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근두근 멘토링’ 프로그램의 배움 지도사로 2015년 4월부터 2년간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관악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취약위기가족지원사업의 일환입니다.
저소득층 한 부모 가정의 아이와 매칭이 된 저는 이 인연을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인 제 멘티의 이름은 강민기(가명)입니다.
민기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이혼을 하셔서 어머니와 3살 위의 형과 함께 셋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와 처음 만났을 때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중학생이 되어 사춘기도 찾아왔습니다.
지금부터 저와 민기의 ‘두근두근 멘토링’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민기를 만난 건 2015년 4월 초였습니다. 당시 의무경찰로 군복무를 하고 있던 저는 일주일에 한번 짧은 외출을 활용해 민기네 집에 찾아가 멘토링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민기는 굉장히 소극적이고 조용한 아이였습니다.
저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제 눈을 쳐다보지 않고 바닥만 본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민기의 학업적인 측면을 평가해본 결과 학업 성취도가 매우 낮은 편이었습니다.
영어는 알파벳도 쓸 줄 몰랐고 수학은 아직 구구단도 제대로 암기가 안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지와 목표 의식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독서량이 굉장히 많았고 경찰이 되고 싶다는 분명한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민기는 가정환경으로 인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와 적절한 자극이 이루어지지 못해서 공부를 열심히 해보지 않았을 뿐이지 누군가 옆에서 조금만 도와준다면 얼마든지 잘 해낼 수 있는 아이였습니다.
저는 민기를 돕는 역할을 제가 해주어야겠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민기는 저를 잘 따라주고 좋아해주었습니다. 수업에 집중도 잘하고 내용도 곧 잘 이해했습니다. 수학 같은 경우 숙제보다 더 많은 문제를 풀어오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은 요즘 갑자기 수학이 재밌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며 저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구구단도 잘 모르고 수학 시험에서 0점을 받아오던 민기가 수학 시험에서 고득점을 맞아오는 일들도 생겼습니다.
특히 도형 단원을 재미있어 해서 도형 단원 수행평가 시험에서는 95점을 맞아오기도 합니다. 영어의 경우도 전에는 알파벳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영어 단어 역시 아무것도 몰랐습니다.하지만 지금은 저와 함께 초등 기초 영어책 한권을 이미 끝냈고
이제는 중학 영단어를 외우고 있습니다. 기초 영어 회화 표현들을 활용해 저와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저는 민기의 학습 지도 뿐만 아니라 정서 지도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이혼을 겪으면서 얻은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었고 아버지의 빈자리도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민기와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도 많이 나눠왔습니다. 그 결과 처음에는 저의 질문에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던 민기가 나날이 달라졌습니다.
요즘에는 민기와 제가 한번 대화를 시작하면 서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곤 합니다.
민기는 제게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에 관련된 이야기부터 시작해 요즘 좋아하는 여자 아이에 대해서까지도 자세하게 말해줍니다. 또 자신의 관심 분야나 취미 혹은 최근의 걱정거리에 대해서도 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민기가 평소 문화 체험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민기의 방학 등을 활용해 함께 문화 체험을 가기도 합니다.
민기와 처음으로 문화 활동을 하러 갔던 곳은 덕수궁입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국악 공연도 봤습니다. 또 바로 옆에 있는 서울광장과 서울도서관도 둘러보았습니다.
서울광장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를 해서 민기와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민기는 그 사진이 아주 마음에 드는지 목걸이형 카드 지갑에 잘 보이게 넣어 놓고 다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민기의 꿈은 멋진 경찰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의무 경찰로 군복무를 하던 당시에 저는 제가 민기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자주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경찰 박물관 관람이 민기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함께 관람을 다녀왔습니다.
민기는 경찰박물관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하며 본인의 꿈을 더욱 확고하게 그려 나갔습니다. 그때는 마침 경찰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관람 수기 공모전이 열린 때였습니다.
저는 민기와 함께 경찰박물관에 다녀온 기억을 되살려 관람 수기를 써서 공모전에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공모전에 제출된 150편의 작품 중 2등으로 선정되어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시상식장에 가서 경찰청장 상장과 함께 상금 30만원과 경찰청장 시계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민기와 민기 어머니께서도 시상식장에 축하를 해주러 꽃을 사들고 와주셨습니다. 저는 상금을 모두 민기 어머니께 전달해드렸고 민기에게 필요한 데에 써주시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래서 민기의 책도 많이 사주고 민기가 갖고 싶어 하던 멋진 신발도 하나 사줄 수 있었습니다. 또 경찰청장 시계는 경찰이 꿈인 민기를 위해 선물해 주었습니다. 민기는 학교에 시계를 차고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봉사활동을 하는 것에 크게 관심을 가져주시던 중대장님께서 전에 받으신 경찰청장 시계를 다시 선물해주셔서 저도 경찰청장 시계를 찰 수 있었습니다. 시상식장에 만난 다른 수상자 분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하시는 박물관
연구원이셔서 민기와 함께 국립고궁박물관에 찾아가 연구원 분께 1대1일로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 투어를 하고 함께 식사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민기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가기도 합니다.
민기가 영화를 보러 갈 기회가 거의 없고 연극은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모두 아주 즐거워했습니다.
작년 여름 방학에는 민기가 방학숙제로 박물관 견학을 다녀와야 한다고 해서 민기를 데리고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그랬더니 평소 방학숙제를 제대로 해 간 적이 없었던 민기가 필수 과제도 아니고 선택 과제였던 박물관 견학문을 열심히 써서 제출했습니다. 또한 저는 평소 민기에게 어떤 성공의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습니다.
성공의 경험을 많이 하면 민기가 도전에 대한 용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민기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얻은 성공의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항상 자신은 잘하는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민기에게‘꿈을 주는 과일 재단’에서 개최하는 글짓기 공모전에 도전해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저는 원고지 사용법을 지도해주었고 민기가 열심히 고민해서 글을 완성했습니다.
그 결과 민기는 우수상으로 선정되어 상장과 함께 여러 가지 상품들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처음인 민기는 어리둥절해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분명 자신도 무언가에 용기를 내서 도전하면 그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멘토링을 하며 매달 3만원씩 1년간 민기를 후원해왔습니다. 그리고 저번 달에 그 후원금을 민기 어머니께 전달해드렸습니다. 덕분에 민기의 중학교 입학 선물로 교복과 새 가방, 새 옷 등을 사줄 수 있었습니다.
제게 감사의 눈물을 보이시는 민기 어머니를 보며 저 또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리고 군대에서부터 월급을 아껴서 민기를 후원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들어 민기에게도 사춘기가 찾아 왔습니다.
전에는 어머니와 다정히 손을 잡고 길을 걷던 민기가 이제는 그런 행동들을 쑥스럽다며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키도 전보다 많이 컸고 좋아하는 여자 아이도 생겼습니다.
저는 민기에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자연스레 성교육도 해주고 싶어 민기와 함께 목욕탕에도 자주 가곤 합니다. 민기가 사춘기를 잘 보내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금 제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민기가 멘토링 혜택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2년이 지나 이제는 매주 민기 집에 멘토링을 가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자주 민기를 만나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등의 활동을 하고 연락도 자주 하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