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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딴섬(요양원)의 코로나 일상 극복하기
  • ['코로나19 위기극복' 체험 수기 | 202108ㅣ글 한광현님ㅣ그림 박수민님]
오후다. 요양원 주차장에는 수십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어르신, 뭐하세요?”“그냥, 밖을 보는거지 뭐~”방 창가 너머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걸려있다. “누가 보고싶으세요?”“이놈의 새끼, 연락도 없이 오지도 않고!”혼잣말로 하시는 말씀인데 감정이 격해지셨는지 다 들렸다. 김어르신(여/87세)의 창밖으로 이어진 긴 시선은 원망과 푸념이 섞여있다. “영상 통화를 해 볼까요?” “그게 뭐야?” “TV처럼 서로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거에요”
호기심은 기대감으로 초등학생이 되어 눈이 반짝인다. 화면이 큰 테블릿 pc로 영상통화를 하며 반가움을 화면으로 대신했다. 자녀를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실제처럼 느껴져 한시름 놓게 된다. 큰아들이 잘 지내고 있어 다행이지만 부모는 언제나 자식 걱정이다. 김어르신은 단기 기억이 가물거려 자녀에 대한 그리움의 크기가 당장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저녁해가 기울어지면 또 아들 걱정으로 창밖이 깊어질 것이다.
“여보세요? 아니, 언제까지 면회를 못하게 하실건가요? 외박도 외출도 안되니 너무 답답하잖아요” “아직 확진자가 속출하고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라 면회는 당분간 계속 어려울 것 같아요. 엄중한 상황이니 이해부탁드립니다.” “잠깐만이라도 창가에서 보면 안될까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면회가 전면 금지되어서 어찌할 수 없어요. 다른 보호자와의 형평성의 문제도 있으니 협조해주세요.”
따님은 집으로 모실수도, 타시설로 전원해도 마찬가지라 어찌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제발 위드 코로나시대를 벗어나 갇힌 입과 묶인 발이 풀어지기를 희망한다. 코로나 일상에 요양원은 외딴섬처럼 살아가고 있다. 일일 평균 15명이상 외부인(자원봉사, 국가근로, 사회봉사자 등)의 방문과 4가족 이상 면회, 외부활동(문화체험, 나들이 등)과 프로그램 강사활동 등으로 매일이 오일장처럼 사람들로 부쩍부쩍 부대끼며 살았는데 지금은 한겨울 눈내린 산밑의 오두막 가족처럼 집안에서만 서로가 고요하다. 무엇보다도 가족간의 그리움은 장기간동안 이어져 지칠대로 지쳤다. 어르신과 보호자의 생이별 같은 거대한 벽이 이번 겨울들어 더 높아지고만 있다. 요양원에서는 어르신의 정서적 지원을 위해 테블릿 pc 2대, 기관 스마트폰 2대를 구입하여 영상통화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매일같이 100장이상의 어르신 사진(일상, 의료, 식사, 재활, 프로그램 등)을 네이버 밴드(소통창구)에 올리고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소통을 주력하고 있지만 눈을 마주치며 손을 잡는 것보다는 못하리라. “하얀 것으로 입을 틀어막어 숨쉬기도 아주 답답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 일상생활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암울한 시대적 저주속에 코로나 블랙(암담함)을 맞이하고 있다. 요양원에서는 나름대로 특식(영양프로그램), 개별정서프로그램, 시청각활동, 마사지 프로그램 등을 적용하여 좌절감을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어르신과 보호자, 그리고 사회복지사도 힘겨운 세월을 견디고 이겨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활력이 될 수 있을까? 2021년 구정을 맞이하여 어르신과 보호자 그리고 요양원이 함께 그리는 『마음속의 꽃을 너(YOU)었 소(牛)』 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보호자에게 연락하여 요양원에 계시는 부모님께 사랑과 감사의 말과 큰절을 영상으로 담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어르신에게는 자녀에게 덕담이나 하고싶은 말을 영상으로 담았다. 직원 모두에게 어르신의 생활, 건강, 관계 등을 세부적으로 안내하는 근황을 영상으로 담고 각팀별로(의료,행정,영양,케어) 희망의 메시지를 영상으로 담았다.
72개의 QR코드를 만들어 어르신 개별영상과 직원영상을 보호자에게 선물(제작한 마스크 스트렙, 어르신 손편지, 어르신이 만든 비누)과 함께 보냈다. 보호자들도 다양한 영상을 보내주셨다. 보호자들도 다양한 영상을 보내주셨다. 한복을 입고 세배하는 영상, 가족이 노래와 춤을 추는 영상, 손주가 마술하는 영상, 영상편지 등을 어르신이 모인 자리에서 다같이 함께 대형 화면으로 시청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웃음이 봄향기처럼 깊고 넓게 퍼져나갔다.
어르신과 보호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수(雨水)를 지나 본격적으로 비접촉면회가 시작되었다. 늘 그렇듯 시간은 또 경칩(驚蟄)을 지나 봄햇살이 우리모두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다. 면회가 시작된 첫 한달간에는 평일과 주말에 면회예약이 폭주했다. 2021년 4월과 5월에 어르신과 전직원이 백신(AZK)을 접종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암울한 위드코로나 시대에 입과 코가 막히고, 발걸음이 멈추고, 벽지(요양시설)에 갇히고, 사회와의 벽은 높아지고 곳곳마다 문이 닫혀 답답한 생활은 계속되었다. 불안과 염려는 면역력이 약한 요양시설에는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왔고 철저한 위생과 방역관리로 매일같이 연막소독기가 하얀액체를 뿜어냈으며, 사람의 손이 닿은 모든곳은 소독하고 또 소독하며, 매일 2회이상 발열체크를 했다. 시간이 지나자 면회예약율도 떨어지니 TV앞에선 우울한 내용(감염자 수, 백신접종 등)만 가득하다.
어르신 창밖으로 자연은 더욱 푸르름을 더하고 있는데 요양원에는 사람수는 많은데 말수가 적어지고 있다. 어르신에게 활력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감염관리에서 중요한 위험한 3밀(밀집, 밀폐, 밀접)을 줄이며 미소를 띄우게 할 수 있는 어르신만을 위한 자체 프로그램을 모색했다. 요양원 어르신들의 주요 관심사와 회상능력을 자극할 수 있는 텃밭가꾸기를 함께 현실화하기로 실행에 옮겼다.
고추, 옥수수, 감자, 상추, 가지, 양파, 방울토마토 등의 모종을 가지고 흙을 만지며 자식키우 듯 애정을 쏟았다. 요양원 정원에서 산책하며 텃밭의 작물을 살펴보고 물을 주고 잡초도 제거했다. 자식농사처럼 정성과 시간을 들이니 성과가 알찬 열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릴적 과거 기억이 남아있는 김(87세/여)치매어르신도 작물에 대한 노하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작은 관심이 열정으로, 열정이 희망으로 바뀌었다. “이거 방금 수확한 건데 맛 좀 봐봐?” “와~ 달콤하니 맛있어요!” 점심식탁에 상추쌈이, 고추가 침샘을 자극하고 옥수수와 감자가 과거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하니 마스크안에서 밖으로 서로의 대화가 쏟아져 나왔다. “어릴적 고추 따느라고 허리가 끊어질 듯이 일했지” “고생 많으셨겠어요. 여기 고추수확은 힘들지 않으시죠?” “여긴 아무일도 아니야.
고추는 그대로인거 같은데 내가 늙어 이가 닳고 입맛이 변해버린 것이 아쉽지” 김어르신은 과거 어린시절에 건강했던 추억을 상기하며 살며시 미소를 띄운다. “고구마와 들깨도 향기를 발하고 있어요. 조금있으면 수확할거에요. 그리고 엊그제가 입추였으니 배추와 무우, 상추 등을 또 심을거에요.” 김어르신은 세월에 다리가 휘어지고 고장났지만, 마음은 여전히 건강하다. 침상에서 일어나 창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차량보다는 텃밭의 작물들
오늘 아침뉴스에는 코로나 감염확진자가 2천명을 돌파했다고 걱정과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요양원 어르신들의 삶은 코로나가 막을수도, 멈출수도, 악화시킬수도 없다. 오늘은 내인생의 가장 빛나는 하루이며 행복할 권리를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다. 코로나 일상을 이겨내는 길은 적극적인 감염관리를 통해 활력있는 삶을 서로에게 응원하고 함께 가꾸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