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어색했던 첫 만남. 사실은 너희들이 조금 무서웠단다.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는 뻣뻣한 몸으로 내 품에 안길 때면 너를 놓칠까 혹시 다치지 않을까 늘 조마조마 했어.
뇌병변장애 1급이라는 몸으로 나의 아들, 딸이 된 40명의 아이들. 지금은 날 바라보는 눈빛, 웃음 하나로 행복하지만 처음 너희들을 만났을 때는 두려워서 도망치고 싶었단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나는 아니기를 바랐어. 처음 너희를 마주하던 날 모든 것이 어렵기만 했지. 밥 먹이고 휠체어에 앉히고 옷 입히는 것 하나 하나 어느 것도 쉬운 것이 없었어.
‘왜 하필 내가 너희에게 왔을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늘 가슴 한편에 떠날 준비를 하며 너희를 만났던 엄마였다는 것을 알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너희들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난 진짜 엄마로 성장하고 있었어. 24살 누군가에게 엄마라고 불리기에는 어린 나이였지만 어느덧 엄마라는 말이 익숙해져갔어.
24시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너희들. 내 손과 발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엄마에게 모든 것을 의지해야만 했던 너희들. 처음에는 아무 대답 없이 날 바라보며 웃는 너희와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색하더라. 그런데 나중에는 말을 하지 않고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낄 수 있게 되었어.
어느 날 늦은 저녁,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분명 다들 재우고 거실로 나왔는데 어디선가 “똑똑, 똑똑” 벽을 치는 소리가 났어.
이상해서 방 안을 바라보니 한 아이가 데굴데굴 굴러 나와 이불 밖에서 놀고 있더라.
데리고 나와 무릎을 베어주니 어찌나 예쁜 미소로 “하하 하하.” 웃던지 아기보다 더 곱고 작은 부드러운 손으로 엄마 손을 꼭 잡는 너를 보는데 너무 행복한 거야.
그 후로 한동안 잠도 안자고 데굴데굴~ 굴러 나와 엄마랑 놀려고 하는 너를 겨우 잠들게 했지만 나를 엄마로 또 친구로 그렇게 따라주는 너희가 있어서 하루하루 행복했단다.
반짝이는 큰 눈과 예쁜 미소가 너무 예뻤던 듬직한 아들. 눈을 깜빡이는 걸로 의사소통을 하고 행복한 웃음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얼굴을 찌푸리는 걸로 힘든 걸 표현하던 너. 매일 침대에만 누워서 생활하는 너지만 크고 반짝이는 눈과 미소로 엄마들의 예쁨을 독차지 했지.
가끔 엄마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어. 너희들은 아픔이 있을까? 슬픔이 있을까? 라는 생각..
참 어리석었지. 너희들도 답답하고 가끔은 너무 슬퍼 눈물도 흘린다는 것을 직접 겪고 난 후에야 느낄 수 있었던 부족한 엄마였어.
항상 밝게만 보였던 명랑하고 씩씩한 딸. 말은 할 수 없지만 엄마 말을 알아듣고 행동하는 너. 언니로써 엄마를 제일 많이 도와주고 스스로 휠체어에 앉는 네가 사실 많이 대견했어. 그런데 어느 날 너무 서럽게 울더라.
당황한 엄마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왜? 왜 이렇게 서럽게 우는 걸까?’
답답했던 거였어. 그 마음 진작 알아채지 못한 엄마가 너무 미안해. 다른 친구들보다 인지가 있는 너였기에 밖에도 나가고 싶고 시설에서만 지내는 생활이 지루했을 거야. 꼭 안아주고 토닥 토닥 위로해 주는 것밖에 할 수 없어서 너무 안타까웠단다. 그 후로는 널 데리고 밖에 자주 나가도록 노력하게 됐어.
멀리는 아니지만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하고 밖으로 산책 나가는 시간을 주게됐지.
‘우리 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와중에 정말 좋은 사업 하나를 만들게 됐어. 한 번 외출할 때면 너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하고,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세상 속으로 힘차게 한걸음 내 딛을 수 있도록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거든.
땅 끝에서 서울까지 “한반도 네 바퀴로 걷다.” 휠체어로 국토 횡단하기.
‘할 수 있을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고, 왜 그 힘든 도전을 하려고 하는지 한숨부터 쉬었지만 우리 엄마들은 꼭 도전해 보고 싶었어. 너희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도전을 멈출 수 없었지.
너희들과 국토횡단을 하며 감사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어.
각 지역들마다 경찰아저씨들이 너희가 지나는 길을 함께 다니며 쌩쌩 지나는 차들을 통제해 주셨고, 멋진 군인아저씨들이 너희의 다리가 되어 주었지.
혹시 불편하지 않은지 엄마들이 너희의 손이 되었고, 간호 선생님이 건강을 살펴가며 우리는 무사히 어려운 도전을 마칠 수 있었어.
그때의 그 감격과 뿌듯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거야. 우리가 해냈다는 감동, 모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너희에게 이번 경험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라 엄마는 믿어. 무엇보다, 힘들었지만 멋지게 버텨준 너희들이 정말 자랑스럽단다.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고 조금은 더디지만 너희들은 지금도 충분히 멋지고 예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세상 어떤 아이들보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 딸! 지금처럼 예쁜 웃음 간직하고 건강하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