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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아들아 화이팅!!
  • [자원봉사활동수기 | 201010 | 강미선님] 나의 아들아 화이팅!!
6월 18일 저녁 8시가 다 되어서 전화벨이 울렸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셨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라 나는 아들이 학교에서 무슨 사고라도 친 것은 아닐까? 하고 은근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선생님 말씀이 학습 부진아이며 지적으로 약간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짝꿍으로 두고 있는데
그 친구가 점심을 먹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책상과 의자 위에 구토를 심하게 해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하신다. 때문에 다른 친구들은 우웩~ 하면서 복도로 나가기도 하고 창문을 여느라고 정신이 없는데 그 와중에 나의 아들은 구토하는 친구의 등을 두드려 주더니 걸레와 휴지를 갔다가 토한 것을 치우고 있어 선생님께서는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이렇게 전화한 것이니 칭찬 좀 많이 해 주시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기특한 마음에 아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나의 아들은 아직 5학년으로 철없이 장난만 칠 줄 아는 남자아이로 마냥 애기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의젓할 수가 있을까! 내가 부모로서 부족한 점이 많아 해 주는 것은 없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도록 키우려는 노력에 조금이라도 노력해 주고 있는 듯 했다.
얼마 전의 일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지적 장애인 시설인 사랑의 집이 있는데 그곳에 가끔 중학생인 누나를 따라 봉사활동을 간다. 뭐 별다른 걸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 있는 생활인들과 놀아 주기도 하고 큰 솥에 물도 끓여 청소하는 걸 도와주기도 하며 스스럼 없이 지내다 오는 편이다.
그런데 사랑의 집에 가면 항상 복도에만 앉아 있는 아저씨가 있다. 다리가 부실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니까 다른 시설생 중에 조금 더 상태가 좋은 한분이 밥도 챙겨 주고 소변도 봐 주고 하신다. 이날도 여느때 처럼 이분을 다른 시설생이 밥을 먹이더니 양치할 준비를 해 나름대로 성의껏 양치를 시켜주곤 깨끗해진 모습에 스스로 만족을 하셨는지 예쁘다며 머리를 쓰다듬고 계셨다.
그 모습이 마치 어버이가 자식을 쓰다듬는 모습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의 아들이 그 모습을 보더니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고 서있는 것이 아닌가! 나와 누나는 당황했고 그곳의 원장님도 당황을 하신 듯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들 말은 이랬다. 도와주는 아저씨도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생각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정상적인 우리들보다 더 따뜻하고 예쁜 마음을 가졌다며 그냥 보고 있으니까 마음이 아팠다는 거다. 우리 아들은 아직 봉사가 무엇인지 잘은 모른다. 하지만 봉사를 하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는 것 같이 간지럽다고 표현한다. 그 꿈틀거리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있다. 나의 아들이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의 존재 또한 소중한 것임을 알아가는 중이며 봉사가 돈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진짜 장애를 가진 사람은 어쩌면 여기 있는 시설생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 밖에 몰라서 남을 속이고 자기 자신을 속이는 마음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들의 키가 자라 듯 작던 생각주머니가 자라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사회복지학과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봉사를 하면서 자녀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하면 오히려 장애를 가진 분들이 나보다 못하다고 느껴 자만을 배울 것이며 불쌍하게만 느낀다고 하셨다.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지적 장애, 지체 장애 모두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축복 받고 싶어서 태어났을 뿐인데 동정을 줘서는 안 된다. 진심을 줘야 할 것이며 똑같은 인격체임을 느껴야 진정한 봉사가 이뤄질 수 있을 듯싶다. 물론 나의 아들이 앞으로 어떤 청소년기를 거쳐 얼마나 올바른 인격체로 자랄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인격체로 키우고 싶은 것은 분명하기에 많은 경험을 해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듯하다. 나의 아들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