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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연..그 이름으로 다가온 아주 당돌한 꼬맹이와의 황당한 만남..
  • [사회복지종사자수기 | 201604ㅣ글서영숙님ㅣ그림조주희님]
인연... 그 이름으로 다가온 아주 당돌하지만 당찬 꼬맹이와의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꼬맹이와의 첫 만남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잊을 수가 없다. 아마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바쁜 시기에 아주 당돌한 대상자를 만났던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때는 정말 몰랐다. 이리도 오랜 인연으로 맺어지게 될 줄은... 아마 1~3년 내에 이 당돌한 꼬맹이가 가정을 꾸리는 모습도 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엄청 기대를 하고 있지만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인연... 그 이름으로 다가온 것이 벌써 11년 전이다. 첫 만남을 가지게 된 것은 11년 전 부산의 소아병동이 있는 병원 6층에서이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병원 복을 입고 손에는 링거를 맞으면서 침대에 몸의 반을 걸치고 앉아있는 작은 남자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안녕” 인사를 하니 고개만 끄덕 할뿐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꼬맹이의 얼굴을 본 순간, “그놈. 잘 생겼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누군지 아니?” 라고 물었더니, “네. 알아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시죠?” “응. 어떻게 알았어?” “간호사 선생님이 이야기 해줬어요. 오늘 사회복지선생님이 날 만나러 병원에 오실 거라고.” “그랬구나.” “그래, 어디 아픈 대는 없니?” “네. 이제는 많이 나았어요.” “그렇구나. 그럼. 선생님과 이야기 해도 되겠니?”라고 물었더니, “네. 물어보세요? 대답해드릴게요.”하면서 침대위로 올라가 앉았다
“그래. 고맙구나. 그럼 선생님이 몇 가지만 물어볼게. 솔직하게 대답해 주면 좋겠는데” “네” 하면서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니가 선생님을 오도록 요청했다고 하던데 맞니?” “네” “어떻게 선생님이 있는 기관에 대해서 알았어?” “TV보구요.” “그랬구나. 선생님이 궁금한 게 있는데... 어떤 기관이라고 알고 있는 거니?” “가정위탁센터 아니에요?” “응. 맞아. 그런데 가정위탁센터가 뭐하는 곳인지도 알고 있니?” “네. 내가 요청하게 되면 다른 가정에 가서 내가 다른 사람들과 살게 해주는 곳 아닌가요? ” “그래. 정확하게 알고 있네. 똑똑한데...”
대답을 하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10살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 치고는 너무나 정확하고 또박또박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꼬맹이의 모습에서 나는 순간 가슴에 뭔가 쿵~~~!! 하고 내려 앉는 느낌을 받았다. 꼬맹이의 또박또박 하는 말투에서 나는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이후, 꼬맹이의 요청으로 가정위탁으로 진행이 되었으며, 목사님 가정으로 위탁이 되었다. 위탁이후, 꼬맹이를 만나러 갈 때면 꼬맹이는 항상 웃는 얼굴로 나를 맞아 주었으며, 위탁가정의 친자녀와 같이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위탁가정상담을 갔을 때 꼬맹이가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선생님 전 커서 어른이 되면 돈 많이 벌거에요.” “왜” “돈 많이 벌어서 지금 나를 키워주고 계시는 엄마, 아빠 집에 TV도 새것으로 사드리고, 좋은 집도 사드릴려구요” 너무나도 당차게 이야기 하는 꼬맹이의 모습에서 순간 기쁨과 함께 “정말. 그런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위탁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상담을 하기 위해 센터를 방문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순간, 안 좋은 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 언제오시겠어요?”물었더니, “낼 오전에 방문하겠습니다.”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오전에 위탁모가 방문하셨다. 어머니의 얼굴빛이 별로 좋지 않았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네” 짧게 대답하시고는 가만히 계셨다. “말씀하세요. 괜찮습니다.” “꼬맹이의 친모가 매일 새벽이면 만취상태에서 위탁가정이 있는 교회로 찾아와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우리 아들 내놓으라고, 우리 아들 뺏어간 교회 목사부부들은 나와라”하면서 2시간 정도를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꼬맹이의 친모는 심한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알코올 전문 병원에 입소 시켜보려고 주민자치센터 사회복지사와 노력했지만,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연고지가 불분명하여 힘든 상황이었던 것이다. 관내 파출소에서도 다 알아주는 심한 알코올중독 상태인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니고,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고 새벽에는 전화를 걸어 “우리 아들 주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는 등 협박을 한다는 것이다. 위탁모는 “우리는 괜찮은데. 꼬맹이가 너무 힘들어 하고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정말 주변사람들이 친모가 이야기하는 것을 믿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부분이 너무 힘들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라며 속상해 하셨다.
“꼬맹이는 어때요?” “엄마를 밖에 세워놓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안절부절 할 때도 있고 집으로 들어오게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볼 때도 있고 많이 힘들어 하고 있어요.” 라는 대답을 하셨다. 꼬맹이는 엄마가 밖에서 소리를 지를 때면 위탁부모님들을 원망한다는 것이다. 친엄마에 대한 애잔함 마음에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엄마를 교회로 들어오게 하여 밥을 드려보기도 했고 용돈이 필요하다 하면 돈을 주기도 했지만, 그때뿐이고 돈을 주면 전부 다 술을 사먹고는 또 다시 와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요. 꼬맹이를 위해서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의논하러 방문했어요.” 라고 하셨다. 이후 주민자치센터와 파출소와 연계하여 친모를 알코올 치료병원에 입소 시켜보려고 다시 시도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몇 달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4년 정도 반복되어온 삶속에서 위탁가정에서는 이제 그러려니 하고 지낼 수 있었지만, 문제는 꼬맹이었다. 꼬맹이는 이후, 반항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학교에서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사고 치기도 하고 학교에 지각하는 것 다반사고 가출을 밥 먹듯이 하고 공부는 전혀 하지 않는 등 위탁부모님과 센터를 아주 힘들게 하였다.
어느 날 위탁모가 전화가 왔다. 꼬맹이 학교 담임선생님이 오라고 한다는 것이다. 어머님은 다녀와서 이야기 해주신다고 하고는 본인 혼자 다녀온다고 하였다. 어머님이 방문을 하셨다. 학교에 간일에 대해 의논하고자 오신 것이다. 꼬맹이가 학교 몇 명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 벽 전체에 밀가루와 달걀을 뿌려놓았다는 것이다. 학교 교장선생님이 화가 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전체 선생님이 화가 나서 지금 학생들을 모두 대청소를 시킨다고 하였다. 긴급하게 꼬맹이를 찾았고 센터로 불러들었다. “왜 그랬니? 니가 한 것 맞니?” 라고 물었더니 “아니요. 전 하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망을 봐달라고 하길래 그냥 대문 밖에 서 있었어요.” “그럼 너는 직접 하지는 않았다는 거니?” “네” “직접 하지 않았어도 너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공범이 되는 것은 알고 있니?” “네” “왜 그랬니?” “그냥요..” 이것이 꼬맹이의 답변이었다. 정말 억장이 무너지고 화가 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이후 위탁어머님이 전화가 오셔서 “꼬맹이를 학교에서 자퇴를 시킨다는 것이다. 꼬맹이가 자퇴만은 하지 않게 하기위해 위탁모가 지금 학교 선생님 전체를 찾아다니며 사정을 하고 계셨다. 위탁부모님이 무슨 죄인가? 단지, 어려운 아이. 도와주고 싶어서 위탁가정을 신청한 것뿐인데,, 순간 꼬맹이에 대해 화가 나고 위탁부모님에게 너무 죄송하였다. 결국, 꼬맹이는 위탁어머님의 노력 끝에 학교에서 선처를 해주셔서 자퇴는 면하게 되었고 대신 반성문과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으며 이후에 지각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위탁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선생님. 꼬맹이 친모가 사망했어요. 노숙자로 생활하다가 길거리에서 사망했답니다. 방금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어요. 이걸 어떻게 하죠? 꼬맹이에게 이야기해야 될지.. 상처받지는 않을런지....흑흑....” 순간,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너무 놀래 할 말이 잃은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꼬맹이가 너무 힘들어서 지금보다 더 나쁜 길로 가면 어떡하지..?” 고민 끝에 꼬맹이에게 알렸고 꼬맹이가 장례를 치렀다. 꼬맹이에게 가족은 없었다.
장례를 치른 후 몇 달 지났을까? 위탁어머님이 센터 방문을 하시겠다는 전화를 주셨고, 약속날짜를 정했다. “무슨 일일까?” “꼬맹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순간 걱정이 앞섰다. 이후, 꼬맹이를 만났다. “꼬맹아.. 요즘 어떻게 지내니?.. 학교는 잘 다니고..” “네..” 힘없이 대답하였다. “괜찮니?” “네..” “힘들면 선생님에게 이야기해도 돼.” “아니요,,괜찮아요” 그리고는 돌아갔다. 돌아가는 모습에 왠지 마음이 씁쓸하였다.
사고 칠 때 보다 오히려 축 쳐져있는 모습이 더 안쓰러워 보였다. 위탁모가 방문하셨다. “선생님..요즘 우리 꼬맹이가 이상해요.” “왜요?” “말을 너무 잘 듣고, 가출도 안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려 하고, 깨워주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고 도 닦은 것 같아요. ”흐뭇한 표정을 지으시고 계셨다. “네? 정말요?” “네. 요즘 모습을 보면 옛날에 재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무 잘해요. 요즘은 손댈게 없어요. 잔소리 할 일도 없고요. 정말 딴 사람이 된 것 같고, 내 친자녀들보다 더 의젓하고 말도 잘 들어요.” “아, 잘되었네요. 이제야 우리 꼬맹이가 정신을 차렸나 보네요. 놀 만큼 다 놀아봐서 그런가? ” “하하하. 그럴까요? ”
그렇잖아도 우리 선생님이 자립프로그램에 꼬맹이가 참석하고 있는데 한 번도 결석 없고 맨 먼저 오고 질문해도 대답 잘하고 해서 기특하다고 하더군요“ ”네. 정말 요즘만 같음 위탁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꼬맹이만 괜찮다면 장가보낼 때 까지 데리고 있고 싶어요. 그래서 장가도 보내고 아이 낳는 것도 보고 싶고 그러네요. “하하하” ”네. 정말 저도 그래요. 꼬맹이가 원래 심성이 착한 놈이잖아요. 그래서 아마 저도 그렇고 어머님도 그렇고 그 많은 세월 힘들게 해도 놓지 못한 이유가 그게 아닌가 하네요. 정말 잘 되었네요. 이제야 한시름 놓겠네요. 이젠 잘 준비해서 대학만 가면 되겠네요.“ ”네. 대학은 꼭 보내려고요. 본인이 가고 싶다면...“ 얼마나 대단하신가? 지금 꼬맹이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전문대에 입학하였고, 본인이 꿈꾸는 꿈을 위해 열심히 날아다니고 있다.
다시금 꼬맹이가 검정고시 준비를 하기 위해 나를 찾아와 “소장님,,,한번만 도와주세요.” 라고 말했던 그 다부진 모습이 생각난다. “나와 굳은 약속을 하고는 열심히 검정고시 학원에서 공부를 하던 모습. 학교 다닐 때와는 다르게 지각도 하지 않고 결석도 자주 하지 않는 등 성실한 모습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기뻤던 내 모습.
검정고시 합격을 하면 수능을 한번 쳐볼 생각이라고 겁 없이 꿈을 말했던 꼬맹이의 모습. 본인이 가고 싶은 대학에 갈 성적이 나오면 대학에 바로 갈 것이지만, 성적이 좋지 않으면 1년 더 수능준비를 하여 부산대학교에 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던 모습. 무엇을 공부해보고 싶냐고 물었을 때 너스레이 웃으면서 “사회복지사가 될까요?” “월급이 많아요?” “월급이 작으면 안되는데... 엄마, 아빠에게 해줄 것이 많은데... ”하며 웃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얼마나 기특한가? 순간 복받쳐 오르는 기쁨을 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꼬맹이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11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가? 친모의 사망으로 인하여 꼬맹이가 더욱더 성숙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위탁아동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훌쩍 커버리는 키 만큼이나 생각주머니도 같이 크고 있음이 보인다. 그래서 어떨 때는 안쓰럽기도... 어떨 때는 늠름하기도...한 게 아닌가 싶다. 이제 꼬맹이는 앞으로 어떠한 세찬 비,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미래의 둥지를 튼튼히 틀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이제는 편안함과 행복감이 스며들고 있다. 꼬맹이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통화를 할 때도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여유로움도 같이 커진 것 같다.
조그만 꼬맹이가 이제는 점점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남은 숙제가 많지만, 그래도 함께해주는 이 있어 보람 있고 우리를 찾는 이기 있어 사회복지사로서 존재감을 느낀다. 꼬맹아!!! 고마워!!! 잘 자라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