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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 [자활성공수기 | 201105 | 전명진님]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저녁에 드라마를 보다보니 모 드라마에 남자 주인공이 이런 말을 자주 쓰더군요.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의 까칠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인데 이 말이 유행이 되어 저도 유머로 많이 쓰곤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진지하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황할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어떻게 대답할지 난감할 것 같아요. 만약 다른 이가 자기 삶에 대해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묻는다면
‘이게 최선입니다. 확실해요’라고 당당하게, 자신감 있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새삼 이런 생각에 빠지며 나의 과거를 되돌아봅니다. 23살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결혼을 시작했어요. 미래에 대한 준비와 지혜로운 결혼을 생각하기엔 우리는 너무 철이 없었나 봐요. 부족한 살림이지만 달콤한 신혼을 지내고 아이도 생겨서 더없이 행복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둘째아이가 태어나면서 벌어졌어요. 둘째아이는 7개월 때 조산이 되어 몸무게가 1kg도 되지 않는 700g으로 세상에 나왔어요. 하지만 양수가 터져버려서 긴급으로 수술했는데도 불구하고 호흡이 멈춘 채 태어났대요. 하지만 하늘이 도와서 의사들의 인공호흡과 빠른 조치로 다시 소생하게 되었어요. 하마터면 딸의 웃는 얼굴도 한번 못보고 떠나보낼 뻔 했죠. 그런데 딸은 장이 막힌 채 태어나서 큰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어요.
그리고 형체만 사람이지 너무 일찍 태어나서 인체기관의 기능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고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더라도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고 살아나더라도 치명적인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가진 채 살아야한다고 하더군요. 엄청난 충격에 우리 부부는 병실 앞에서 엎드려 오열 했어요.
그 때만 생각하면 끔찍하고 가슴이 너무 아파서 지금도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난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우리는 딸이 우리를 떠나갈까 노심초사하며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지냈어요. 딸은 병원에 있으면서 6개월 동안 죽음과 싸워야했어요. 우리도 두려움과 싸워야했죠. 딸은 극심한 황달과 무호흡증과 장폐쇄증이라 먹지 못하는 배고픔과 가스가 차서 배가 터질 위험 등 죽을 고비를 수 십 차례 넘기며 이겨 냈어요.
딸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 같은 공간에 있었던 아이들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우리 부부는 할 말을 잃고 넋을 잃기도 했죠. 그러나 하나님이 도우셔서 딸은 죽음의 고비마다 기적과 같이 살아났고 감사하게도 6개월이 지나 퇴원하고 2번의 수술로 2년 후에는 병원에서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답니다. 이런 긴 여정 동안 아이가 건강해질수록 기쁨과 감사는 커졌지만 병원비와 약값, 의료기 값 등으로 우리는 극심한 물질적인 고통에 시달려야 했어요. 돈이 없어서 치료를 중단해야하는 상황에도 빠졌었고 아이들 우유 살 돈이 없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더랬죠. 그 때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우리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어요. 정부의 혜택을 받아서 좋았긴 했지만 우리는 그 때 절망했었죠. ‘아이들에게 우리는 못난 부모이구나.. 수급자가 될 만큼 가난하고 무능력하구나’ 라는 자책감과 회의감과 패배감에 빠져 허우적거렸어요. 치료와 수술이 끝나고 엄청난 빚을 갚느라
아이가 건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아 나지 못했어요. 그 후 6년 동안 몸과 정신이 피폐해져서 두 아이를 키우는 것도 너무 버거워 막바지에는 극도의 우울증과 자폐증세까지 앓게 되어 매일 죽음을 생각하기에 이르렀죠. 하루하루를 지옥에서 살던 그 때 나를 일으켜 세워준 것이 자활사업이었어요.
뭔지도 몰랐는데 우연히 구청에 갔다가 알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금동아줄을 잡은 것 같은 기분에 당장 자활센터에 갔지요. 나에게는 기적과 같은 일이었어요. 자활을 알게 된 2009년 9월부터 2010년까지 약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저는 인생에 있어서 급격한 변화를 경험했어요. 행복하고 꿈같은 변화였지요. 일하고 싶어도 육체가 약해 시도도 못해봤었는데 천천히 규칙적으로 일하게 되며 육체도 건강해졌어요. 자신감도 부족하고 자존감도 낮고 대인기피증도 있고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었는데 여러 가지 교육을 받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매일 만나다 보니 우울증과 대인기피증도 다 사라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매일 감사하고 웃고 살게 되었답니다. 또한 잃어버렸던 꿈을 되찾았어요. 그리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답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뭐든지 도전하면 성취할 수 있을 것 같은 행복한 꿈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 결과 도배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컴퓨터교육을 받아 컴퓨터 자격증을 1개 마련했고 운전면허교육을 받아 운전면허증도 획득했어요. 그리고 돈도 없고 방법도 몰라서 하고 싶어도 꿈도 못꿨던 공부를 시작했어요. 현재 국가의 지원을 받아 인터넷으로 전문대학과정 사회복지학을 배우고 있답니다. 사회복지사가 되어 나처럼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을 돕고 싶기 때문이에요. 남편도 같이 자활사업에 참여하여 기술을 쌓고 다시 당당하게 사회로 나갈 꿈을 꾸고 있어요. 우리 가정은 요새 하루 하루가 천국에서 사는 것 같아요.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위로하고 서로 힘을 주고 행복한 꿈을 꾸고 한 걸음 한 걸음 그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물질적으로 좀 부족해도 이겨내고 감사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이 풍요롭기 때문 아닐까요. 6년 동안 나는 최악의 악몽을 꾸었던 것 같아요. 좌절하고 낙담하고 희망도 잃고 갈 길도 잃어버려 말라죽어가던 내 영혼을 보며 고통스러워하던 꿈? 그런데 지금은 내 영혼이 다시 꿈을 먹고 자라나고 있음에 감사한답니다. 이제는 누가 내 삶에 대해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큰소리로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이게 최선이예요. 확실해요! 그래서 행복해요!’라고요. 그러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당신의 삶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