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치매 어르신들이 많아지는 것을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하였고, 그로 인해 점점 치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여러 치매 관련 교육을 들었다.
그 프로그램 진행자로 내가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매주 1회씩 진행하는 그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봉사를 하기로 하였다.
‘오늘은 어떤 활동을 해서 우리 어르신들의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고민을 하다가 <추억으로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치매의 특성상 최근기억보다는 예전기억의 상실이 적은 점을 감안하여 회상하는 시간을 가지며, 치매의 중증도에 따라서 경도 치매 어르신들과 중등도 치매 어르신들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활동을 진행하였다.
그 중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하시는 어르신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어르신들 등 어르신들의 참여 모습과 개성 등은 가지각색이지만 어르신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하얀 도하지와 색연필을 제공해 주었다.
나는 그 표정을 재빨리 눈치 채고는 사저에 준비해 온 예시를 보여주며, 중간에 본인 이름을 적고, 본인에 대한 마인드맵을 하도록 가이드 해 주었다.
어르신들이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하시고, 무슨 음식을 제일 싫어하시는지, 좋아하는 가수는 누구시고,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으신지, 어릴 적 꿈은 무엇 이셨는지, 어릴적 별명, 여행을 간다면 어느 나라를 가보고 싶으신지, 취미, 특기, 고향, 가족관계 등에 대해 적도록 하자 당황한 기색이 보이셨다.
몇몇 어르신들은 색연필을 들어서 해 보려고 시도하셨지만, 과반수의 어르신들은 갑자기 머릿속이 도화지처럼 하얗게 되어서 바로 생각이 나지가 않다고 호소하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하고 계셨다.
내가 돌아다니면서 어르신들이 최대한 잘 회상해 낼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저는 고기를 좋아하는데, 어르신은 무슨 음식을 좋아하세요?”
활동을 진행하면서 어르신들의 표정은 가뭄에 시들어있던 해바라기가 단비에 활짝 피어서 해를 바라보듯 어르신들의 얼굴이 미소와 행복함으로 가득하셨다.
정말 잠깐이지만, 나와 함께한 시간 동안 우리 어르신들은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에 젖으셨던 거였다.
“예전엔 꿈이 가수였는데"
“저 양반이 나랑 고향이 같구나.”
“젊을 땐 여행도 엄청 다녔지. 내가 안 거본 산이 없었어.”
어르신 개개인이 하시는 말 한마디, 두마디가 퍼즐조각처럼 맞춰져서 하나의 작품이 되는 순간이다.
항상 활동을 한 후에는 잠깐의 시간을 내어서 돌아보기라는 타이틀로 오늘 한 활동에 대해 되돌아보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데 어르신들의 참여도를 적극적으로 끌어 내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그런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나고 삶의 활력소가 된다. 그러나 항상 나의 마음 한켠에는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어르신들에 대한 애착이 더 남다르지 않나하는 생각도 한다.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그런 것을 볼 때면 정말 안타깝고 내 마음 한 구석이 아프다.
치매라고 모든 기억이 리셋 되는 것은 아닌데, 어르신의 머리 한구석엔 우리처럼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자그마한 그들의 추억이 있고, 그 추억이 기억되는 머리속의 작지만, 아름다운 공간이 있을 텐데 그 공간마저도 우리의 선입견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을 하게 된다.
비록 연세가 들어감에 따라 몸이 많이 쇠약해지고 치매로 인해 건강하지 않지만 우리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평생 느껴보지 못한 따뜻한 사랑과 정을 느끼고 인생을 배운다.
이젠 내가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기억되는 그럼 존재가 되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