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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수리해야 해요. 제가 수리하면 다 튼튼해질거예요.”
  • [사회복지종사자수기 | 201611 | 권희영님] “저 수리해야 해요. 제가 수리하면 다 튼튼해질거예요.”
저는 아동가족 심리치료사입니다. 이 이야기는 보육원에서 놀이치료를 하며 만났던 마음이 아플땐 열이 나고 몸이 아팠던 10살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정수와 전 장난감이 가득한 방, 놀이치료실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정수야 오늘부터 너와 이 방에서 놀이도 하고 이야기도 할 선생님이야.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요일에 선생님이랑 만나게 될거야.” 라고 저는 첫인사를 건넵니다. 정수는 수줍고 기대하는 듯한 미소를 띠며 저를 바라보았어요. 큰 눈이 유난히 별처럼 반짝였죠. 정수는 수줍은 목소리로 “저 이전에 놀이치료 받은 적 있어요. 그런데 지금도 힘들어서 놀이치료를 받고 싶다고 제가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했어요.” 라고 합니다. “정수 너는 참 용기있는 친구네. 다른 친구들은 어려운 일이 있어도 꾹 참고 이야기하지 않는데, 너는 용기있게 너에게 필요한 것을 이야기했구나.” 라고 저는 정수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자 정수는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부산에서 왔어요. 초등학교 1학년때 여기로 왔어요. 저 배타고 제주도에 4박 5일동안 간 적도 있어요.” 라고 말이죠. 이번에는 제가 정수에게 묻습니다. “그럼 정수야 조금이라도 힘든 일이 있니?” 그러자 정수의 고개는 바닥을 바라보며 입술을 쑤욱 하고 내밀며 “저~ 있어요. 애들이 이유도 없이 저를 때려요. 배를 맞은적도 있어요. 너무 아팠어요. 저 작년까지 왕따였어요.” “너무 많이 힘들고 아팠겠다. 얼마나 많이 아팠니?” 라고 저는 이야기를 건넵니다. 그러자 정수는 “네 많이 아팠어요. 배를 너무 많이 맞아서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말했더니 이제 때리지 않아요.” 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제가 토해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저를 위해서 찾아오는 사람이 엄청엄청 많았어요.”라고 행복했던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정수 너를 아껴주는 사람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구나.” 라고 저는 이야기를 합니다. 정수는 ‘그럼요. 저를 아껴주는 사람이 있어요. 저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람이예요.’ 라고 이야기를 하듯 허리를 곧추세우며 미소를 환하게 짓습니다.
정수는 어느새엔가 놀이용 세탁기를 “후루룩~후루룩~후루룩~” 소리를 내며 돌려봅니다. 마치 “후루룩~후루룩~후루룩~” 돌아가는 세탁기처럼 그렇게 왕따도 아픔도 꿋꿋이 이겨낼거란 소리로 들립니다. 곧 정수는 놀이용 자동차를 수리하기 시작합니다. 놀이용 공구로 자동차의 나사를 돌리는 진지한 모습이 정말 엔지니어 같습니다. 저는 정수에게 “정수야 너는 정말 멋있게 고쳐 내는구나.” 라고 합니다.
그때 정수는 싱긋~ 하고 웃으며 저를 바라봅니다. ‘그럼요. 나 뭐든지 잘 할 수 있거든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정수의 웃음에서 무언가 반짝반짝이는 별빛이 보입니다. 그리고 어느날 정수는 이야기합니다. “선생님 저는요 이만큼 커서 어른이 되면 부모님을 찾을거예요. 아마 부모님 모두 다 선생님일거예요. 그런데 돈이 없어서 저랑 같이 못사는 걸거예요.” 라고 합니다. 저는 “너의 말이 맞을거야. 두 분 모두 멋진 선생님이실거야. 하지만 정수 말처럼 어떤 이유가 있어서, 너와 함께 살지 못하는 걸거야. 하지만 정수를 너무너무 많이 사랑하실거야. 지금 이 순간도” 라고 이야기하며 정수의 어깨를 가볍에 안아줍니다. 정수는 “맞아요. 우리 부모님은 정말 저를 사랑할거예요.”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수는 놀이 치료실 안에서 자신만의 창고를 만들어 놀이용 자동차와 놀이용 계산대, 놀이용 드럼을 하나씩 하나씩 공을 들여 땀까지 뻘뻘 흘리며 수리합니다. “저 수리해야 해요. 제가 수리하면 다 튼튼해질거예요. 아휴 힘들어!” 라고 합니다.
‘아마도 정수가 지금 수리하는건 부모님을 잃어버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고 위로의 반창고를 붙이는 거겠죠?’ 정수가 마음의 반창고를 스스로 붙이고 치료해나가도록 정수옆에 머물고 마음으로 안아줍니다. 정수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상처받은 꿈들을 놀이실에서 표현합니다. 아마도 갯벌속의 진주가 진흙을 털어내고 진주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겠죠. 보육원의 갯벌안에 진주같은 아이들을 만나며 저는 정수의 영롱이는 진주와 마주합니다. 정수와 함께하며 그 순간 저는 10살 아이가 되고 정수의 친구가 됩니다.
“정수야 정수야 뭐하니?” 정수는 무지개빛 비누방울을 2층 치료실 창문가에서 불면서 “하하하” 하고 웃으며 상처받은 마음을 비누방울에 실어 보냅니다. 그리고 다시 반짝이는 행복한 비누방울을 보육원 마당으로 날려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