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센터

  • 생일축하 합니다. 육남매의 생일파티
  • [사회복지종사자수기 | 201601 | 채송아님] 생일축하 합니다. 육남매의 생일파티
“선생님, 애들 엄마가 새벽녘에 응급실로 실려 왔어요. 혈압이 겉잡을 수 없이 높아져 위험한 상황이라 하네요.” 수화기 너머로 육남매를 키우는 철이 아버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화 드린 이유는 오늘 우리 둘째 딸 생일인데… 엄마, 아빠 없이 동생들 돌보며 생일을 맞이할 딸과 아이들이 못내 마음이 쓰여서요. 혹시 시간 되시면 집에 한번만 들러주시겠어요?” 응급한 상황에서도 생일을 맞은 딸과 육남매가 마음에 쓰여 전화를 주셨다며 마음을 가다듬고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엄마랑 아빠는 아무 일 없다고 말씀해주시고요. 하루 정도 있다가 집에 가니 걱정 말라고, 사이좋게 지내고 있으라고 전해주세요. 우리 둘째딸 생일축하 한다고도 전해주세요. 아휴.. 제가 해야 하는 일인데 부탁드립니다.”
철이네 가족은 엄마, 아빠, 육남매로 반 지하에 살고 있습니다. 방은 두 칸입니다. 부모님 방 하나 육남매가 함께 쓰는 방 하나입니다. 육남매는 작은 방에 모여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챙기기도 하며 오순도순 지냅니다.
첫째 철이는 중학교에서 손꼽히는 모범적인 친구입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성적은 충분히 특목고를 갈 수 있는 월등한 성적입니다.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철이에게는 아픔이 있습니다. 항상 기운이 없는데 우울증이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 아빠가 지닌 우울증이 첫째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철이는 넓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배려와 양보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끼가 많은 둘째 여동생 영이가 철이 오빠를 도와 네 명의 동생들을 잘 돌봅니다. 그런 영이의 생일이 바로 오늘입니다. 엄마, 아빠가 병원에 있을 때 생일을 맞은 영이의 표정이 어두울 것을 걱정하시며 아버님이 연락을 주신 겁니다.
철이 아버님의 전화를 받고 바로 일어나 철이네로 향했습니다. 철이네로 향하는 길에 둘째 영이의 케잌을 사고자 동네 빵집에 들렀습니다. 철이네 가정사를 잘 알고 계시는 빵집 사장님께서 철이네 안부를 묻습니다. “철이네는 잘 지내고 있죠? 철이네 엄마 건강은 어떻데요?” 안부를 물어봐주시는 사장님께 철이네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셨고, 오늘이 둘째 영이의 생일이라는 것도 말씀드렸습니다. “어머! 어쩌면 좋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좋을 텐데, 영이 케잌이랑 애들 빵을 좀 싸줄게요. 선생님이 대신 축하 좀 해주세요.” 감사인사를 전하며 양손 무겁게 받아든 케잌이 마음을 달콤하게 물들였습니다.
“철이야~ 영이야~ 준이야~ 민이야~ 현이야~ 솔이야~ 선생님 왔다!” “선생님이다! 이야~ 케잌이다! 오늘 우리 언니 생일인데!” 별님 유치원에 다니는 솔이의 즐거운 목소리가 방안 가득히 쩌렁 쩌렁 울려 퍼졌습니다.
“영이언니 생일이라 빵집 사장님이 선물로 주셨어. 나중에 사장님 만나 뵈면 감사하다고 인사드리자.” 목소리를 더 높여 “네” 외치던 솔이와 언니 오빠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았습니다. “오늘은 엄마, 아빠가 안 계셔서 심심해요. 그래서 우리 친구 두 명이 놀러왔어요.” 현이가 외쳤습니다. 현이 친구들은 어제 새벽 병원에 입원한 엄마가 종종 챙겨주고 있던 아이들입니다. 친구들의 부모님이 어렵게 산다며 꼭 도와줘야 하는 아이들이라 밥도 챙겨주고, 책도 읽어준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육남매와 초등학교 현이 친구들까지 모이니 모두 여덟명입니다. 아이들과 생일파티를 하려고 빵을 펼치니 한 상 가득 되었습니다. “자~ 영이 언니 생일노래 불러주자!”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영희언니(누나)! 생일축하 합니다.” 여덟명이 노래를 부르며 축하해주니 생일을 맞은 영이의 표정은 싱글벙글 신이 납니다.
“잠깐! 케잌은 오빠가 나눠줄테니 모두 기다려.” 노래가 끝나기 전부터 모두가 케잌을 먹고 싶어 하는 표정을 철이가 읽었나 봅니다. “자! 막내 솔이부터 줄게! 솔이는 딸기를 좋아하니 딸기 하나 올려서 줄게! 다음은 생일 맞은 영이도 오렌지 좋아하니 오렌지 올라간 케잌 한 조각!” 이렇게 철이의 동생들과 이웃집 동생들도 차례대로 나눠주고 철이가 말합니다. “오빠는 학교에서 많이 먹고 와서 배가 불러. 오빠는 안 먹어도 되니까 다들 맛있게 먹어!” 아이들은 맛있게 케잌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철이는 한쪽 구석에 앉아 케잌을 맛있게 먹는 동생들을 바라봅니다. “철이야! 철이는 정말 안 먹어도 되는거야?” 동생들을 챙기는 철이가 참 의젓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안 먹어도 괜찮은 건지 궁금하여 물었습니다.
“선생님, 사실은요. 제가 먹게 되면 동생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요. 제가 한번 먹으면 많이 먹어서요. 그러면 동생들이 먹을 것이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괜찮아요. 오늘은 엄마, 아빠도 안계신데 제가 부모역할을 해야죠.” 합니다.
동생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참 예쁜 철이 입니다. 철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눈물이 핑~ 돕니다. “철이야! 고마워. 듬직하고 멋지게 커줘서 고마워. 그래도 우리 가서 동생들하고 함께 먹자!” 말하며 손을 잡았습니다. “오빠! 오빠도 어서 와서 이거 먹어봐! 진짜 맛있어!” 생일을 맞은 영이가 철이 오빠를 찾습니다. 육남매가 맞는 참 아름다운 생일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