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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바라기 사랑
  • ['나의 나눔 실천 이야기' 수기 | 202307ㅣ글 이도영님ㅣ그림 정선영님]
이곳 울타리 안에는 해바라기 꽃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밝은 얼굴로 하늘을 보는 해바라기들은 등이 휘어져 걸을 때 바닥만 보이지만 그래도 밝은 해가 그리워 때때로 고개를 듭니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가 없어서 누워서 해를 바라보는 꽃, 그 예쁜 꽃 속에 치매라는 나쁜 벌레가 들어가 그 밝은 해가 언제 어느 창가쪽에 뜨는지 몰라서 그 밝은 빛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야 미소지을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밝은 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세상을, 그 꽃님들의 가슴속에 아주 가늘고 작은 빛이라도 들어 갈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으니까요. 저는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아픈 해바라기 꽃님들의 “꽃 바라기”입니다.
외딴섬에서 해바라기 꽃님들이 옹기종기 사는 이곳은 요양원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해바라기 꽃이 밝은 해를 바라보듯이 해맑고 천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나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그래서 나는 차가운 손도 차가운 얼굴도 또 못 본체, 못 들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한분한분 찾아가 따뜻한 마음과 상쾌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며 온화하고 따뜻하게, 자상한 손길로 해바라기 꽃 밭을 가꿉니다.
꽃잎이 떨어지지 않게, 고개를 너무 숙이지 않도록, 적절한 햇살과 영양분을 제공해줍니다. 그렇게 해야 그 해바라기들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의 마지막 쉼터에서, 고단한 삶의 보따리를 내려 놓고 꽃잎들이 떨어지듯 평안하게 험한 바람에 흩날리지 않도록 어여쁘게 내려 앉으며 그 예쁜 꽃밭의 기억으로 잠시라도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데우고 손을 데워서 사랑의 손길을 보내줍니다. 한평생을 자식과 고된 세상의 삶을 일구고 익숙하게 살아온 자신의 보금자리를 떠나 쓸쓸히 혼자 남겨진 이곳에서, 시린 마음에 차가운 바람이 들지 않도록 막아주며 따뜻한 온기를 주려고 합니다.
마음을 전달받은 해바라기들은 내 손에 가만히 올려 놓으시며 맛있다고 수없이 먹어 보라고 주신 그 검은 고약들을 치우며 내 얼굴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누런 팩을 바르며 웃으시는, 나나이도 잃어 버리고 가족의 얼굴도 알아보지는 못하는 아픈 꽃님들이 그래도 나누어 주고 싶은 그 따뜻한 마음을 알기에 나는 감히 얼굴을 찡그릴 수도 화도 낼 수가 없습니다.
깨끗하게 목욕시켜 드리고 새 옷으로 갈아 입혀 드리며 비 오듯 흐르는 땀과, 지친 몸으로 다리가 후들거려도 참을 수 있는 이유는 해바라기 꽃들이 수고 했다며 ‘톡톡’ 두들겨 주는 그 손길에 다시금 힘을 내며 그 맑은 얼굴로 마주하며 웃을 수 있습니다. 조금의 생체기에도 마음 조리고 밤이 새도록 얼음팩을 대어 드리고 상태를 살피며 동동거리며, 자꾸만 무겁게 내려 앉은 눈두덩 이를 붙들고 씨름을 해도 무탈하게 지나간 밤에 대하여,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합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며 식음을 전패하고 멀고 먼 하늘 길 여행을 떠나시겠다는 어르신을 끌어안고 같이 울며 무너진 가슴 한 켠을 어루만져 드리고 또 어루만집니다. 이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나의 마음도 아리고 또 아립니다.
집으로 가시겠다며 시도 때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 앞을 서성이시는 어르신의 손을 잡고 온종일 요양원을 돌며 안타까운 그 모습에 수없이 집으로 가짜 전화를 걸어 드리고 내일이 되면 딸이 데리러 올 것 이라며 안심을 시켜 드리는 거짓말쟁이가 되었습니다.
침도 삼키기 어려운 어르신에게 한모금이라도 더 드리기 위해 1시간동안 갓난아이 달래 듯 생명수를 입안으로 가져갑니다. 온몸이 쑤시고 허리며 다리가 아프다는 어르신의 다리와 허리를 잡고 마음을 다해 주물러 드립니다. “좀, 시원하세요?”
TV에서 노인학대 뉴스가 나오면 예외 없이 그 다음날 보호자들의 빗발치는 전화를 마주하며 마치 내가 죄인이라도 된 듯이 온종일 고개를 숙입니다. 흰 서리가 앉은 나이 임에도 똥 기저귀나 가는 못 배운 것들이라며 폭언과 무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저는 어르신을 위해 여기 있습니다”하고 말합니다.
기저귀를 갈아 드리려고 다가 갔다가 커다란 바윗돌이 날아오듯 남자 어르신 발이 어느 새 나의 옆구리를 향했을 때 시퍼렇게 멍든 곳을 보시며 의사 선생님께서 가정폭력이면 도와주겠다고 했을 때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물 방울을 떨구며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해바라기 꽃 하나가 석양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마도 더 밝은 빛을 보기 위해 하늘 먼 길 여행을 떠나신 것 같습니다. 환절기에는 자꾸만 꽃고개를 숙이시는 해바라기 꽃들이 안쓰럽습니다. 꽃과 함께 미소짓고 떨구는 고개가 평안한 모습으로 밀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항상 내 곁에 머무를 것만 같던 그 여린 꽃잎들이 떨어지면 내가 좀 더 잘해드릴 걸 후회와 회한이 밀려오고 또 밀려 옵니다.
나를 바라보는 많은 꽃님들의 가슴속 아픈 상처를 만져주고 차가운 바람도 막아주고 활짝 웃는 해바라기 꽃밭이 될 수 있도록 나는 매일 매일 나의 마음을 가다듬고 품고 안고 보호해 줄 것입니다. 그래야만 나를 바라보는 꽃님들이 밝고 따뜻한 빛을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저는 지식도, 가진것도 많지 않지만 건강한 신체와 따뜻한 마음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에겐 해바라기들이 필요한 것은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만능 손이 있습니다. 해바라기가 어느곳에 있든지 찾아갈 수 있는 건강한 발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손과 발이지만 그래도 나의 손길로 돌봄을 기다리는 꽃님들이 든든하고 안심하여 마음 편안하게 생활 할 수 있는 따뜻한 울타리가 되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천사의 손이 있다면 제 손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꽃을 향해 나아갑니다. 저로 인해 사랑 그 따뜻함이 모두의 마음에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의 선물을 풀어봅니다. 오늘이라는 선물은 해바라기 꽃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해바라기 꽃 자체가 내게 행복이기에 해바라기를 보며 행복을 만끽합니다. 저는 해바라기들과 언제나 함께 행복을 이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