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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힘 사랑! 치매를 이기다
  • [사회복지종사자수기 | 201702ㅣ글신희자님ㅣ그림장주연님] 세상에서 가장아름다운 힘 사랑! 치매를 이기다
어느 노부부가 계셨습니다. 어느날 부부는 제주도로 내려가 노년을 보내기로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에 이사를 오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노년의 삶을 함께 할 집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로 이사 오고 얼마 안 되어 부부에게는 일상을 뒤흔드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어느날 할머니께서 알콜성 치매로 요양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할머니께서는 점점 걷지 못하시는 상태로 변해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치매와 섬망 증상으로 인해 정신이 맑은 날보다는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경우가 늘고 감정도 조절이 어려워 때로는 날카로운 말로 상대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우울감을 느끼는 날도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상태가 치매 증상이 점점 진행되면서 할아버지께서는 할머니의 요양을 위해 노인요양 시설을 알아보다가 저희 요양원으로 오시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요양원에 처음 오셨을 때는 잘 웃지도 않고 신경질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네기 어려운 분이었습니다. . 그런 할머니께서 하루하루 지내며, 선생님들이 건네는 “어르신 사랑해요” “오늘은 날씨가 참 좋죠.” “오늘은 웃는 모습이 참 고우세요” 등등의 긍정적인 대화와 어르신을 향한 선생님들의 사랑으로 어르신의 얼굴에서 점점 웃는 모습을 보는 날들이 늘어갔습니다.
저는 요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며 많은 어르신을 만나왔습니다. 다양한 어르신들의 공통점은 옛말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말처럼 어르신께 다가갈 때 웃는 얼굴로 살갑게 대하면 마음 문을 못 열었던 어르신들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는 것입니다.
요양원에는 대부분 노인성 질환을 가지고 계신 어르신들께서 들어오게 되는데, 그중에 가장 많은 질환이 바로 ‘치매’라는 질환이죠. 요양시설에 들어오시는 치매 어르신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간호하기 힘든 어르신들이 오게 됩니다. 때로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여 옷을 입은 상태에서 대소변을 보시는 경우도 있으시고, 하루 종일 여기저기 배회하시며 다니시는 어르신들도 계십니다. 그리고 밥 먹는 방법도 잊어버려 도움 없이는 식사를 할 수 없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어르신들을 만나고 나면 별 일 없이 지나가는 일상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와, 맛있다”라고 느끼고 그 속에서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상이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저는 요양원에서 일을 하며 알게 되었답니다.
할머니를 보고 처음 건넨 말은 “어르신 안녕하세요. 참 고우시네요.” 이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선생님은 더 예뻐”라고 말씀하시며, 제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그 순간 제 손에는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그 온기는 단순한 어르신과 나의 체온의 온기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마음의 따뜻함 이였습니다.
“어르신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내 이름 신??이야” “어머, 저도 신씨인데, 우리 같은 신씨네요.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내가 잘 부탁해야지” 할머니와 대화를 하고 있으면, 참 좋은 선생님 이셨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할아버지께서는 매일 오후 2시경에는 면회를 오시곤 하셨습니다.
할아버지를 보면 할머니는 마치 어린 아이같은 환한 미소를 보이셨습니다. “어머, 사랑하는 우리 오빠 왔네”라고 하시며, 할아버지의 손을 쓰다듬으시곤 하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면회를 오실때면 할머니께서 평소 좋아하시는 문어, 딸기 등등의 음식들을 갖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의 보행 훈련을 위한 재활치료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두 분을 모시고 ???병원 재활의학과 진료를 보았습니다.
재활의학과 담당의께서는 “할머니께서는 전신의 관절이 강직되어 있고, 골다공증, 하지근력 저하로 재활치료를 받더라도 보행하기 힘드실 거예요.”라고 말씀하셨고, 할아버지께서 그 소리를 들으시고 “아니, 의사가 안 된다고 말하면 어떻게 합니까? 할 수 있게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니요.” 의사분께서 “어르신 이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걷다보면 골절이 될 수 있어요.”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사선생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께서는 “그래도 해볼 때까지는 해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선생님이 우리 좀 도와 주시오.”라고 하시며 강하게 재활 치료를 원하셨습니다. 저 또한 많은 치매 어르신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퇴화되고, 와상 상태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재활치료에 대한 욕구가 과연 할머니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혹시 할머니를 점점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의 재활 치료에 대한 간절함을 느꼈기에 재활의학과 담당의께서도 할머니의 재활치료를 시작해 보기로 결정을 하셨고, 1주일에 2~3번은 병원으로 할머니를 모시고 와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재활 치료 첫날은 관절범위운동과 보조기를 하고 서 있는 훈련을 하였어요. 워낙에 다리에 힘이 없고 관절 강직이 진행 되어 있는 상태라 할머니께서는 재활 치료 후 “너무 힘들어.”라고 하시며 지쳐 계셨습니다. 그런, 할머니께 우리는 “잘하셨어요. 힘 내세요.”라며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재활 치료 둘째날은 서 있는 시간이 첫날에 비해 좀 더 길어 졌죠. 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할머니가 힘들어 하실 때 마다 “할 수 있어”라고 하시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재활치료가 끝나면 “우리 ??씨. 수고 했네, 잘 했어”하시며 할머니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안 가는 날에는 요양원에서 작업치료사가 관절범위 운동과 보행 운동을 도우며, 꾸준히 재활 치료를 이어 갔습니다. 할머니를 향한 할아버지의 사랑이 하늘에 닿은 걸까요. 재활 치료가 점점 진행 되면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평소 다리에 힘이 없던 할머니가 다리에 힘을 주고 보행기를 잡고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재활 치료는 계속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선생님, 내가 걸어, 내가 걷는다고”라고 하시며 뿌듯한 얼굴을 하고 계셨습니다.
재활 치료 시작 6개월 후 할머니는 보행기를 잡고 걸으실 수 있는 상태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이런 할머니의 변화를 보며 치매환자가 재활치료에 성공하기 어렵다는게 어쩌면 편견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를 다시 걸을 수 있도록 한 가장 큰 힘은 할머니를 향한 할아버지의 사랑이라고 생각 합니다.
전문가들도 할머니의 재활치료가 성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끝까지 할머니의 재활치료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할머니께서 재활치료를 받는 날에는 항상 곁에서 사랑의 힘을 볻 해주었습니다. 할머니께서 끝까지 재활치료를 할 수 있었던 건 할아버지의 사랑을 느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할머니의 보행 상태가 좋아지고,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할머니는 우리의 곁을 떠나 할아버지가 계신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두분을 위해 행복한 앞날이 이어지기를 기도해 드렸습니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때로는 너무 빨리 포기하는 건 아닐까요. “할 수 있어, 다 잘 될거야”라는 희망을 갖고 사는 일이 비록 더 힘이 들더라도 전신 관절의 강직을 갖고 있는 치매 할머니를 걷게 한 할아버지의 사랑과 의지를 보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