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취업이 되지 않아 방황하던 20대 후반, 지인으로부터 취업이 안 되는 동안 봉사활동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뭐? 내가 봉사? 봉사활동해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내 생활만으로도 정신없고 바쁜데 무슨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봉사활동 한 가지 정도는 이력서에 쓰기 좋은 한줄 정도는 될 것 같아 이곳저곳을 알아보던 중 카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발반사요법 모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반사요법 강의를 수강하면서 봉사활동도 정기적으로 할 수 있어서 용기내어 시작했습니다. 냄새나고 잘 신경 쓰지 못하는 발이 건강에 무슨 도움이 될까 반신반의했지만 공부를 하면서 발은 건강의 신호이자 축소판이란 사실을 배웠습니다.
강의로 발 건강에 대해 배우던 중 몸이 아프신 어르신들에게 정기적으로 하는 봉사활동도 참가하게 됩니다.
아픈 발을 씻기고 어루만지고 아픈곳을 치료하면서 사람들의 발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얼굴만큼이나 발은 제각기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힘든 일을 많이 하신 분들의 발은 굳은살도 많고 발 모양이 뭉개져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통해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게 되었고 봉사를 하면서 저도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취업 때문에 하던 걱정은 봉사를 하며 사라졌고 이 사회의 소중한 한사람, 꼭 필요한 일원이라는 생각에 감사와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리고 봉사란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해 한다는 말이 실감 되었습니다. 발 봉사가 끝난 후 좋아하시는 모습과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란 칭찬에 힘이 불끈 생겼습니다.
한번은 재단에서 큰 행사가 있어 저희 발봉사회도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인들도 발관리에 관심이 많으신지 체험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얼마나 뿌듯하던지 한 사람당 20분의 시간동안 발봉사를 받으신 분들이 좋아하시는걸 보고 크나큰 보람과 기쁨이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봉사를 하면서 어르신들의 건강에 관심이 생겼고, 현재는 3년째 요양병원에서 간호보조일을 하고 있습니다.
봉사가 취업까지 해결해 주었고 직업으로까지 연결되었습니다. 여전히 저의 발 봉사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자세로 열심히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의 삶은 가장 낮은 발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발봉사가 더 이상 이력서의 한 줄이 아니라 삶의 소중한 한 부분이자 희망입니다
또 한 가지 변화는 이제는 사람을 볼 때 얼굴이 먼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제가 어루만지고 치료하는 “ 발 ”을 가장 먼저 궁금합니다.
진정한 발봉사인으로 거듭나고 매일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배워야 할게 많음을 느낍니다.
처음 봉사할 때 가졌던 마음가짐을 늘 새기고 기억하며 오랫동안 발봉사로 가장 낮은 발을 섬기고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희망의 존재로 마지막까지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