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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살 처녀선생의 특별한 수영복
  • [사회복지종사자수기 | 201608 | 이미선님] 26살 처녀선생의 특별한 수영복
우리 꼴통들.. 벌써 수년전이 되어버린 이야기입니다. 26살의 사회초년기 시절 부산의 영도라는 섬마을의 성학대 그룹홈에 근무하였습니다. 그곳에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시커먼 남자아이들 5명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sos긴급출동이라는 그 당시 꽤 유명한 프로그램의 주인공, 학대받은 피해 아동들로 그 아이들의 나이만큼 아픔들이 속속히 배어있는 곳이었습니다. 나름의 유명인사들이라 1년 사이에 선생님이 견디지 못하시고 교체되었고 마지막에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교수님께서 몇 개월만 부탁하셔서 그곳에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의 법인 이사장님께서 그 녀석들에게 이번에 한번만 더 선생님 괴롭혀서 쫒아내면 이젠 그룹홈을 폐쇄한다는 엄포령이 내려졌다는 건 차후에 알게 되었지만^^ 아무런 정보없이 처음 만난 그 녀석들은 천사같은 얼굴에 아주 조폭아저씨와 같은 입담 서열화가 마치 정글을 보는듯한 모습으로 아주 강렬했습니다.
녀석들의 속사정을 모르고 처음 만났기에 손톱이 너무 긴 걸 보고 한 놈 한 놈 손톱을 깎아주었습니다. 19살 된 녀석까지 손톱을 깎여주자 너무도 순한 양처럼 발톱도 깎아달라고 조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자기들끼리 “합격!”이라고 외치는 의미를 둔한 저는 알아차리지를 못했습니다.
근무 첫날 그 녀석들의 개별파일을 보는 순간 저는 얼어붙어버렸고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던 찰나에 한 녀석이 선생님은 합격하였으니 자신에 대해 알려준다고 하면서 자신이 보도된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너무도 자신의 아픔을 공유하는 그 아이의 눈빛을 보고 그날 밤 어찌나 울었던지.. 더욱이 1년 사이 너무도 잦은 선생님의 교체로 인해 서류는 거의 전무하였고 기본적인 업무조차 리퍼를 받지 못한 상태라 밤새기 일쑤였습니다. 밤마다 사무실에서 숨죽여 우는 소리를 그 녀석들이 들었는지 아침만 되면 제가 사라졌는지 살피러 오는 아이들 통에 차마 그만 둔다는 생각조차 못하게 되었습니다. 참 사람은 환경에 익숙해지는 적응하는 동물이라서 그런지 점차 그 생활도 안정화 되어갔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치는 사내 녀석들을 감당하면서 저 역시도 억세어져서 촌 아줌마들처럼 아이들 미용비 아낀다고 직접 가위로 머리 자르고 제가 차마 함께 할 수 없는 목욕탕은 재대로 씻고 나오지 않아서 때수건으로 팔꿈치 발꿈치 밀고 아프다는 녀석들 성화에 등짝도 때려가며 그리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음식을 잘 못해서 초장이랑 참치랑 비벼서 주기도 하고 세탁물도 몽땅 세탁기 넣어 돌려서 아이들 교복이 물들기도 하고 실수 투성이었지만 그 녀석들은 잘 버텨주었습니다. 외제차 유리를 깨뜨려서 머리 조아리는 제 모습에 같이 눈물 바람도 하고 길에서 만난 멋진 아저씨에게 제 연락처를 주면서 중매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쌀을 사서 오다가 허리를 삐끗하여 아이들 등교 후에 잠시 짬을 내어 수영장을 끊어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매번 수영장에 다녀오고 난 뒤에 수영복을 마당에 걸어놓으면 사무실 방문 앞에 놓아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영복이 다 건조 되어서 넣어놓는 줄 알고 지나쳤는데 매번 물이 흐르는 수영복을 또 사무실 앞에 넣어두는 것 이었습니다. 차후에 제가 대학원 진학을 하게 되면서 그곳을 다른 유능한 선생님께 넘겨드렸는데 그 선생님께서 그 수영복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 주셨습니다.
빨랫줄에 걸린 수영복을 보고 그 녀석들이 혹여라도 여자 처녀 선생님인데 자신들이 겪었던 성과 관련된 좋지못 한 일을 당할까 싶어서 계속적으로 수영복을 다른 이가 보지 못하게 사무실에 넣어둔 것이었다고.. 자신들 나름의 선생님을 지키는 일이었다고...
모자란 나는 그것도 모르고 물이 흥건한 수영복이 사무실 방문에 있을 때마다 역정내면서 또 마당에 걸고 그 녀석들의 가슴 졸이는 마음을 어찌 그리 몰라주었는지.. 현아, 강아, 욱아, 혁아, 서야... 우리 꼴통들 너무도 치열하게 사랑해서 웬수라 여겼던 너희들로 인해 나의 26세는 너무도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