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 걸리면 약도 없는데 괜히 오래 가는 병. 후유증도 만만찮다. 심해지면 진짜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알아서 주의하자.]
요즘 중학교 2학년을 소위 중2병이라고 한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중2병을 아주 심하게 앓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학교에서는 일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경찰서도 여러 차례 드나들고, 친구들에게는 무서운 존재로 통하는 무리의 여학생들이었다.
만나기 전부터 그녀들에 대한 소문은 엄청났다. 그 친구들에게 맞은 학생이 어디 어디가 부러졌다, 그 동네 일진 중의 일진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등 너무나 많이 소문을 들어 청소년을 오랫동안 만나온 나도 첫 만남에 엄청난 긴장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들의 첫 인상]
소문대로구나 싶었다. 중학교 2학년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눈빛에서 엄청난 포스를 풍겼다. 긴장되는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더 강하게 보이려고 노력했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인연이 벌써 4년이 되었다.
내가 그녀들과 한 것은 일주일에 3번씩, 매일 2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었다. 무엇을? 그녀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하려고 했다.
“선생님, 떡볶이를 만들어 보아요~ 선생님 오늘은 주먹밥을 만들고 싶어요~” 학교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수업이지만, 학교에서는 그 아이들을 학교에 붙어 있게만 해줘도 좋다라고 이야기하실 정도였다.
[그녀들의 이야기]
유치하다고 비웃는 아이들과 감자 캐기, 물고기 잡기 하는 캠프도 데리고 가고, 나의 눈을 피해 알콜섭취를 노력하는 아이들을 밤새 눈 부릅뜨고 감시도 하며 1년을 보냈다.
그해 겨울, 아이들과 캠프를 가서 인성 프로그램으로 인생곡선 그리기를 했다. 모두 다 그런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지만 분위기를 잘 잡아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 나갈 때 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던 한 아이가 “우린 어떻게 다 똑같냐.” 라는 이야기를 했다. 모두 가족 내에서든, 주변에서든 폭력적인 경험을 보았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주변 친구들을 폭력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런 학습이 있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1년.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려고 노력하며 파란만장한 1년을 보냈다.
2년째, 조금 더 다양한 활동을 요구했다. 이제 주위에 눈을 돌려, 내가 하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찾아보고, 체험하는 등 이제 아이들을 어느 정도 정상적인 괘도에 올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2년째 되는 겨울 아이들에게 좀 더 큰 걸 요구하고 싶었다. 우리 아이들은 어려운 경제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많다. 본인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것이 봉사활동이다.
작년 한해 요리를 열심히 경험해 봤으니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만들어 드리는 것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어르신들이 좋아할만한, 먹기 쉬울만한 요리를 짜고, 언제 어떻게 준비할지 짜기 시작했다. 나는 길을 다니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도시락 반찬을 드려도 되는지 여쭙고 다녔다. 지역의 복지관을 통하면 쉬웠겠지만, 복지관에서 많은 혜택을 받아보신 분 보다는 정말 그런 혜택을 필요로 하는 분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해서 10집을 정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요리하기 시작했다. 부족하지만 나물, 고기반찬, 부침개 등의 다양한 메뉴와 양말 등도 준비했다.
그렇게 배달 시작.
그날은 그해 겨울 중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 추위에 떨며, 아기자기 싼 도시락을 들고 집을 찾아다녔다. 조별로 두세 집을 방문하고 도시락을 드리고 온 아이들이 하나같이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마음이 이상해요. 가슴이 울렁울렁 해요”
“할머니가 우리가 안보일 때까지 골목 끝까지 나와서 손을 흔들어 주셨어요.”
돌아와서 본인들이 본 상황과 감정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감동의 마음을 느꼈다.
다음에도 방문했을 때, 이번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집 앞에서 서성거리며, 아이들을 기다리셨다고 한다. 추울까봐 손을 꼭 잡아주시고, 아이들 먹으라고 음료수도 준비해주셨다고 하며, 오자마자 자랑하기에 바빴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 나쁜 아이들, 존재만으로도 주변을 긴장시키는 아이들로 취급받았다. 본인들이 한 일이 아닌데도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아이들은 용의선상에 올랐거나, 이미 그런 취급을 받은 아이들이었다. 그런 부분이 너무 억울하고, 그 사람들의 눈빛이 싫다고 했었다.
그런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되었고, 그 아이들을 위해서 따뜻한 음료를 준비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던 것이다. 난 그 감동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때의 할머니를 만났을 때의 심정이 마음속에 고이 두고 꺼내볼 수 있기를 바랐다. 아직 아이들의 마음속에 언제고 한번은 꺼내볼 추억으로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제 그녀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고등학교도 못 갈 줄 알았는데, 정말 다행히도 그녀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제는 시험공부도 하는 학생이 되었다.
이제는 예전처럼 친구를 때리거나 하지 않는다. 학교도 빠지지 않는다.
지금 그녀들은 빵 만들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빵을 직접 만들어서, 그걸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중2병을 호되게 겪으며, 조금 더 일찍 철이 들었다고 생각한다. 별의 별 경험을 다 한 아이들이지만 이젠 본인들의 인생을 조금 더 진지하게 살아가는 학생들이 되었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위해서라면 아르바이트도 빼고 오는 열혈 학생들이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