족한 점을 보듬어 주고 밝게 웃으며 살아가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면 함께 하는 삶이란, 행복이란 저런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 때가 있다.
이제 두 분이 연세가 들면서 국○남 삼촌이 김○식 삼촌을 안을 때 힘들어하셔서 안타깝기도 하다. 앞으로도 두 분이 지금처럼 건강하게 여행도 즐기면서 즐겁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오늘도 국○남 삼촌과 김○식 삼촌은 저녁을 드시고 두 분만의 자가용인 휠체어를 끌고 광주천으로 나가신다. 휠체어에 앉은 김○식 삼촌과 휠체어를 미는 국○남 삼촌의 얼굴에 미소가 한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