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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에게 달아 준 날개
  • [사회복지종사자수기 | 201904ㅣ글정은선님ㅣ그림우진아님]
영수(가명)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12살 따뜻한 봄, 2살 많은 형과 함께 부산에 위치한 아동양육시설에 입소하였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지체장애 4급 장애를, 어머니는 정신지체 3급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의 도움이 전혀 없어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두 아이를 방임하다시피 했습니다. 영수는 부모님의 방임으로 형에게 의지하며 초등학교 생활을 했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을 반복하며 친구들의 돈을 훔치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훔쳐 끼니를 해결하고 집에 가는 것이 싫어 길에서 잠을 잤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입에도 부모님의 양육태도에 대한 개선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아 두 아이들이 결국 시설로 입소 의뢰가 된 것입니다. 처음 이 곳에 와서도 새로운 환경이 낯설어 형을 부둥켜안고 울며 어리광을 부리기도 몇날 며칠 이었지만, 안전한 보호 환경과 선생님들의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으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갔습니다.
영수가 학교와 시설 생활에 적응하며 밝은 모습을 되찾아 가면서 원내 ‘북울림’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영수는 새로 접하는 국악 악기가 생소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지만 다른 친구들을 흉내 내며 곧잘 따라했습니다. 꿈도 없고, 인생의 방향도 전혀 없이 그저 하루를 무사히 지내기만을 바라며 ‘하루살이’하던 영수는 ‘북울림’ 프로그램을 통해 ‘국악 인간문화재’가 되어야 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꿈’과 목표가 분명해진 영수는 원내 생활과 학교 생활에 더욱 적극적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런 모습에 선생님들도 덩달아 신이나 영수의 꿈을 지원해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목표가 분명했던 영수라, 고등학교도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도록 일대일 레슨 봉사자를 연결하고, 다양한 장학재단에 지원을 신청하며 응원했습니다. 선생님들의 바람에 자신감이 더해져 고등학교에 재학하면서 전국의 다양한 대회에 참가하며 입상을 하면서 실력과 경험이 날로 풍부해져 아동의 레슨을 담당하셨던 강사 선생님께서도 지도에 더 열심을 내주셨습니다.
영수는 이제 예술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지금도 레슨 연습과 대회 참가로 실력 증진에 꾸준함을 보입니다. 영수가 중학교 2학년 때, 저는 양육시설의 임상심리상담원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그 때, 영수에게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영수는 ‘국악에 있어서 최고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관련 분야에 인간문화재가 되고 싶어요’라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부모님으로부터 가정양육을 거절당해 불안과 원망에 휩싸여 고사리 같던 형의 손을 잡고 아동양육시설로 왔던 까만 콩 영수는 온데간데없이 지금 이 시간도 땀 흘리며 자신의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천사만 있습니다.
영수는 내년이 되면 시설을 퇴소하고 자립해야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고 지금까지 도움을 주며 격려해주었던 많은 선생님들의 관심은 천사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갈 때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의 선택에 자신감을 가지고 씩씩하게 달려온 영수가 결국은 혼자 나아가야할 세상에도 당당히 꿈을 펼쳐가길 응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