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손톱이 자랐어요.”
처음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면서 만났던 은아의 이야기이다. 은아를 만난지 꼭 3개월 되던 날 흥분된 모습으로 은아가 나에게 달려와 손을 내밀었다. 보통 아이들은 그냥 손톱이 자라면 손톱깎이로 잘라내고 깔끔하게 정리하면 되는데 웬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만 은아에게는 손톱이 자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대단한 일이었다.
은아를 처음 만났을 때는 정서불안이 옆에서 느껴질 정도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다리를 떨고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래서인지 손톱 끝에는 늘 피가 고이거나 뜯어진 손톱을 또 물어뜯어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은아의 아버지께서는 늘 일을 하신다고 밖에서 생활하셨지만 경제적으로 힘드셨고 가족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으며,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이들을 전혀 챙겨주지 못해 조금은 방치되었고 위로 언니들은 나이차이가 많이 났고 언니들도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인지 은아를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
은아는 늘 혼자였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했다. 그래서인지 처음 만났던 은아는 조그만 일에도 화를 내고 소리치고, 싸우고 여자아이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손톱도 물어뜯어 상처 나고 못나보였으니 주위에는 친구가 없었다.
나는 복지관 방과 후 교실에 참여하는 은아를 매일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안쓰러운 마음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한 번 더 안아주게 되었다.
“은아는 너무 예쁜데... 손톱이 자랐으면 더 예쁘겠다.”
“은아, 오늘은 손톱이 얼마나 예쁜가 볼까?”
“은아야 이제 손톱이 좀 자란 거 같다.”
“은아 손 너무 예쁜데...”
“은아는 손처럼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예쁜 거 같아.”
“은아야 선생님이 은아 너무너무 사랑하는 거 알지?”
“은아 화이팅!”
이렇게 만날 때마다, 그리고 잠깐이라도 스칠 때 마다 은아에게 관심을 가지고 표현해 주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어색해 하고 나를 보면 도망치던 은아가 어느 날 흥분된 모습으로 나에게 달려왔다.
“선생님, 손톱이 자랐어요.”
“와~ 은아야, 축하해. 너무 예쁘다.”
나도 모르게 은아를 안고 은아를 빙빙 돌리며 같이 기뻐했다.
그 후로 은아가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조그만 일들에 화를 내는 횟수가 줄기 시작했고 자주는 아니었지만 친구들에게 양보도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은아의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처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가 사회복지사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그리고 은아와 같은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어 있고 또 나의 힘이 너무나 약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아이들에게 꿈을 꾸게 만들고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오늘도 첫 마음처럼 아이들을 만나면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며 꼭 안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