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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엄마들! 나눔장터 도전!
  • ['나의 나눔 실천 이야기' 수기 | 202307ㅣ글 사토나나에님ㅣ그림 백승혜님]
나는 일본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다. 남편은 한국인이다. 아이를 셋 낳고 가족 5명이 함께 산다. 한국으로 이주한 지 18년이 되었다. 지금은 아이들도 중학생, 초등학생이 되어서 손이 가지 않게 되었지만, 육아는 아이가 몇 살이 되든 쉽지 않다. 어느 날 내가 사는 지역의 가족센터에서 [품앗이]라고 하는 생소한 프로그램의 인원을 모집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매달 세 가정이 모여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거나, 놀이하면 약간의 지원금을 준다는 것이다. 나는 일본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에서 생활하며 아이들과 놀기 위해 돈을 쓰는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일본의 결혼이주여성 엄마들에게 어렵게 말을 걸게 되었다. 다른 엄마도 아이들을 위해 하고 싶다고 했다. 공동육아나눔터 선생님이 선정됐다고 연락 와서 설명을 듣는데 내가 이 지역에서는 최초의 결혼이주여성 품앗이라는 사실을 알고 포기하려고 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서류가 다 한국어라서 어렵기 때문이었다. 육아도 어려웠는데, 한국 엄마들 사이에서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망설여졌다. 하지만 공동육아나눔터 선생님이 품앗이 설명을 정중히 해주셨다. 나는 그 설명에 마음이 움직였다.
"품앗이란 한국에 있는 옛날부터의 문화입니다. 지금도 김장을 할 때나 모내기를 할 때 품앗이를 합니다. 마을에 사람들이 함께 도우며 가정행사를 진행합니다. 우리의 품앗이는 육아를 모두 함께해 나가는 것입니다. 엄마들이 혼자서는 어려운 육아를 서로 협력하며 지탱해 나가기 위한 모임이 품앗이입니다."라고 설명해 줬다. 나도 같은 마음으로 일본의 엄마들에게 권유했었고 선생님의 말씀으로 그때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품앗이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다른 엄마들에게 전달했다. 엄마들은 매우 기뻐했다. 나는 몇 번이나 망설였고 몇 번이나 겁이 났지만 결심하고 이 지역에서 최초의 일본인 팀으로서 품앗이하기로 했고 팀의 리더가 되기로 했다. 나는 선생님 말씀의 감동했고 품앗이는 한국의 아주 훌륭한 문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에게는 매우 필요한 문화라고도 느꼈다.  우리는 팀 이름을 일본인이 좋아하는 꽃 이름으로 지었다. 꽃처럼 예쁜 사쿠라팀은 품앗이를 통해 서로의 아이들을 함께 놀게 하며 한국 문화인 품앗이를 체험했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모여 함께했다. 어떤 달은 두번도 세번도 모이기도 했다.
일본인이기 때문에 느끼는 한국과의 문화차이와 육아의 차이를 이야기했고, 일상 이야기나 육아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때로는 말하기 힘들었던 서로 힘든 점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풀었다. 아이들과 함께 놀음으로써 서로의 사정을 알고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연락하고 도울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진짜 친정언니가 되어주고, 친정동생이 되어준 것이다.
아이들도 세 가정이 자연스럽게 형제자매 관계를 만들었고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봐주고 있다. 3년 사이에 아이들은 많이 성장했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는 중학생, 유치원이 초등학교, 유아가 유치원에, 그리고 아기였던 아이는 이번에 여동생이 생겼다.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하고 도우며 사쿠라팀 품앗이 아이들은 모두 다 서로의 가족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품앗이팀을 담당하는 공동육아나눔터에서 나눔장터를 하게되었다. 품앗이 팀들이 작은 가게를 내고 아이들이 상품을 팔면서 놀게 하는 기획이었다. 또 판매한 수익금을 장애가 있는 지역의 다문화가정 아이에게 기부까지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사쿠라팀과 품앗이 엄마들 모두가, 함께 모여 주체적으로 기획했다. 나눔장터의 하나하나를 아이들의 안전과 아이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을 중심으로 생각했다.
우리 사쿠라팀은 우리만의 특징을 살린 가게로 만들기로 했다. 여름방학에 일본으로 귀국하기 때문에 일본 물건과 재료를 가져와 팔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10개 팔고 싶은 것을 준비하도록 했다. 그리고 일본의 문화체험을 위해 축제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장마차 중 하나인 물풍선낚시를 준비하기로 했다. 나눔장터 전날에는 사쿠라팀은 물풍선 준비를 위해서 오전부터 모였었다
물풍선 준비는 생각하는 것보다 바빴다. 일본에서는 체험은 했지만 포장마차를 내본 적이 없어서 준비도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한국 아이들에게 일본 문화를 체험해준다니 일본인으로서 너무 기뻤다. 오후부터는 품앗이 엄마들이 포장마차 손질, 포토존 풍선아트 준비를 위해 모였다. 포토존 풍선아트를 한국의 엄마들과 함께 만들게 되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는 참여했지만, 다문화가정만 대상인 프로그램이 많아 한국인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우리 결혼이주여성 품앗이팀에게 매우 값진 경험이 되었다. 품앗이 모임은 엄마라는 공통점에서 하나가 될 수 있으므로 인종이나 문화의 차이가 상관없다. 아이를 즐겁게 한다는 목표 아래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어머니라는 같은 처지에 나라도 인종도 문화도 상관없다고 느꼈다.
나눔장터 당일 아침부터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품앗이 위원회와 리더들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준비되어갔다. 시쿠라팀의 아이들이 상품을 파는 테이블과 물풍선낚시를 하는 대야를 준비했다. 대야에 물을 부어 위에 형형색색의 물풍선을 띄웠다. 한지를 꼬인 끝에 낚싯바늘을 단 낚싯대를 준비했다. 운영위원 엄마들은 솜사탕, 떡볶이, 팝콘을 준비했다. 오후부터 품앗이 팀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아이들도 즐거워 보였다. 각 팀 부스에 상품이 진열된다. 품앗이팀들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진심 어린 기부로 모인 많은 상품이 늘어섰다 나눔장터가 시작되자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번졌고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쿠라팀 부스도 많은 아이들이 모여들고 일본 과자며 음료수는 금방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부스 앞에 설치한 물풍선낚시도 여러 가지 색깔과 무늬가 있어 여러 번 도전했었다. 사쿠라팀 아이들도 준비한 상품이 팔리자 좋아했고 아이들은 자신의 물건을 판 돈으로 다른 부스의 상품을 샀다. 솜사탕은 몇 번이나 줄을 서서 먹어 혀가 솜사탕 색깔로 변했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눔장터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품앗이 엄마들 모두와 함께 나눔장터가 성공한 것을 기뻐했다.
우리 사쿠라팀은 한국의 엄마들과 협력하여 나눔장터를 마칠 수 있었던 것에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해했었다.  나는 예전에 남편한테 "너도 한국 며느리처럼 뭐든지 혼자 할 수 있게 돼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슬펐다. 내가 한국에서 사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리 사쿠라팀은 충분히 한국의 엄마들처럼, 아니 어떤 나라의 엄마가 아니라, 그냥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을 누구보다도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에게 나눔장터에 참가한 것과 품앗이를 계속해 온 것은 내가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나눔 받는 기회였다. 그리고 나 자신을 더욱 큰 사람으로 키울 기회가 되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고 지역 사람들과 함께한 경험은 앞으로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결혼이주여성으로서의 나는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지역을 위해 이 나눔을 계속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누군가가 기뻐할 수 있다면 기꺼이 봉사나 재능기부를 해 나갈 것이다. 나의 모든 노력과 자신감이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지고 그 나눔들이 더 멀리는 조금이나마 한일관계를 좋게 만들어가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