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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으로 전하는 바리스타
  • [수화체험수기 | 201110 | 이준호님] 손으로 전하는 바리스타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청각장애인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나는 커피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수화를 몰랐습니다. 그들과의 만남이 시작 되었던 것은 2년 전입니다. 2008년 어느 무더운 날 2명의 청각장애인과 몇몇의 건청인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멋진 바리스타(커피전문가)가 꿈이었던 2명의 청각장애인에게 무료로 커피 교육을 해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나는 별 생각 없이 여느때와 같이 자원봉사한다는 생각으로 “네”라고 대답했고
그때부터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2년여 바리스타 강사 경력이 있었기에 늘 해왔던 대로 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커피를 강의 하였고 옆에 통역선생님께서는 나의 말을 교육생에게 전하였습니다. 그렇게 1주, 2주, 1달이 지났고 그때가 되어서야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리스타 교육은 교육에 사용되는 용어의 대부분이 외국어였고 커피에 대해 교육을 받아 본적이 없던 통역선생님은 바리스타가 생소하신 분이었습니다.
1달이라는 금 같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뒤늦게 나는
교육생들과 의사소통의 방법인 수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거만했고 자만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커피에 대한 조그만 지식을 전부인듯 생각했고 정작 필요한 교육생과의 의사소통을 무시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수화통역센터에 문의를 하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수화통역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시간은 내가 근무를 하는 시간과 겹쳐서 도저히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포기할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인터넷 동영상 강의와 책으로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지화를 먼저 공부를 했습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역에서 보이는 단어라는 단어는 다 지화로 표기해보고 하면서 지화는 비교적 빨리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화는 매주 방문하는 교육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배워갔습니다. 처음에는 커피를 배우기위해 시작한 교육이 어느새 수화교육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커피와 수화 배우고 가르쳐 주기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2기, 3기 때에는 잘 하지 못하는 수화로 수업을 이끌어 나가니 교육시간이 일반인에 비해 2배 더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손으로 말하는 사이에 난 교육생을 알게 되었고 교육생들은 저를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만이 아닌 사람을 알게 되어 우리는 더 기쁘고 재밌게 교육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수화가 아니었다면 난 평생 청각장애인들과 이야기를 하지 못하였을 것이고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전혀 다른 세상에 벽을 두고 살았을 것입니다. 그들과 나 우리를 하나로 엮어준 커피와 수화. 우리의 하나됨은 열심히 배우려는 열정을 가진 우리에게 커피와 수화가 준 선물입니다. 그렇게 만으로 3년여가 지나고 1년에 2개 기수씩 벌써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교육이 5기까지 수료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수업시간에 손으로 묻고 손으로 답합니다. 그리고 손으로 커피를 그립니다. 손으로 그리는 커피는 어느덧 우리를 하나가 되게 해 주었고 나와 교육생 모두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커피와 수화로 서로를 알아가며 세상을 향해 힘차게 한걸음씩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