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선생, 다시국물이랑 간장양념은 우리가 알아서 준비할게 걱정하지 마이소~!”.
우리 ‘행복한 만남’ 주민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 동네인 부산 남구 우암동 189번지 주민들과의 행복한 만남을 가질 준비를 한다.
“내 같이 예쁘지도 않고 나이 많은 사람이 사람 만나는 활동을 해도 되는가 모르겠다.” 하시면서도 어떤 행사든 어떠한 만남이든 준비를 할 때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시는 분들이 바로 2013년 ‘건강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결성된 우암동의
마을활동모임 ‘행복한 만남’이다. 말 그대로 행복한 만남을 이어나가고 마을에 확장시키시고 계시는 분들이다.
매주 목요일마다 만남을 지속하며 마을을 청소하기도, 마을에 소외된 이웃에게 나눔을 베풀기도 하며 마을 전반적인 모든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발로 뛰어다니시는 분들이다.
이번에는 첫 번째 나눔 테마였던 천연 비누만들어 나누기에 이어 ‘어묵잔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복지관에 후원이 들어온 꼬치어묵을 활용할 방안을 복지관 선생님들과 생각하다 우암동 189번지 이웃들과 나누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이 활동에 앞장 서주실 만한 분들을 추천하던 중 이 활동에는 우암동 주민으로만 구성된 ‘행복한 만남’ 어머니들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누만들어 나누기 활동을 할 때도 이웃과 만나는 기쁨 때문에 연신 눈물을 흘리고 다닌 이후였던 터에 어머니들께 제안을 해보기로 했던 것이다.
그 이야기가 나온 이후에 마침 행복한 만남 회원들이 직접 만든 천연 비누만들기 활동을 189번지에서 진행하였고 활동이 마친 후 조심스럽게 어머니들께 어묵잔치를 제안했다.
“저기 어머니, 저희 복지관에서 후원 받은 꼬치 어묵이 많아서요.. 이걸로 어묵 잔치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라는 질문에 “뭐 국물오뎅하는거 일도 아닌데 하면 되지! 양만 안모자라게 해주소 어르신들 싸움 안나구로~!” 라고 단번에 대답해 주신다.
다시국물 내는 것도 그 전날 직접 복지관으로 와서 봐주시려고 하시다가 189번지와 더 가까운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내려오겠다고 하셨다.
189번지에는 빈집과 빈상가들이 많다. 재개발 문제로 인해 개발되지도, 사람이 살지도 않는 장소가 너무나 많고, 동네가 급격하게 고령화 되고 있어 주민들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리동네이지만, 그래도 집안에만 있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다같이 더불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보는 것이 우리 행복한 만남의 꿈이다.
주기만 하는 행사보다 더 의미있는 행사를 기획하기 위해 ‘어묵을 드시기 위해서는 이웃과 나눌 쌀 한줌을 가지고 오시면 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살고계시는 주민들에게 홍보하였다. 주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결정적으로 필요한 화구도 복지관 후원자가 당일날 직접 마을에 설치해 주시기로 약속해 주셨다. 이렇게 따스한 손길들이 하나, 하나 보태져서 잔치가 만들어졌다.
소박한 마음으로 준비한 잔치가 온 동네에 행복바이러스를 전달하고 있었다.
잔치 당일 각 담당자들과 우암동 189번지의 빈 상가에 책상을 세팅하고 있는 데 저 멀리서 머리에 다시 국물이 들어 있는 큰 냄비 몇 개를 머리에 이고 오시는 행복한 만남 어머니들의 모습이 보였다. 요즘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다함께 모여 국물다시도 끓이고 어묵꼬치도 끼우면서 대화하는 중 오늘 행사에 대한 설렘이 커져갔다.
어르신들을 안내하는 역할, 국물 떠주는 역할, 어묵 분배하는 역할, 치우는 역할, 쌀 기증받는 역할 등 역할들을 다양하게 분배하면서 우리의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아 이 동네 사람들 다 아는얼굴이라서 좀 부끄럽다, 남사시릅다(부끄럽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중간중간 물이나 휴지 등 필요한 준비물을 인근 상가에 들어가 당당히 협찬 받아오시는 어머니들을 보니 범접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행사 초기에는 대학탕에서 장사를 하는 약장수들로 인해 많은 어르신들이 그쪽으로 가 계시는 터라 어묵잔치에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약장수 행사가 끝난 뒤에는 많은 숫자가 어묵잔치에 참여해 주셨다.
사람들이 많이 오든 작게 오든 한분 한분을 성심성의껏 대접하시고 인사하시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니 사회복지사로서 마음에 뿌듯함과 어머니들에 대한 존경심, 감동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느껴졌다.
어머니들은 쌀 한줌을 기증받는다고 말씀 드렸을 때에도 “주민들한테 쌀 내라하면 오겠나?”라고 말씀하셨지만 막상 앞면이 있는 주민들이 어묵을 먹으러 왔을 때에는 쌀뿐만 아니라 후원금을 대뜸 요청하시기도 했다.
이렇게 반전이 있는 행복한 만남 어머니들 덕분인지 쌀을 담는 189번지 장독대에는 쌀이 3분의 2가 차올랐고 후원금 3만원, 가습기, 어르신들이 기부하시는 오예스 등을 후원물품으로 받기도 했다.
어묵잔치에 오신 많은 어르신들과 주민들이 국물 맛을 어떻게 이렇게 잘 냈는지 맛이 참 좋다며 칭찬해주셔서 행복한 만남 어머니들의 표정이 행사 내내 밝았다. 우리 사회복지사들도 간간히 어묵과 국물의 맛을 느끼며 힘을 낼 수 있었다. 국물을 안 먹어 본 사람들은 말로 설명해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진하고 깊은 맛이었다. 어머니들의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서 맛이 두 배가 된 것 같다.
이 잔치를 통해 이웃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복지관 밑반찬 도시락 서비스 이용자이신 어르신들이 서로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같은 한마음 경로당 어르신이 당신보다 몸이 더 불편한 어르신을 부축해서 함께 드실 수 있는 시간, 앞 집 살았던 행복한 만남 어머니를 만나 반가운 어르신..
자그마한 정성으로 베풀었는데 하는 내내 행복했다는 우리 행복한 만남 어머니들은 이제 우리가 회비를 더 많이 걷어서 주민들을 대접하자고 말씀하신다.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만남과 행복한 이야기들이 번져나갈 것이다.
189번지, 이 곳에는 따뜻한 국물 한 모금에 스며든 따스한 사랑이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