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메말라가던 저의 마음에 ‘사랑’이라는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 준 수호천사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우리 사회의 미래 소망인 새길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새길이들!”입니다.
그 동안 이기적이고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살아왔던 저는 6년 전 십이지장암으로 두 번씩이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를 깨닫게 되면서 우연히 우리 지역의 새길이들을 만나게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센터 아이들의 하나같은 가슴 아픈 사연을 보고 들으면서 ‘아이들 간식이나마 조금 후원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자원 봉사를 하게 되면서 새길지역아동센터를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많은 천사들 중에서 센터대표, 맏언니인 중학생 최미영(가명)이 자매와의 인연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미영이 자매는 3년 전쯤 삶에 몹시 지쳐 보이는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우리 새길지역아동센터로 찾아왔습니다. 그때 미영이 자매는 무척이나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이었습니다. 대화는 신경질적이었고, 모든 사람을 대할 때는 적대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얼마 후 미영이자매의 엄마는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3교대 근무하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고 두 자매는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방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 놓인 자매를 보고 아동학습 자원봉사자로 3년째 봉사 하던 저는 아무런 갈등없이 “밤 9시까지 제가 야간에 아이들을 센터에서 돌보면 안될까요?”라고 시설장님께 제안했습니다
제 주위 분들은 모두 ‘자기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저 별난 아이들과 어쩌려고 그러지?’ 등 칭찬보다는 오히려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하지만 경계와 불안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눈빛을 웃음 가득한 눈빛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은 심정으로 아동야간보호를 시작하였습니다. 야간에 보호자의 부재로 말미암아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방임되는 아동들을 모아서 저희 센터에서 아동야간보호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양한 아동들이 모집 되었습니다. 아동들을 모집해 보니 저의 생각보다 미영이 자매를 비롯한 아동들의 마음 상처가 더 깊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암 수술 이후 저의 지친 몸과 마음이 등산을 통해 치유되어 가던 경험으로, 이 아이들 역시 나와 같이 등산을 하면서 자연과 함께 소통 하게 된다면 마음의 병이 많이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숲 치유’라고나 할까요?
물론 등산이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환영받지는 못했을 뿐만 아니라 즉시 효과를 볼 수 없었습니다. 등산을 시작한 것이 때마침 한 여름이라 무더운 날씨 때문에 센터 뒷산에 올라가는 첫날부터 ‘선생님! 왜 이리 힘들게 올라가야 해요? 안 올라가면 안돼요? 더워죽겠어요!’라는 불평과 불만이 계속되었습니다. 넘어져서 무릎에 상처가 생긴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워 순간순간 ‘이 프로그램을 그만둘까?’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굳은 표정의 아이들이 막상 정상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저 먼 산들을 바라보며 웃음 띠는 모습에서 저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을 향한 희망과 용기가 생겼습니다.
여전히 이렇게 티격태격하면서 등산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꼬박 두 달쯤 지난 어느 날, 미영이는 불쑥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그 동안 많이 힘들게 했죠?” 순간 저는 짠한 마음이 들어 아무 말 없이 그 아이를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비록 등산 하는 중에는 짜증과 불만이 많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믿고 따라와 준 아이들에게 오히려 제가 고마운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얼음처럼 딱딱해서 도저히 녹지 않을 것만 같았던 미영이와 아이들의 마음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바람으로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등산과 숲 체험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오히려 새길이들이 등산을 더 좋아하고 제가 뒤쳐져서 꼴찌로 따라가고 있답니다.
언제나 짜증과 말대꾸로 저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던 미영이는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하는 친구로 바뀌었고, 우리 센터의 운영위원회 이용아동대표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처음 우리 센터에 올 때가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3학년인 지금까지 성적이 쑥쑥 올라서 이번 3학년 2학기 기말 고사에서는 반 등수 2등을 하는 기적을
이뤄내며 센터 친구들과 동생들의 로망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미영이 동생은 특기 적성으로 컴퓨터를 열심히 배우더니 얼마 전 ‘정보검색 전국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는 또 하나의 기적을 일구어 내었습니다.
그 아이들과 함께 저 또한 더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은 어엿한 사회복지사로서 센터 아동들에게 더 나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쁨으로 일하고 있답니다.
저의 건강 또한 몰라보게 회복되어 암환 자였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이라고 하기도 하지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들이 저를 건강하게 하는 일이 되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답니다.
참, 우리 미영이의 꿈이 뭐냐고요? 조금 부끄럽지만, 저와 같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늘 웃어주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랍니다. 혹시, 지금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 힘든 삶을 살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저처럼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는 기회라 여기시고 우리 새길이들과 함께 희망 이야기를 만들어 가지 않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