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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나눔의 정
  • [자원봉사자활동수기 | 201604 ㅣ 황성혜님] 따뜻한 나눔의 정
따르릉 따르릉~~~ 전화선 너머에 친정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활에 바빠 자주 보지 못하는 딸을 보고 싶고 무엇이라도 챙겨주고 싶은 친정엄마의 마음은 잠시 뒤로 한채, 엄마는 “주말에 시간내서 와서 밥도 먹고 김장도 가져가라”고 하신다.
그 말에 난 올해도 어김없이 “엄마, 이번 김장 때 몇 포기만 더하면 안될까?” 매년 겨울 김장에 친정엄마는 오빠식구네와 우리집 김장, 시어머님 먼저 돌아가셔서 홀로 계신 시댁 시아버님의 김장까지 챙기시느라 늘 분주하게 배추와 각종 양념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시다. 며칠있으면 다가오는 주말에 겨울 김장김치 가져가라고 전화하시는 엄마의 전화선 넘어에는 출가한 딸, 아들 며느리들에게 맛있는 것들을 챙기고 먹이려는 친정엄마의 수고를 알고 있기에 조금은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늘 갖고 있어 조심스레 말을 꺼내본다. “왜~애들이 이제 크니 먹는 것도 많이 들어갈텐데 김치도 잘 먹나보네”라며 엄마는 물으셨다. “아니, 우리집 식구는 충분한데 근처 어렵게 사셔서 도움을 좀 드리고 싶은 할머니네가 있어 김장 맛 좀 맛보이려고 하는데...”
친정엄마 역시 나이 들어가심에 여기저기 아프신데 가득하여 온 몸이 종합병원을 안고 계시는 상황이라 엄마의 손맛이 베어든 김치 얻음이 미안함 반, 고마움 반으로 다가가는 나이지만 나의 나눔 생각에 친정엄마도 흔쾌히 뜻을 같이 해주셨다. 엄마덕분에 올 겨울 내내 먹을 우리집 김치에 김치통 하나가 더 얹어져 아주 기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엔 발걸음마저 가벼웠다.
사실 아이들과 함께 초등 때부터 자연스럽게 봉사의 의미를 알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자 사회복지관 소속 집에 어렵게 살고 계시는 기초생활수급 재가노인어르신과 결연을 맺어 가족봉사단 자원봉사활동을 몇 년 째 계속해오고 있었다.
아이들과 시간이 날 때마다 어르신 댁을 방문하여 청소도 해드리고 말벗도 하고 집에서 밑반찬을 만들 때 조금더 만들어 나눠먹기도 하고 간식도 챙겨드리며 봉사활동을 한 두 해 햇수를 지나다보니 이젠 6년이란 세월을 맞게 되어 이젠 가족 이상 ‘식구’라는 개념으로 내 부모님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늘 나를 딸같이, 우리집 아이들은 어르신 친손자인 마냥 늘 이뻐해주시고 어르신은 우리집 식구들이 잘되기를 늘 기도해주신다. 90세 나이를 바라보는 연로한 나이이시지만 자식은 찾는 이 없고, 함께 살고 있는 아들은 알콜중독과 우울증이 심해 정신 병원을 늘 오고가는 반복적인 생활의 연속으로 술로 인생을 허망하게 보내며 어르신의 마음을 늘 아프게 하고 있다.
얼마 되지 않는 기초생활 수급비마저도 알콜중독 아들의 술값이나 사고 처리비용으로 쓰여져 생활비라고는 이미 바닥이 늘 드러나는 생활의 연속이라 긴긴 겨울 난방과 먹거리 해결은 늘 어려움에 처하지만 어르신의 늘 밝은 모습과 인자한 미소는 세상 어려움을 조금은 잊게 한다. 겨울 김장 역시 지역주민센터나 복지관을 통해 모아진 김치 몇 포기가 기초수급자에게 전해지지만 겨울내내 먹을 거리 없는 어르신 가정에 김치는 늘 부족하다. 이런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매년 김장철에 조금 넉넉히 김장을 해서 새로 담근 김장김치와 김치찌개나 전을 부쳐 드실수도 있고 각종 김치요리를 해드실 수 있는 묵은 김장김치를 한 통 가득 갖다드리니 너무 고마워하신다. 어르신이 미안해 하실까봐 “김치담갔는데 맛좀보시라”고 가져왔다고 쓱 김치통을 냉장고에 넣고 나온다.
어르신은 이 고마움을 보답 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딸처럼 뭐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나 현실은 정말 정말 집에 챙겨줄 것이 없음에 어르신은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나오는 배급 나라미 쌀을 비닐에 밥공기로 서너번 퍼담아 비닐봉지 가득 묶고 또 주방 한 켠에 있는 라면 2개를 주시며 “울강아지(우리집 애들)들 배고플 때 끊여주라”고 손에 쥐어 주신다.
정말 최소한의 어르신의 성의마저 거절할 수 없음에 고맙게 “잘 먹겠습니다”라며 받아 집을 나섰다. 집에 돌아오는 길엔 뭐라 말할 수 없는 먹먹함에 눈에 눈물과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론 미소짓게 하였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평범한 쌀 한 봉지와 흔한 라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나눌 수 있는 최대한 따뜻한 정을 베푼 것이다. 어르신과 나눈 그동안의 세월과 정이 그 한톨 한톨의 쌀알이 말을 해주는 듯 따스한 온기로 느껴졌다. 세상에는 크고 멋진 기대되는 선물들이 가득하지만, 난 이렇게 따뜻한 정이 담긴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정이 듬뿍 담긴 선물을 받는 멋진 사람이라고 자랑하고 싶다. 요즘 세상이 너무 각박함을 느끼며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의 끈은 많이들 이어져 있으면서도 “함께”라는 행복의 끈은 같이 맺어가지 못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니 이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당당히 말할수 있다. “세상에는 아직도 진실한 따뜻한 나눔의 정”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고... 그 아름다움을 지키고 만들어 나갈 사람은 “우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