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센터

  • 느리지만 모두가 함께 뛰는 자활의 주인공들
  • ['코로나19 위기극복' 체험 수기 | 202108ㅣ글 박숙희님ㅣ그림 박수민님]
“뭐라고요? 우리 사업단에서 코로나확진자가 나왔다고요? 사실이에요? “그럼 어떻게 되는건가요?, 밀접접촉자로 구분되어 우리 사업단 23명 전원이 자가격리 들어가는 건가요” “하우스 쌈채랑 수확해야하는 시래기, 감자, 양파는 어떡하란 건가요? 아침에 코로나 19 확진자 상황이 문자로 오면서 놀라움과 무서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나는 가난한 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교육,상담을 맡고 있는 전북에 있는 익산지역자활센터 실무자이다. 내가 맡고 있는 사업단중 농사짓는 사업단(유기농이야기)에서 일하는 분중에서 한분이 5월 30일에 코로나확진으로 전체 기관이 2주간 폐쇄되고 유기농이야기 사업단 또한 폐쇄뿐 아니라 일하는 참여자전원과 실무자인 나까지 23명이 밀접접촉자로 분리되어 자가격리를 갑자기 들어가게 되었다. 전혀 예기치 않는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채, 무방비로 집에 갇히 신세가 되버렸고 농사를 짓고 있어 하우스에는 쌈채를 키워 학교급식에 납품하고 있고 시래기 수확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벌어진 사태이다.
아침에 일일이 자활참여자분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고 자가격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탈방지를 거듭 말하면서 긴 한숨에서 시작해 분노로, 허탈로, 걱정으로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였다. 현장일을 추진하고 있는 반장 참여자는 “1년 농사를 이렇게 버리는 거냐”며 코로나확진받은 사람에 대한 격앙된 감정까지 표출하였다.
2주일간의 자가격리가 현실로 나에게 다가왔다. 아이들까지 학교등교 중지가 내려오면서 온 가족이 말 그대로 집안에 갇히게 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나는 안방에서 작은 밥상에 끼니를 해결하며 보건소에서 전해준 햇반과 물, 컵라면등 난생처음 피난민처럼 대우?받으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물론 자활참여자분들의 고통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다보니 각자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들도 많은 상황에서 모두 일이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느 한분은 보건소에 항의전화해서 “너희들이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릴거냐? 왜 집에서 못나가게 하느냐? 등 무지막지한 욕들과 폭언들 쏟아 내는 사람도 나왔다. 23명의 각자의 입장에서 처음으로 겪어야 하는 지옥같은 2주의 자각격리.....
하루이틀이 지나고 이런 생활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며 체념하면서 하루하루를 받아들이고 생활하는 모습을 느끼며 우리들의 단톡에서도 안부를 물으면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예전의 너,나,우리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너네 집 오늘의 메뉴는 뭐냐? 시간도 많고 할 일도 없는데 만두를 빚어서 퀵으로 보낼테니 나눠먹자”
날카로왔던 여유없는 마음속에서 조금씩 피어나는 배려와 감사에 다들 마음을 쓸어 내리며 D-Day를 세어 나가는 우리 유기농팀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수 없었고 해제된 이후 사업단의 추슬러야 할 상황들에 걱정이 몰려올때는 “봄철에 힘들에 씨뿌린 4천평의 시래기 수확은 어떻게 되는거야? ”양파도 썩어지기 전에 캐야되는데...감자밭에 풀은 어떻게 하느냐? 등 고생고생하여 농사지어온 농산물 수확에 대한 걱정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가장 큰 것은 눈앞에 닥친 봄철 시래기 수확작업이었다. 우리팀원들은 자가격리 해제후 복귀하면 이미 때가 늦어 밭을 통째가 갈아 엎어야 하는 상황이라 사무실에 sos 도움요청을 하였다. 일찍 심은 1,500평 밭에 시래기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실무자들이 우리들의 간절한 마음을 전달받아서 다시 하나가 되었다.
3일동안 새벽 5시에 시래기밭에서 모여 12명의 실무자들이 시래기 수확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유난히도 더운 3일간의 작업이였다. 하나둘씩 날짜별로 해제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우리는 다시 농사 현장으로 속속복귀하여 건질수 있는 농산물 작업을 수확해 내기 시작한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시래기수확을 반절을 해냈고 조금은 늦었지만 양파를 3톤가량 수확해 내어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지었으며 감자는 상대적으로 방치기간이 오래되어 풀숲에서 우천으로 관리되지 않아 반절이 넘는 양이 썩어 버리고 말았다. 감자는 작년대비 1/3정도 수확량이 줄어 자가격리의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우리는 1,000평의 감자밭이 온통 썩은 냄새와 여기저기 던져 버려진 감자들을 보면서 23명의 유기농 전사들 그 누구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농사철 하루이틀 햇빛이 크게 작용하는데 거의 2-3주를 방치하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사랑을 주지 않아 결핍의 반항이라도 하듯,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하늘의 뜻이라도 되듯..... 다시 또 한번 시련의 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코로나 확진된 사람에게 원망과 분노의 함성의 민원이 발생하였고 나는 마음을 다 잡고 현장에 들어가서 집단 상담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힘든 자가격리도 이겨냈고, 다시 현장에 복귀해서 뜨거운 햇살아래서 농작물을 하나둘씩 수확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큰 선택의 기회인지 알려드리고 싶었다.
자식들을 키우다 보면 잘된놈도 나오고 안타까운 놈도 나오고, 내맘처럼 안되는 자식들이 있는것처럼, 농사도 마찬가지 인 것이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하늘이 농사 짓는 것을 인력으로 어떻게 감당하겠는가....아쉬운점이야 많지만 이것 또한 넘어야 할 우리들의 장애물인 것이다. 한분한분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느낄수 있었다. 다시금 모여지고 있는 우리들의 결속력을..... 지나간것들에 대한 미련은 두지말고 느리게,천천히,모두가함께 라는 사업단 구호처럼 지금부터 다시 손을 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