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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이기에 기쁨도 두배!
  • [사회복지종사자수기 | 201607 | 조윤선님] 함께이기에 기쁨도 두배!
저는 사례관리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사례관리는 복지 당사자를 개별화하여 상당 기간 함께하면서 여러 가지 자원 활용을 도와 욕구를 해결하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입니다. 사례관리에서 자원 활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자원 중에 먼저 당사자쪽 자원을 살피고 적극 활용하여 욕구와 문제를 해결하게 돕습니다. 그 다음 지역사회 자원, 공식적 자원으로서 당사자를 도우려 노력합니다. 공식적 자원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는 쉽게 낼 수 반면, 당사자의 역량을 약화시키고 자칫 복지서비스에만 의존하게 될 수 있어 가능한 이용을 지양합니다.
그러나 복지 당사자의 현실적인 욕구 해결을 위하여 공식적 자원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신청이 필요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복지 당사자를 위한 일인지 고민했습니다. 지원사업의 필요여부를 당사자와 논의하고 신청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아래 글은 사례관리 당사자와 함께 외부지원사업을 신청한 이야기입니다.
수현이네 가족은 사례관리 사업에 참여하는 가정입니다. 수현이 엄마를 향한 아빠의 폭력으로 쉼터와 외가집을 오갔던 상황이었고, 저와의 첫 만남 당시 이미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 이혼을 결심하셨습니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앞으로 있을 경제적인 부담에도 홀로서기를 시작하고자 했습니다. 이혼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몇 달 뒤, 합의 이혼이 완료되었고 수현이와 엄마 단 둘이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어머니는 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이혼절차에 대해 알아보셨고, 지원받을 수 있는 법률상담, 이혼 후 한부모가정을 위한 행정처리 등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셨습니다.
이혼과정 중 때때로 남편과의 갈등으로 속이 상하거나, 공공기관에서의 부당한 처우로 곤란한 상황을 겪을 때는 저와 통화하며 조언을 구하셨습니다. 어머니에게 공감하고 격려해드리는 등 사소한 도움이 전부였지만 항상 전화를 끊으실 때 “선생님과 통화하니까 그래도 마음이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어머니와 사례관리를 진행하던 중 어머니는 수현이와 단 둘이 할 수 있는 활동이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평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아이가 티비를 보며 '티비 속 주인공처럼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고 어머니는 아이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하셨습니다.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한 아들에게 여행을 선물해주고 싶었지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었습니다.
대안을 찾다가 봉사활동을 떠올렸고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신청했으나 어머니의 욕구에 맞는 활동이 없었습니다. 괜찮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실망하신 것 같아 어머니 마음을 다독여드렸습니다. 더욱이 어머니의 근로소득으로 인해 차상위지원과 한부모가정 혜택을 지원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불과 몇 만원 차이로 한부모가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어 너무 속상해하셨고 앞으로의 경제적인 부담에 대해서도 우려하셨습니다. 양육도 중요하지만 현재는 심적으로 많이 지친 어머니에게 힐링의 시간이 필요해보였습니다. 경제적인 지원은 어려워도 어머니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작에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가정에게 지원가능한 복지서비스 혹은 외부지원사업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이의 소원인 ‘여행’과 어머니가 원했던 ‘쉼과 회복의 시간’ 모두 부합할 수 있는 지원서비스를 알아보던 중 ○○재단에서 실시하는 「모자가정 위시박스 사업」을 발견했고 어머니와 신청여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어머니가 지친 마음을 다잡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외부지원사업 신청을 조심스럽게 제안했고 전반적인 사업 개요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외부지원사업의 특성상 신청서 제출 후 심사단계가 진행되기 때문에 선정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내했습니다. 이미 몇 차례 공적 서비스 탈락으로 실망했던 어머니이기에 혹시 이번 지원사업에 탈락되어 더욱 상심하시게 될까봐 염려되는 마음을 진솔하게 말씀드렸고 어머니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어머니는 잠시 고민하신 후 ‘그래도 한 번 신청해볼게요’라며 결정하셨습니다. 일정금액 내에서 개인의 소원, 자기발전, 진로 등을 위한 지원이 가능하므로 어떤 내용으로 신청하는 것이 좋을지 어머니와 논의하였고 결국 평소 원했던 여행을 위한 비용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지원신청서는 간단했습니다.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추천사유, 희망물품, 사연내용을 기입하도록 구성되어 있었고 사회복지기관 담당자가 신청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지원금 신청서를 제가 다 작성하면 시간은 단축되겠지만 이 가정에게 닥친 어려운 현실과 문제중심으로 기록하게 되어 수현이네가 불쌍하고 불행한 가정으로 비춰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신청서를 함께 작성해보는 것이 어떨지 여쭈었습니다. 어머니가 도와주시면 보다 진정성있는 내용이 될 것 같아 어머니께 신청동기를 간략히 써주시기를 부탁드렸고 어머니 역시 동의해주셨습니다.
저는 기본적인 가족사항과 추천사유를 작성하고 어머니가 문자로 보내주신 내용을 조금 다듬어 관련서류와 함께 접수했습니다. 전반적인 신청 과정을 어머니와 함께 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사회복지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었고 선정결과에 대한 부담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열흘 후, 가족여행비가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함께 준비했기에 기쁨도 두배였고 무엇보다 이 과정을 통해 어머니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더욱 뿌듯했습니다.
이후 수현이와 어머니는 기쁜 마음으로 여행 장소와 일정 등을 계획했고 2박 3일 바다여행을 다녀오셨습니다. 여행 중 재밌게 잘 보내고 있다며 사진도 몇 장 보내주셨습니다. 사진 속 환환 모습처럼 앞으로 수현이네 가정에 웃는 날만 가득하길 응원합니다.
[지원신청서에 담긴 엄마의 편지] 엄마아빠의 이기심에 상처가 많아 마음의 문을 닫고 말이 없는 아이의 처음 소원은 여행이었습니다. “엄마! 우리도 멀리 가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멋진 집 같은데서 자고 오면 안돼?”라고 하며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돈이 없었기에 당연하게 여행이라는 단어는 우리가족에게는 사치였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늘 채우지 못할 구멍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사회복지사님의 소원이 뭐냐는 말에 아이의 소원이 생각나 이렇게 적어봅니다. 아이와 저에게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행복한 기다림으로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아이와 저에게 행복함을 주신 단체와 사회복지사님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