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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와 함께하는 겨울의 행복한 동행
  • [사회복지종사자수기 | 201612 | 이삼식님] 어머니와 함께하는 겨울의 행복한 동행
때는 6년 전 가을 성프란치스꼬장애인복지관(서울구로구소재)에서 근무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에게는 소중한 어머님이 세분이나 계십니다. 한분은 저를 낳아주신 어머님, 또 한분은 저의 집사람의 어머니인 장모님, 또 한분은 복지관에서 연을 맺은 어머님입니다. 어머님과의 인연은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복지관에서 노인팀 사업의 팀장으로 재가복지 장례지원을 맡고 있던 저는 당시 골목골목의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복지 서비스(경제적지원-물품등)가 필요한지를 상담하고 돌아 다녔습니다. 어느날 사무실 전화로 우리 남편이 얼마남지 않을 것 같아 신청한다고 할머니 한분의 전화한통이 날아왔습니다.
그 한통을 계기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노부부가 사는 구로구 쪽방촌 골목, 군데군데 창호지를 바른 곳이 보였고 한꺼번에 사다놓은 활명수(소화제)등 집안에 가제도구가 잘 정돈된 것이 눈에 먼저 들어왔습니다. 몸을 누울 곳이라곤 딱 두사람이면 족한 그런 방에 들어 갔습니다.
누추하지만 들어오라는 할머니의 승낙에 조심히 들어갔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단 두분이 손을 꼭 붙잡고 있었으며 할아버지는 심한 기침을 몰아쉬시며 숨쉬는 것이 매우 힘들게 몸 가누기가 매우 어려우 보였습니다. 복지관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접수를 해야 해서 기본 신상을 받아 적었고 그 과정에 할아버지는 타인의 대한 경계심을 극도로 가졌었습니다.
할머니는 약간의 경계와 긴장을 놓은채 요목조목 서비스 지원을 받아보실려고 상세히 알려주셨습니다. 가정형편과 젊었을 때 뒤늦게 할머니를 어렵게 만나 서로간의 정을 붙이고 살려고 했는데 갑자기 건강상태가 안 좋아져서 구로병원을 다니며 암치료(폐질환) 약물치료에 의존하고 계셨었습니다. 일단 급한 것은 병원 이동지원과 위생패드 지원 및 병원 사회 사업실에 연계하여 병원비지원 등을 의뢰했고 필요로 하는 우선 서비스를 결정하여 서비스를 지원 하였고 몇 차례의 서비스 지원을 하던 차 2012년 11월 겨울 할머니의 갑작스런 전화 한통이 상황이 더 악화되었던 것을 감지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점점 더 야위워 가는 할아버지와 병수발을 하시는 할머니의 육적, 심적 고통으로 두 분은 너무나 힘든 사투에 지쳐가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위로의 말과 위안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저 묵묵히 지켜보는 것만으로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종교를 가진 저로서는 하늘에 계신 주님께 의지하여 기도하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힘든 고통의 사투 속에 죽음이 두렵다고 하신 할아버지의 말씀이 아직도 귓전에 맴돌았고 그렇게 그 순간이 지나가면서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안타깝게 보내드려야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복지관 장례지원 사업팀은 바빠졌고 복지관과 협약을 맺은 병원에 급히 연락하여 장례지도사와의 연락을 통해 최대 최소의 지원범위를 결정하게 되었고 할머니의 희망 뜻에 따라 수목장으로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벽제 장례식장을 가는길은 산자와 죽은이가 함께하는 이별 연습 같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일하시던 직장을 돌아 집을 거쳐 벽제로 가는 길에 할머니는 손수건으로 한움쿰 눈물을 훔치시며 어느새 눈물까지 모두 말라버렸습니다. 할아버지를 모시는 길에 할머니는 옛이야기를 저에게 하나둘씩 털어놓으셨습니다. 할아버지와 좋았던 기억, 어릴때의 소중한 추억들을 조금씩 조금씩 전해주고 계셨습니다.
함께 할아버지를 따라가고 싶어하는 할머니의 간절한 마음, 함께 데려가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마음이 지켜보는 저로서는 매우 안타깝고 힘들게 했습니다. 화장장으로 들어서고 이별을 하는 순간 할머니의 마음은 극도에 다다랐고 불이 잠깐 꺼졌다 켜지자 몇분 내에 할아버지는 한줌의 재로 그렇게 나왔습니다. 그 순간 저는 할아버지가 온마음 정성을 다해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유골을 들고 수목장에 다달아 할아버지가 아끼시는 물건들을 고히 접어 묻으셨고 할아버지를 위해 할머니와 기도를 했습니다. 그렇게 할아버지를 가슴과 나무밑에 묻고 할머니와 저는 집으로 할머니를 모셔다 드렸고 몇일이 지나 할아버지가 아끼시던 남은 유품을 지방에 가서 함께 소각해드렸습니다. 크리스마스전날 할머니가 할아버지 계신 곳을 함께 찾아가고 싶어해서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전날 할아버지를 뵈러 가기도 했었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춥다며 할아버지가 묻히신 곳에 영정사진을 모셔고 추울까봐 목도리를 둘러 주시고 크리스마스 츄리를 함께 걸어 드렸습니다. 하늘나라에서도 잘 계신지 아마 우리를 하늘 위에서 묵묵히 내려 보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때에는 함께 따라가고 싶어 하시는 할머니의 마음이 아주 역력히 드러났습니다.
눈이 발목까지 쌓여서 묻히셨지만 할아버지를 보고 오는 마음은 그날 따라 매우 홀가분했습니다. 무언가 소원하나를 이룬 것 같은 뿌듯함이랄까?........ 그렇게 할아버지를 모셔놓고 복지관에서는 할머니에게 수급자혜택을 받도록 서류를 챙겨드렸고 생필품 등을 주기적으로 지원하며 할머니가 잘 살아가실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움을 드렸습니다. 가끔씩 할머니와 외출하며 함께하는 날이면 너무나 좋으셔서 할머니가 입고 계신 옷 중 좀 괜찮은 옷을 입고 나와서 저와 둘만의 행복한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외부에서 볼 때에는 어머님과 함께하는 모자관계로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어느 순간 제가 어머니로 불리었고 저를 친 자식같이 챙겨 주셨습니다.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 한송이와 식사를 함께 하면서 적적한 어머니의 정을 느끼고 계십니다. 어머니가 세월이 흘러 갈수록 쇠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주는 안부를 많이 못 여쭙지만 외롭지 않고 적적하지 않도록 정을 쌓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할아버지가 아끼시는 애장품등을 정리하며 잘 간직해달라고 하시며 저에게 아끼던 유품을 잘 간직해달라고 할 때에는 거부할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받았습니다. 어머님을 만날때면 꼭! 할아버지와 함께 묻어달라고 신신 당부 약속을 하곤 하십니다 사시는 날까지 행복 삶을 잘 살게 해달라는 소박한 바람과 건강하게 사시길 순간순간 기도드립니다. 어버이날이 되면 세분의 어머니 중 특히 복지관에서 연을 맺어준 마지막 어머니에게 각별한 정을 느끼며 특별한 삶을 살아가게 연을 맺어준 복지관에 대한 감사함과 오늘도 열심히 복지의 일을 하면서 조금씩 희망의 등불을 밝히고자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