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흐어 원페이에요. 저는 결혼해 한국에서 산 지 십년이 됐습니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준식이 엄마', '아줌마'였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지금은 '원페이', '원페이 언니'입니다. 당당한 여자, 원페이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실래요?
결혼하기 전에 생각이 짧고 어리기만 했던 저는 부모님의 말씀은 듣지도 않고 늘
결혼 전에 한국에 몇 번 놀라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무척 깨끗한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놀았답니다. 그때만 해도 한국 사람과 결혼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제 남편은 대만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요, 우리 둘 다 유학중이었지요.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게 되면서 사귀게 되었어요. 제게 한국인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부모님께서는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하면 언어에서 음식까지 어려운 점이 너무 많고, 부모님과도 자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요. 하지만 저는 사랑하는 부모형제를 두고 한국으로 떠났습니다. 사랑만 있으면 어떤 문제도 없을 것이라 믿었으니까요. 그렇지만 결혼 후에 웃는 날보다 울고 싶은 날이 더 많았고 희망보다는 실망하는 날이 더 많았어요. 부모님의 염려가 현실이 된 것이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뭐든지 아름다워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부모님과 형제들이 보고 싶었고
낯선 한국음식과 낯선 한국어 사이에서 저는 항상 외로웠습니다.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었습니다. 처음 한국어를 배울 때는 무척 어려웠어요. 특히 제 발음이 이상했던지 한국 사람들은 제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요. 그럴 때마다 한국 사람들의 표정이 괜히 무서워보였고 말투도 퉁명스럽게 느껴졌어요. 너무 창피해서 입을 꼭 다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고 무시할까봐 겁나서 혼자 있는 날이 많았어요.
'내가 외국인이라고 깔보는 건 아닐까?' 의심도 하게 돼서 소극적으로 행동했어요. 한국에 오기 전까지 저는 자신감이 넘치고 활발한 아가씨였지만 점점 조용해져갔어요. 남편과 말다툼을 한 날엔 답답함에 여느 한국 여자들처럼 찜질방이나 카페로 마음을 비우러 나가고 싶었지만 집 외에는 갈 곳도, 아는 사람도, 친구도 없었어요. 저는 방에서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어요.
이런 일로 많은 상처를 받았답니다. 엄마가 한국으로 떠나는 나를 걱정하며 해주신 말이 떠올랐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지요. 내 고향 콰알라룸퍼가 너무 멀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마음이 답답하면 집 근처 도서관에 아이들과 책을 읽으러 갔습니다. 아이들과 책은 저의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그래선지 한국에 온지 몇 년이 흘렀지만 저의 한국어는 아기처럼 어눌하기만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임미순 선생님을 소개해주셨어요. 임 선생님의 안내로 많은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명륜 복지관 다문화 가족지원 센터에서 수업을 받게 되었어요. 그 때는 제가 아는 것이 없어 힘들었던 때였어요.
아이가 가져오는 알림장이나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읽을 수 없어 남편에게 야단맞기 일쑤였지요. 그때마다 몹시 슬펐어요. 그런 제게 선생님께서는 아주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가르쳐주셨어요. 물론 제게는 쉽지 않았지요.
똑같이 흉내를 내려 해도 자꾸만 제 입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났어요. 글자쓰기 연습도 많이 했어요. 수업시간에 배운 어려운 낱말을 익혀야했기 때문이에요. 받아 적기가 쉽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배워서 이제 일 년이 조금 지났어요. 하루하루 지나며 저는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어요. 실망하는 마음도 점점 사라졌어요. 공부하러 가는 날이 기다려졌어요.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어서 더 이상 혼자 심심하게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어졌지요.
아이들 알림장과 가정통신문도 직접 읽고 챙겨줄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요즘은 요리도 같이 배우기 시작했어요. 제 요리를 맛본 남편과 선생님이 맛있다고 칭찬해주시면 매우 기쁩니다. 우리 아이들도 노력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한글공부를 시작한 일 년 간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말레이시아와 다른 한국의 문화, 언어 등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요.
한국 사람들은 말합니다.
늘 제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남편과 선생님이 있어 행복합니다. 저는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분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