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센터

  • 토닥토닥~! 혼자가 아니야~♬
  • ['코로나19 위기극복' 체험 수기 | 202108ㅣ글 박선영님ㅣ그림 김진숙님]
「귀하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음성입니다만 따로 자가격리 통지를 받으신 분들은 2주간 자가격리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자가격리는 나와는 무관한 일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십 명씩 확진자가 쏟아지고 재난 문자가 사랑하는 연인의 문자보다 넘치는 날이 허다해도, 나만큼은 괜찮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충만했기 때문입니다
옆 반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고 동 학년 학생 및 교사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것은, 하루 반나절도 안 되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한 시간이라도 집에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시는 나는 움직이고 활동하기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운동하기 어려운 이 시기에도 마스크를 꼭 끼고 헬스장에서 덤벨이라도 들어야 오늘 하루 잘 마무리 했다며 즐거워하는 사람, 그 활동적인 사람을 하루 이틀도 아니고 2주씩이나 집에 묶어두다니요?! 자가격리 통보 문자를 받는 순간 나는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답니다.
“아이고, 하필이면 너 혼자 사는 데 격리돼서 어떡하니, 엄마가 반찬이라도 해서 갈까?” “엄마! 정말 다행이지! 엄마 아빠 고혈압에 이것저것 드시는 약도 많은데, 같이 살았으면 어쩔 뻔 했어? 혼자라서 정말 다행이다,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언니, 평소에도 집에 먹을 거 하나 없는데, 어떡하냐? 마트에 들를 시간도 없었지? 쌀이나 물은 있어? 진짜 근처에라도 살면 현관에 놓아두고 오는데. 엄마 아빠 걱정이 태산이야.”
2주간 못 할 운동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반납 못해 연체될까 걱정하는 나와는 달리, 나의 네 자매와 부모님은 생존과 직결되는 ‘먹고 사는’ 문제로 정말 심각하게 의논했더랬죠. 직장 때문에 타지에서 홀로 자취하고 있는 나의 자가격리는 정말 큰 사건이었고 걱정이었습니다. 자가격리가 실감 되는 것은 당장 격리 첫 날부터였습니다. 한창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시간에 컴퓨터 앞에서 원격 수업을 하고, 하루 한 끼 급식이 식사다운 식사의 전부였던 나의 냉장고에서 나온 반찬이라곤 간장밖에 없었으며, 운동가야 할 시간에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자발적으로 나가지 않을 때는 몰랐는데, 의무적으로 집안에 갇혀 있어야하니 하루가 정말 너무도 길었습니다. 나는 하루 만에 외롭고 우울해 졌답니다.
띵동~♬ 그때 울린 문자 한통 『코로나19 심리지원 안내. 코로나19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해 보건복지부 통합심리지원단에서 심리지원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회복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비록 코로나 자가격리자에게 모두 발송하는 단체 문자였지만 나는 그 문자 한 통에 말할 수 없는 안도감과 위안을 느꼈답니다.
마치 아픔을 함께 나눈 친구가 “다 괜찮아” 토닥토닥 토닥여주는 것 같은 따뜻함이랄까요? 그 문자 한 통에 나는 타지에서 혼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 있었고, 정말 고마웠습니다. “오늘 오후 자가격리자 구호 물품과 반찬이 배달될 예정입니다. 벨이 울리면 2분 정도 있다가 마스크 끼고 나오셔서 가지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나의 감동은 저 위로의 문자뿐이 아니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자가격리자 생필품 박스를 내가 받을 줄은 몰랐는데... 엄마한테는 냉장고 가득하다고 잘 먹고 있다고 큰소리 빵빵 쳤지만 벌써 여러 끼니를 밥에 간장으로만 때우고 있는 나는 자가격리자 물품을 준다는 말에 두근두근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마치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렸던 꼬꼬마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습니다.
언박싱 콘텐츠만 따로 있을 정도로 요즘 박스 개봉이 유행인데, 나는 대한민국이 선물 해 준 자가격리자 물품을 개봉하면서 야호 소리칠 만큼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렌지에 데워먹는 밥에, 냄비에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여러 종류의 국, 도시락 김과 라면, 참치캔 등 호불호 안 탈 맛있는 음식들이 한가득 들어있어, 조금 오바 하자면 애국심마저 솟구쳐 올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듯 저절로 가슴에 손이 올라 갈 정도였답니다. ‘국가가 나한테 너무 잘 해 주잖아?’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국가의 케어를 받고 있다는 든든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 도착한 일주일 분의 반찬들. 명절에 엄마한테 다녀오면 두 손 가득 바리바리 싸주는 맛깔난 반찬처럼 정성 가득한 밑반찬이 현관 손잡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구청에서는 코로나 극복 영양 반찬을 무료로 배송해드리고 있습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격리 기간 불편하고 불안하시더라도 이 반찬 드시고 힘내세요~!” 동글동글 예쁘게 적힌 손편지와 함께 문에 매달린 사랑의 반찬 봉지. 그 반찬을 하나 집어 먹으며 나도 모르게 핑~ 눈물이 돌았습니다.
코로나 전의 평범했던 일상이 못 견디게 그리운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좌석을 꽉꽉 채운 관객들과 환호하며 즐겼던 멋진 공연이나, 사람 구경인지 꽃 구경인지 모를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벚꽃 구경과 다양한 축제들, 땀에 범벅이 되어 훅훅 거칠게 내뱉으며 했던 스피닝과 줌바 운동들, 학생들과 응원의 함성 지르며 즐겼던 운동회와 추억을 쌓았던 1박 2일 수학여행 등.
그 평범했던 나날이 사무치게 그리운 것은 모든 사람들의 똑같은 마음일테지요. 다시 코로나 전으로 돌아간다면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깊이 새기며 나와 주변을 아끼며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제쯤 일상을 회복할지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이 자가격리 기간 동안 따뜻함과 희망을 보았습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똘똘 뭉쳐 우리의 저력을 보여준 대한민국! 해가 바뀌고 계절이 여러 번 왔다 갔지만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로 하루에도 몇 백 명씩 자가격리자가 쏟아질 텐데도,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구호 물품을 보내고, 정성을 가득 담은 반찬에 손편지까지!
이 모든 관심과 격려를 받으면서 나는 길다면 긴 2주의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쳤고, 코로나 해제 전 두 번째 검사에서 다행히 음성판정을 받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지만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끈질긴 코로나란 녀석을 멋지게 물리칠 날이 곧 올거라 믿습니다. 자가격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이 이때처럼 든든하게 느껴졌던 적이 없답니다.
“토닥토닥,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지금처럼 똘똘 뭉친다면, 이 위기도 멋지게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힘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