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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나누어주는 법도 안다
  • [자원봉사활동수기 | 201106 | 박현성님]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나누어주는 법도 안다
나는 생초라는 작은 시골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보내고, 고등학교 때부터 진주에 가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을 보냈다. 내가 대학교 시절 외삼촌이 빨리 세상을 떠나셔 연세 90가까운 외할머니를 어머니가 우리 집에서 모셨다. 그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맞벌이를 하셨는데, 어머니는 우리 사남매들이 모두 다른 곳에서 공부하고 있어 치매 증상이 계신 외할머니를 집에 혼자 두시는 게 여간 걱정이 아니셨다.
그런데 그 당시 고맙게도 우리 지역 봉사활동 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에 직접 오셔 외할머니를 돌보아 주시곤 하셨는데, 그 당시 그분들이 얼마나 고맙던지 난 언젠가 나도 내가 남을 도울 수 있는 위치에 가게 되면 남을 도우며 살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가게 되면서 난 나의 작은 바람을 이룰 수 없었다. 장교로 군대를 갔지만 초급간부이다 보니 매일 부대에서 생활해야 했고, 밖을 나갈 수 없었기에 내 주변에 어떤 도움을 필요한 이웃이 있는지 알 수도 없었고, 내 처신하기도 바빠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누어 줄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다 2년 4개월의 군복무를 마치고 김해삼성초등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면서 난 나의 바람을 이룰 수 있었다. 부대에서 매일 부대원과 생활해야 하는 군생활과는 달리 교사라는 직장생활은 나에게 많은 저녁 시간을 보장했다. 5시 이후 퇴근을 하면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난 내가 대학교 때 내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사회복지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고, 사회복지사가 되어 내가 봉사할 곳을 찾게 되었다.
장애인 단체, 양로원 등 여러 곳을 찾다 그래도 교사인 내가 나의 가진 능력을 최대한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육아원 동생들에게 학습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육아원 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 아이를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대학교 갈 때까지 꾸준히 지도하고 후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육아원 동생들이 육아원을 나가기 전 한번은 나와 함께 공부 할 기회를 주고 싶어 매년 5,6학년 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2005년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매주 가까운 거리도 아닌 거리를 차를 타고 가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하루 종일 말을 하는데, 저녁시간 또 2시간 동안 말을 한다는 것이 목도 아프고 힘들었다. 그래서 처음엔 개구리 올챙이쩍 시절 모른다는 말처럼 이제 나도 조금 쉬면서 여유를 부리며 살 수 있는데, 이쯤에서 포기하고 매년 물질적으로 도움을 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어린 동생들을 만나면서 부모님이 지금 도움을 줄 수 없는 형편에서 나라도 꾸준히 도움을 주어 동생들이 그들도 누구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5년이 넘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생각으로 동생들의 학습지도도 해주고 때론 진로 지도와 상담도 해주면서 5년의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 내가 교사가 되고 가장 잘한 선택이라 생각하고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매년 5,6학년 동생들을 만나다 보니, 해마다 혼자서 4-5명의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고, 2개 학년에 모든 동생들의 수준차가 달라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여러 선생님들을 모셔 함께 봉사활동을 해 보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셨다. 사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보지 않은 동생들이다보니 새로운 사람들에게 맘의 문을 잘 열지 않았고, 그런 동생들을 보면서 여러 선생님들이 이 학생들을 위해 내가 해 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만두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 맘의 문을 여는데 조금의 시간이 걸리지만 서로 교감이 되면 정말 허물없이 맘에 있는 모든 이야기들까지 담아 낼 수 있는 것이 육아원 동생들인데, 그런 행복을 맛보기 전에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히 안타까웠지만 그게 현실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여러 선생님을 소개하였지만 한 분도 두 달 이상을 봉사활동을 못하자 계속 다른 선생님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어쩌면 더 동생들이 다른 사람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제 더 이상 다른 선생님들께 함께 가자고 말하지 말자라고 결심할 때쯤 나와 같은 생각에 열정을 가진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오신 선생님이신데, 우연히 한번 함께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매주 화요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나야 학교가 김해여서 봉사활동을 매주 할 수 있지만 함께 봉사활동을 하시는 구은복 선생님은 2009년 7월까지 김해삼성에서 근무를 하고 9월에 함안 이령분교로 발령을 받아 가셔 학교가 함안이라 김해까지는 고속도로를 달려 한 시간이 넘게 걸려 봉사 활동을 하기 상당히 힘든 여건이다. 두시간 넘는 시간을 매일 자가 운전을 하면서 출퇴근을 하면서 매주 화요일은 육아원으로 봉사활동을 오는 선생님을 볼 때면 내가 하는 열배의 열정을 가진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은복 선생님이 작년부터 함께 해 주셔 지금은 5,6학년 학생들을 따로 지도할 수가 있는데,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개인차와 수준차까지 고려할 수 있어 너무 좋다. 사실 말이 봉사활동지만 동생들에게서 내가 배우는 부분도 많다. 한 동생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모님과 지금은 떨어져 살고 있지만, 그런 부모님을 용서하고 언젠가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는데, 그런 동생을 볼 때면 진정한 용서가 무엇인지,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인지 나도 많은 것을 생각하고 되고, 배우게 된다.
그런 동생들과 매년 만나면서 난 한 가지 희망사항이 생겼다. 그 희망은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육아원 동생들 중 누군가 나와 같은 교직에서 함께 근무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동생이 자신이 나온 육아원에 자신이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위치가 되어 자신의 사랑을 나누어 줄 때 난 지금의 봉사 활동을 뿌듯하게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을 받을 줄 모르면 사랑을 주는 방법도 모른다는 영화 대사가 생각난다.
난 내가 대학교 시절 우리 가정이 남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그 때 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남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어야 된다고 생각했기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을 나누어 주고 있다. 그것처럼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이 육아원 동생들에게는 사랑으로 느껴지고, 지금은 그들이 여러 이유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들이 언젠가 남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어야겠다고 느껴, 언젠가 그들이 어른이 되어 남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위치가 되었을 때 그들이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랑을 우리 사회에 나누어 주길 기대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은 사랑의 실천이 동생들에 의해 다시 우리 사회에 전파되고 또 동생들이 나누어 준 사랑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우리 사회에 나누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사는 세상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그런 날을 기다리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려 한다.
성공한 사람만이 많이 가진 사람만이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라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내가 나눌 수 있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그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지금 내가 나누는 작은 사랑의 실천은 눈뭉치처럼 계속 커지는 것이기에 지금의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을 찾아 실천하는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