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원장님! 영일(가명)이가 오늘 도 신문 훔치는 거 봤어요.”
“원장님 저도 저도 봤어요 신문을 쓩~~했어요.”
“영일이는 진짜 나빠요, 전봇대에 신문 아저씨꺼 다 들고 왔어요.”
오늘도 직업재활시설 장애인 친구들이 출근하는 동안 영일이가 한 일을 감시하고는 원장님이 출근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달려든다.
영일이는 직업재활시설에서 직업재활을 받고 있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친구이다.
자폐성 장애인의 특징은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에 매우 집착을 하며, 타인과 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 영일이는 신문과 버스의 관심이 매우 많다.
집을 나오면서 다른 집에 배달된 신문은 물론, 전봇대에 붙여진 생활정보지, 버스 정류장 앞에서 난전에 파는 스포츠 신문들 모두 영일이가 발견하면 아무런 고민 없이 자신의 가방에 넣고 본다. 신문을 한가득 들고 있으면, 지나가는 친구들이 종일 팔을 흔들며 인사를 하더라도 오직 관심은 신문과 지나가는 버스뿐이다.
지역주민으로부터 신고도 많이 받고 도둑이라며 누명도 많이 받아서 영일이의 뒤를 쫓으며 잘못했다고 여러 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영일이가 가져간 신문 값을 지불하는 것이 영일이 부모님의 일이 되어버렸다.
이것을 본 친구들이 어느 순간 영일이가 도둑이라고 이야기하더니,
자신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자신의 말에 신경도 안 쓰는 영일이가 얄밉다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둑이라고 놀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교육을 해도 영일이의 행동은 물론 친구들의 놀림은 갈수록 더 심해져만 갔다. 부모님도 이제는 지쳐서 체념을 하는 모습이었지만, 아이들을 책임지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그러기에는 신념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 누구나 강점이 있다는 그 강점이론이 나의 사회복지 신념이 아닌가?
영일이가 신문을 좋아하니깐 그래... 그게 강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영일이의 문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영일이가 출근할 때 양손가득 들고 오는 신문을 넓은 책상에 펼쳐놓고 공책 한 권과 풀, 자, 가위를 준비했다.
“영일아, 지금부터 매일 아침 출근해서 영일이가 가져온 신문을 여기 공책에 붙일거야. 가장 마음에 드는 신문기사 한 개만 선정해서 신문제목, 신문기사, 날짜를 이렇게 잘라서 붙이고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를 적는거야.”
라고 설명하며 영일이가 가져온 신문한개를 싹뚝싹뚝 자르며 보여줬다. 신문이 잘리는 모습에 흠칫 놀라는 모습이였지만 카리스마 원장님의 모습에 거부하지 않고 지켜만 본다.
원장님의 시연에 따라 영일이가 신문을 자르고 위치를 가르쳐주면서 붙이는 것을 알려줬더니, 곧잘 따라한다. 하지만 붙인다고 끝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를 찾아서 써야지만 한 개의 신문이 끝이 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참을 볼펜을 들고 있더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포기해버리면 안될 거 같다고 하시면서 원장님은 식사를 신문정리가 끝나면 영일이와 함께 식사를 할 거라며, 식사시간에도 신문의 가장 좋아하는 단어찾기를 하고있다.
시간을 꼭 지키는 영일이는 설마설마 하는 마음으로 “설마 원장님이 밥도 안 먹고 신문을 할까..”라고 생각했는지 아직도 찾지 못하고 볼펜으로 책상을 두드리고 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1시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또 한시간이 지났다.
영일이는 마음이 급해졌는지 신문과 시계, 원장님을 여러 번 번갈아가면서 보더니 책상가득 펼쳐진 신문을 스크랩하며 좋아하는 단어를 단숨에 적어간다. 9시 30분부터 시작된 신문수업은 3시가 조금 넘어서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둘이서 먹는다.
원장님은 영일이와 신문수업을 위해 자신의 일은 야근으로 대체하며 한 달을 영일이와 신문수업으로 실갱이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날 쯤 일이 났다.
매일 많은 신문을 가져와서 신문수업 하는 것이 힘들었는지 신문을 들고 오는 양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적게 들고 오면, 빨리 마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여 신문이 계속 계속 줄어들더니 두 달이 지나서는 신문을 스크랩한 것이 스프링 공책 한 권을 채웠다. 신문왕 상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영일이는 신문을 가지고 매일 매일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 상을 받는거야.”
라고 이야기를 하며 친구들 보는 앞에서 영일만의 시상식을 진행했다.
다른 친구들이
“우와... 영일이 진짜 똑똑하네, 저런 것도 하고...”
영일이가 받은 상이 부럽기도 하면서 축하해주는 모습이다. 상을 받은 영일이의 표정은 크게 변화가 없었으나 다음날 처음으로 신문을 한 개만 들고왔다.
신문 한 장을 달랑 들고 있는 영일이에게
“영일이는 다른 친구들이 영일이를 보고 무어라고 불러요 ?”
그러자 원장님을 빤히 보더니 “신문도둑!!”
“영일이는 신문도둑 아니예요”, “영일이는 신문도둑 아니에요.” 원장님의 질문에 영일이가 말문을 열더니 흥분하여 신문도둑이 아니라고 여러 번 외친다. 자신도 신문도둑이라는 말이 싫었지만 내색을 하지 않은 것이였다.
장애라고 해서 인격이 없고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닌데,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영일이가 매일 다른 집에서 신문을 들고 오고 전봇대에 있는 신문을 가득 들고 오고 버스 정류장 할머니 신문을 가득 들고 와서 친구들이 그렇게 부르는 거야.”
“내일부터는, 부모님이 읽은 신문 한 개만 들고 와서 원장님이랑 신문 공부하는거야.”
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놀랍게도 다음날, 부모님이 읽은 신문이라며 신문 한 개를 내민다.
그러고는 부모님이 놀라서 전화가 왔다.
“영일이가 오늘은 이상하게 다른 집 신문을 안 들고 가네요, 평소에 못 보던 국방신문이 아랫집에 오는 날이었는데 그것도 안 들고 가고.. ‘부모님 읽었어요’를 반복하더니..”
“그래, 읽었어.. 읽었어.”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쏜살같이 신문 한 개를 들고가네요.”
“이게... 무슨 일인가요?” 라고 이야기하며 기쁘면서 믿어지지 않아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이제부터는 신문을 가지고 NIE수업을 진행할거라고 말씀드리고 부모님께 싸인을 받고 꼭 격려를 부탁드렸다.
그날 이후 지금 2년이 지났다.
벌써 4권의 공책을 마무리 했고, 5권의 신문공책에 공부중이다.
자폐친구들의 특성상 한번 관심을 가진 것은 집착하고 마는데 영일이는 신문공책과 신문수업에 관심이 바뀌어서 매일 공부하고 매일 확인해줘야 하는 원장님과 부모님이 힘듦을 호소하지만 이제 도둑이라는 누명대신에 신문천재라는 별명이 바뀌었다.
소신으로 바뀐 영일이의 별명^^
오늘도 영일이는 신문공책을 들고 오며 하루종일 언제 검사해줄 거냐고 보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