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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해서 행복한 가족愛 발견
  • [사회복지종사자수기 | 201702ㅣ글 이은영님ㅣ그림 옥주희님] 함께해서 행복한 가족愛 발견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작년 9월 말 저는 복지관에서 한 부모 가족들의 가족관계 향상을 위한 ‘가족愛발견’ 프로그램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아이들 돌보느라, 생업에 뛰어들어 주말에도 일하시느라 하루하루 바쁘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한 부모 가족들을 마주하였습니다. 한 가정씩 상담하고 알아갈수록 어렵게 시간 내어 자리하는 주말프로그램인 만큼 ‘부모님과 자녀 모두 행복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가족愛발견에 참여하는 여섯 가정 중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두 남매가 함께 살아가는 가정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주말에도 근무를 하시기 때문에 두 남매는 삼촌 손을 잡고 복지관에 왔습니다. 윤길이네(가명) 삼촌은 장애판정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약간의 지적장애가 있었습니다. 집단 활동을 할 때 종종 맥락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였고, 다른 가족들과 어울리는데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카들을 살뜰히 챙기시고 지역행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적극적으로 데려가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은 ‘조카바보’ 그 자체였습니다.
또 다른 한 가정은 다문화가정이면서 한 부모 모자가정으로 어머니와 두 남매가 살고 있는 가정이었습니다. 남매의 아버지는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결혼을 하고, 재단사로 일했는데 어머니와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 후 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고 했습니다. 혜연이네(가명) 어머니는 아직 어린 막내와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첫째 딸을 보살피느라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습니다.
이 두 가정의 변화는 가족愛발견 참여를 통해 아주 조금씩 나타났습니다. 두 가정 모두 복지관을 통해 서로를 알기 전까지는 주변 이웃들과 교류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혹시나 아이들이 기죽을까봐, 상처받는 일이 생길까봐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꽁꽁 묶어서 묻어두기 급급했답니다.
“시골에서 형님과 같이 논두렁을 뛰어다니며 자랐습니다. 부족한 저를 챙겨주고 항상 데리고 다니는 형한테 고마웠습니다. 지금은 형과 조카들과 함께 지내면서 내가 조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항상 고민합니다. 가진 게 없어 비싼 음식을 사주거나 좋은 곳에 데려가진 못하지만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맛있는 반찬도 만들어 주고 싶은데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미안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결혼을 한 이후부터 친정식구들과 관계가 안 좋았어요. 부모님이 제게 갖고 계신 섭섭한 마음은 알고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쩔쩔 맬 때 누구 한 명 들여다봐주지 않더라고요. 저도 마음이 닫혀서 왕래도 하지 않고 살았어요. 제대로 이야기 한번 해본 적 없는 제 잘못이 더 큰데도 말이에요......”
가족愛발견 동작치료-마음나누기 시간에 털어놓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말들, 혼자서 끌어안고 있던 이야기들이 공유되었고 서로에게 위로받고 격려해주며 관계가 깊어지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저 사람도 아픔이 있었구나.’, ‘나도 아이 키우면서 비슷한 고민 했었는데.’ 부모님들 안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모임이 풍성해졌습니다.
아이들도 달라졌습니다. 2주에 한 번 가족愛발견 프로그램을 위해 복지관에 오는 길이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복지관까지 엄마랑 동생이랑 걸어서 왔어요. 중간에 달리기 시합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신나게 걸어왔어요!” 먼 길 걸어오느라 다리 아프지 않냐는 물음에 방긋 웃으며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하던 아이의 표정이 생생합니다.
윤길이네와 혜연이네는 같은 마을에 살다보니 학교에서도 만나고 동네 놀이터에서도 자주 본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서로의 집에 가서 그림도 같이 그리고, 간식도 먹으면서 더 친해졌습니다. “지난 번에는 놀이터에서 만나 애들은 같이 놀고 저희는 얘길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후두둑 비가 떨어지지 뭐예요. 출출하기도 하고 아이들 간식먹일 시간도 됐길래 비도 오는데 부침개 부쳐 먹자! 하고 저희 집에 가서 같이 김치부침개 만들어 먹었어요.”
손이 크고 무슨 요리든 뚝딱 만들어 내시는 혜연이네 어머니께서는 윤길이 남매를 잘 챙겨 주셨습니다. 반찬 만드는 걱정을 하셨던 삼촌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밑반찬도 챙겨주시고 간식도 종종 챙겨주시고, 무료 공연 같은 것이 있을 땐 꼭 윤길이네를 챙기셨습니다.
“삼촌, 이번 주에 구청에서 어린이극장이 열린대요. 얼른 지금 신청해서 같이 가요.” “그래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아, 혜연이네 엄마 다음 주에 일보러 갈 때 애들 맡길 데 없댔죠? 우리 집으로 보내요. 제가 있으니까요.” 윤길이네 삼촌도 혜연이 남매를 아끼고 보살펴 주십니다. 처음에는 가족愛발견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만 만났는데 지금은 자주 만나며 서로 힘이 되어주는 이웃사이가 되었습니다.
1년 동안 가족愛발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삼촌과 조카들, 엄마와 자녀들 관계가 가까워지고 좋아졌지만 좋은 이웃이 생겨서 더 좋다고 했습니다. 멀리 사는 가족보다 가까이에서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큰 힘이 될 때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올해는 자조모임으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모여서 식사도 함께하고 서로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나눕니다. 고민도 함께하고 기쁨도 함께합니다.
8월엔 아이들 여름방학을 맞아 물놀이를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윤길이네 삼촌은 돗자리랑 물을 챙겨오세요. 저는 아이들 간식이랑 과일 가져갈게요.” “혼자 들고 올수 있겠어요? 가는 길에 만나서 같이 가요. 제가 들고 갈게요.” 두 가정 뿐 만 아니라 여섯 가정이 어우러져서 약속을 정하고 역할분담도 하고 물놀이장 가기 전부터 시끌벅적 합니다.
사회복지사로써 일한 시간이 짧지는 않지만 ‘가족愛발견’ 프로그램을 담당할 때 두근두근 기대 반, 콩닥콩닥 걱정 반으로 시작했습니다. 집단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이 없어서 여러 가정들과 함께 잘 만나고, 잘 도울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습니다. 복지관과 사회복지사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서로가 만나고 어울리고 관계 맺어 나가면서 일어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홀로 자녀들을 키우고 일도 하고 힘이 드는 삶이지만 가족愛발견 참여자들은 이제 혼자가 아닙니다. 기쁠 때 함께 웃고 힘들 땐 손잡아주는 이웃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여서 행복한 가족愛발견 가족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파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