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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으로 나누는 간절한 대화
  • [사회복지종사자수기 | 201904ㅣ글송현우님ㅣ그림이다혜님]
2014년 2월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던 날,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근무하던 나는 미영(가명)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미영이의 걸음걸이가 비장애인의 걸음걸이와는 다르게 한쪽으로 치우쳐서 걷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미영이는 지적장애인으로 의사소통이 되지는 않았지만, 복도를 오갈 때, 생활실에서 이동할 때 항상 저에게 “선생님~저 너무 불편하고 힘들어요.”라고 하소연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4년 3월 미영이는 보행 중 갑자기 사지가 마비되는 증세를 보였고 시설의 간호사와 저는 미영이를 데리고 수원에 있는 3차 병원인 ????병원에 내원하여 정밀검사를 받게 되었고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진단명은 ‘척수병증을 동반한 재발성 경추부 환축 불완전 탈구’였습니다. 저희는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해 의사 선생님께 위험한 상황인지를 물었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사망의 위험이 있으니 당장 입원을 하고 경과를 지켜본 후에 수술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바로 미영이를 입원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영이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며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저도 한 명의 인간으로, 한 명의 사회복지사로서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는 없었고 수술비용을 알아보기 위해 다방면으로 수소문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시설에 거주하는 수급자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의료비 지원은 어려웠고 무한돌봄 네트워크 측에서도 미영이 앞으로 있는 돈이 300만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지원이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잔뜩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을 찾아가서 미영이의 손을 잡고 “미영아.. 미안해.. 지금 너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수술을 할 수 없는데 도움을 받을 곳도 없네.. 정말 미안해...”라고 하며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미영이는 그런 저를 바라보기만 하였고 “괜찮아요, 고마워요.”라고 하는 듯하였습니다.
미영이는 많이 아프고 불편한지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저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처럼 중환자실을 나와 벽에 기대어 앉아 울기 시작했습니다. “미영아... 미안해... 나라도 돈이 있었으면... 수술을 할 수 있을 텐데...”라고 혼잣말을 반복하며 저는 그렇게 병원을 빠져나왔습니다. 다음날 미영이의 어머니께서 시설을 찾아오셨고 어머니께서는 충격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생님, 미영이 그냥 수술 안 받으면 안 될까요? 그냥 비용도 많이 들고 미영이도 힘들어하고... 선생님들도 힘들고...미영이 그냥 이렇게 하늘나라에 가면 안 될까요?” 미영이에 대한 모든 권한은 보호자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저는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아니! 어머니!! 미영이가 저렇게 눈물을 흘리며 살고 싶다고 발버둥 치고 있는데 어떻게 어머니란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으세요??!!, 어머니는 미영이가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제가 기도할게요..미영이 퇴원하고 집에 와서 제가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면 나을지도 몰라요.”라고 하시며 저로 하여금 할 말이 없게 만드셨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단호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데리고 가실 때 데리고 가시더라도 수술이라도 좀 받고 안정되면 데리고 가세요,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제가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으니깐 곧 수술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어머니께서는 저의 단호함에 곧 수긍을 하셨고 잘 부탁한다며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날 다시 미영이를 찾아가 손을 꼭 붙잡고 다짐했습니다.
“미영아!! 내가 꼭 수술 받게 해줄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건강하게 살아가는 거야, 알았지?” 그렇게 이야기하자 미영이도 저의 간절함을 느꼈는지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마치 저에게 “저 살고 싶어요..도와주세요..”라고 하는 것처럼...
우선 저는 ????병원 사회사업팀을 찾아가 의료비 지원이 되는지의 여부를 알아보았고 미영이가 가지고 있는 350만 원 가량의 금액에 500만 원 정도의 비용만 더 있으면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세계구호 활동단체에서 의료비 지원사업을 한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고 저는 밤낮으로 제안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영이가 수술 한번 받지 못하고 산소 호흡기 한번 떼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 며칠 밤을 지새우며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그날 밤 저는 다시 미영이를 찾아가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미영아..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인 것 같아..지금 모금활동도 하고 있긴 한데..쉽지가 않네.. 지원사업만 선정되면 수술할 수 있어..근데 선정이 안되면... 안되면... 내가 미안해서 미영이 얼굴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내가 남은 생을 사회복지사라고 명함을 내밀며 살아갈 수 있을까..? 너도 마음속으로 기도해줘.. 선정되게 해달라고.. 우리 지금까지 서로에게 보내는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잖아.. 함께 기도하자.. 그 누구든..제발 우리의 바램을.. 들어달라고..” 그렇게 2주일 간 우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함께 손을 잡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세계구호 활동단체입니다. 위기아동청소년 지원사업 신청하셨죠?” 저의 심장은 요동을 치기 시작하였고 “네...혹시...선정됐나요..?” “네~선정되셔서 연락드렸습니다. 대상자분의 건강 상태는 현재 어떠신가요?” “네?? 선정됐다구요?? 정말이에요?? 돈 주신다는 거에요??” “하하, 네~돈 드린다는 거에요~ 대상자분 건강 상태는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저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지금 대상자는 시급하게 수술을 받아야합니다. 되도록 빨리 지원해주실 수 있나요?”, “네~ 기관 후원금계좌번호랑 관련 서류 보내주시면 최대한 빨리 입금해드릴게요~” “네, 제가 서류는 지금 당장 준비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전화를 끊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던 직원이 “선생님,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라고 물어보았지만, 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장 미영이에게 달려가서 “미영아!! 지원사업에 선정 돼서 너 수술 받을 수 있대!! 우리 기도가 통했나봐!! 내가 의사 선생님한테 얘기해서 빨리 수술받게 해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고 인지능력도 다소 부족했던 미영이는 제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저의 손을 더욱 꼭 붙잡았습니다.
곧 지원금이 입금되었고 미영이는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저는 미영이의 손을 꼭 붙잡으며 “미영아..무서워하지마~의사 선생님께서 무조건 수술 성공한다고 하셨어~ 힘내!!”라고 응원하였습니다. 곧 수술이 시작되었고 장시간의 수술을 끝내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수술이 성공적이어서 안정을 취하고 나면 요양병원으로 옮겨도 되겠어요.”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고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미영이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고 안정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주간의 안정을 취한 후 미영이는 시설이나 가정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지만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고 저는 그로부터 1년 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고 2015년 9월 평소 친했던 직원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미영이가 사망했어요..이런 소식 전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체형 자체가 많이 왜소하고 작아 수술을 받아도 장기간의 삶을 유지하기는 힘들었다는 것을.. 저는 이야기했습니다. “괜찮아.. 미영이.. 분명 좋은 곳으로 갔을거야..” 저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미영이의 장례식에는 갈 수 없었지만, 항상 하늘을 보며 이야기합니다. “미영아.. 우리가 나누었던 많은 대화들.. 일반적인 대화는 아니었지만, 그 어떤 대화보다 훨씬 더 간절한 대화였어.. 나 많이 도와줘.. 너 때문에 장애인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을 배웠어.. 고마워.. 내가 하늘나라에 가게 된다면 우리 못다 한 이야기 마음껏 하자..사랑하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