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마냥 즐겁지만 어떻게 살아야 될지를 고민한 던 때 가깝게 지내던 언니가
접수를 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새로운 걸 배운다는 막연한 생각에 따라간 나 외에 다른 분들은 수화를 배워 봉사를 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오신 분들을 포함 2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함께 했습니다. 수화는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는 거 같습니다. 종교도 나이도 성별도 학력도 다른 모든 이들을 수화를 통해 하나가 되게 해주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수화는 언제나 제게 참 새로운 경험을 해주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같이 배우기 시작한 언니는 학교 연수로 인해 중국을 가게 되어 끝까지 수료하지 못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아무 생각 없던 전 초급과 중급을 거쳐 고급과정 까지 이어 하게 되었네요.
이것이 인연이었을까요? 초급과정과 중급과정을 지나면서 농인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농인들은 참 따뜻한 사람들이고 표정도 한결같이 너무도 풍부하고 수화를 배우려고 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더 친절한 사람들이 농인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언어를 귀 기울여 들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서투른 수화 실력도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고 들어주고 가르쳐주고.. 대개의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귀기우려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기 바쁘니까요. 그런데도 농인들은 끝까지 기다려주고 들어주고 모르면 또 설명해주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중급을 막 끝낸 실력으로 농인 친구들과 만나 한두 시간을 보내고 나면 눈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수화를 어디서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 없었는데, 그 시간이 한두시간에서 반나절로 또는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간으로 점점 늘어갔습니다. 농인을 만나는 시간이 많아짐으로서 그 안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원래 저라는 사람은 결혼에 생각이 없던 사람인데, 자유롭게 살고 좋은 곳 여행다니고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새로운 만남으로 인생관이 조금 수정되어 지금은 결혼 12년차에 두 아이의 엄마네요. 수화를 계기로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안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수화를 배운 후로는 길에서도 쉽게 수화를 만나게 되고 수화를 사용하는 많은 농인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 신랑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참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주위사람들은 잘생겼다고 착하게 생겼다고 하는데, 저는 결코 잘생긴 건 동의 못합니다. 결코 never^^ 하지만 착한 사람이라는 것에는 100점을 주고 싶네요.
전 신랑을 일환샘이라고 부릅니다. 수화를 가르치는 솔모루 모임의 12년째 선생님을 지속하기 때문에 존중하는 의미에서^^
일환샘의 수화는 재미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수화만으로도 영화의 내용을 모두 짐작하게 하고 그 영화를 꼭 보고 싶게 만든다고 할까요. 얼굴에 수만 가지의 표정을 닮고 있는 모습은 제가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영역 같습니다. 직장생활에 근면하고 수화 선생님으로도 오래도록 하고 있는 신랑을 존경합니다.
수화를 인연으로 맺어진 우리에게 보석 같은 아이들 도윤이와 가희는 밝고 건강하게 잘자라 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상처를 받게 되는 건 아닐까 부모로서 고민하고 걱정했습니다. 학교를 다니게 되고 친구들을 사귀게 됨으로서 상처를 받으면 어떻게 하나 마음으로 고민하고 걱정합니다.
아이들에게 내색하지 않고 무던하게 당당하게 키우려고 합니다. 아버지의 장애를 고민하지 않고 받아드릴수 있게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당당한 아이들로 자라주길 희망합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잘 따라주고 아버지와 수화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버지가 수화를 사용해야 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8년을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쉬었습니다. 넉넉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정서를 주고자하는 엄마의 작은 노력이었습니다.
큰아이가 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제게도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8년을 쉬었는데 늦은 나이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망설이던 중 뜻밖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예전 수화 기초반을 가르쳤을 때 제자에게서 서울시청 다산콜센터의 수화 상담원을 해보지 않겠냐고. 하늘의 뜻일까요? 수화로 살아야 되는 게 제 운명일까요? 원하지 않던 길을 자꾸 가게되네요.
제의를 받고 이력서를 매고 면접을 하고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새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3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서울시청 다산콜센터는 120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장애인들이 이용 할 수 있는 전화 업무 서비스인데 농인을 위한 서비스는 없는 것 같다는 농인의
건의를 서울시청에서 받아드려 생긴 업무로 영상전화기를 설치하고 농인과 비장애인을 연결 3자 통역을 지원하거나 궁금하신 내용을 안내해드리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시정업무에 대한 정보를 빨리 알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자택에서 편리하게 전화업무를 하실 수 있게 해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수화를 알게 됨으로서 인생이 조금 바뀌었지만..
수화로 인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지만..
수화 때문에 행복한 일들이 더 많습니다.
수화를 더 잘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수화가 늘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부족함을 마음으로 보충하려고합니다.
농인을 위해 하는 수화상담 업무가 참 좋습니다.
수화를 알게 돼서 참 좋습니다.
지금 누가 내게 수화가 뭔데? 묻는다면 수화는 손으로 하고 마음을 읽는 언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