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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밥상
  • ['나의 나눔 실천 이야기' 수기 | 202307ㅣ글 박현주님ㅣ그림 김성민님]
저희집은 오늘 저녁반찬이 진수성찬입니다. 비지찌개, 오이무침,콩자반,닭복음,멸치볶음, 연근조림 등등.. 이만한 식단이면 진수성찬 아닌가요? 오늘만 그런것이 아니라 거의 매일 저희집 네식구는 풍성한 식탁에 감사하며 잘먹고 산답니다
저희 가족들이 이렇게 잘먹고 사는것이 형편이 넉넉해서도 아니고 식당을 운영하는것도 아니고 더구나 제가 직접 요리를하는것도 아니랍니다. 저는 올해 나이 쉰살이 되었는데요. 감사한 일 많은 행복한 주부입니다. 아니 이 행복이 작년부터 쭉 이어져 왔답니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일을 잠시 쉬었지만 워낙 활동적인 성격에다 일 하는것을 좋아하는데 나이 먹어서도 오래 일 할수있는 일터를 찾던중 폼나고 깨끗한 곳은 아닐지라도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부담스럽지 않은 구내식당에 취직을 했답니다. 뜨거운 불 앞에서 조리를 해야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일을하니 금새 일에 적응되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텅빈 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는가하면 먹기싫어 굶는데 다반사였는데요 그곳에서 일을 하면서부터는 꿀맛같은 점심을 먹게되었지요. 그러던 중 구내식당에서 남은 음식들이 그대로 버려지는것을 봤어요. 먹다 남은것이 아니라 깨끗한 반찬과 찌개들인데요. 반장님께 그날 남은 음식들을 제게 주시면 요긴하게 쓰겠노라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지요. 어짜피 음식물 분리수거를 해야하는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이 덜하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저희집 근처에는 소형임대 아파트 두동이있는데요 거기에는 독거노인분들이 많이 살고 계십니다. 그때부터 저는 매일 남은 반찬들을 비닐팩에 정성스럽게 나누어 담고 네다섯 집을 돌아가며 어르신들게 가져다 드렸습니다. 자주뵙는 분들이지만 더 반갑게 절 기다려주는 어르신들은 너무들 좋아하시더군요.
식당조리사들이 매일같이 만드는 즉석 반찬이고 맛도 좋고 메뉴도 다양하거든요. 점심시간 한시간동안 저는 얼른 밥먹고 반찬 싸가지고 들고가서 나누어주고 또 저녁퇴근 시간엔 야근일 하시는분들 저녁식사 기다렸다가 남은 음식 싸서 오는길에 들러서 주고 매일 그렇게 했습니다. 때론 조금 귀찮을때도 있고 번거로울때도 있었지만 항상 그 시간만 되면 혼자사시는 어르신들이 절 기다리고 저를 얼마나 반갑게 맞이해주시는지 서로 안고 포응하고 딸처럼 대해주셔서 마냥 기쁘고 즐거웠답니다.
이렇게 3년을 넘게 해오던중 전 뜻하지 않게 척추종량 이라는 진단을받게 되었고 그동안 매일 찾아뵙던 할머니들께는 사정 이야기를 하고 건강해서 돌아오겠노라고 인사드리고 거동이 좀 나은 할머니들을 직접 연결해 드린후 전 그 회사를 퇴사하고 병원생활에 들어갔습니다.
작년겨울 제 사정을 너무나 잘아는 직장언니 두분이 그때부터 제가 하던일을 대신해서 어르신들께 드릴 반찬을 싸는데 다른 사람은 걱정말고 치료나 열심히 잘 받으라며 위로해주시고 제 가정도 반찬을 싸서 주시는 겁니다. 입원하고 수술하고 재활 치료까지 우리남편과 아이들에게는 반찬해줄 겨를도 없이 투병생활에 지쳐있엇는데 이렇게 정성스럽게 담아 챙겨주고 또 입원할때는 병원까지 챙겨오곤 했답니다. 거의매일 반찬을 챙겨다주면 어떤 때는 열가지나 되는 반찬을 두고 식사를 할때도 있답니다.
사실 너무많아서 다른분 많이 드리고 저는 조금만 주세요 하면 그래도 이것,저것 많이 먹어야지 빨리 병이 나을거 아냐..부지런히 먹고 빨리 나아야된다! 다 완치되면 이렇게 많이 안 갖다준다 하며 농담도 하십니다.
요즘은 할머니들이 저를 보고싶다며 더운 날씨에도 저희집에 오시는데요. 한 할머니는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한 장을 저에게 쥐어주며 “ 아~이~구 젊은 양반이 얼른 나야지~이돈으로 병원 오고갈 때 따뜻한 밥 한끼라도 사먹어” 하며 주시는가 하면 또 한 할머니는 호박죽을 따뜻하게 직접 끓여 오셔서 “입맛 없을땐 호박죽이 최고여” 하시며 보온병에 담아 오십니다. 할머니 힘드실텐데~ 뭘 이런것까지 하셔서 가져오세요 감사히 잘 먹을께요.
인사를하면 할머니들은“ 그동안 젊은 애기 엄마가 우리들한테 맛잇는 반찬 많이 싸다줬잖아 얼마나 맛잇게 먹었는지 몰라~ 어여 건강해야되 ” 하시며 그동안 고마움을 표현하셨습니다. 저요 할머니들 가고 나면 행복함에 눈물이 절로 나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