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에 저는 장애인복지관에서 특수교사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인지교실을 운영하며 만났던 청욱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처음 인지치료실에서 만난 청욱이는 잔뜩 굳은 얼굴에 왼손, 왼발 왼쪽의 마비증세가 있는 뇌병변을 지닌 지체장애학생이었습니다. 왼쪽부분에 전반적인 마비가 있어 발음도 명확하지 않았고 우선 부정적인 성격을 가진 친구였습니다.
저에게 한 첫마디가 ‘냄새나’였을 정도고 매사에 짜증과 불신으로 가득 찬 친구였습니다.
공부를 같이 하면서 청욱이는 저에게 손을 내밀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소소하게 이야기 해주기 시작했으며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서 묻기 시작하였습니다
“선생님 장애인은 약한 사람이에요?”, “선생님 장애인은 누가 놀려도 참아야 해요?”, “학교에서 당당해지는 법을 알려주세요.” 이런 말들을 울분과 함께 토해내는 청욱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애인 차별 금지법, 특수교육법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쉽게 청욱이에게 그리고 청욱이 학급친구들에게 청욱가 알려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이 때 대학교 때 교수님께서 설명해주셨던 ‘Hand in a cap’이 생각이 났습니다. 핸디캡의 어원은 스코틀랜드 사람들 사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들은 같이 음식을 먹고 나서 누군가 “자, 이제 그만 먹고 음식값을 내지”라고 말하면서 “핸드 인어 캡(Hand in a cap)”하면서 모자 하나에 모두들 주머니 속에 각자가 희망하는 금액의 돈을 주먹 안에 쥐고선 모자 안에서 펴서 자기가 낸 금액의 비밀을 지켰다고 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상대방의 음식 값도 낼 수 있고, 때로 모인 돈의 합계가 계산 액보다 넘치면, 음식을 더 시켜 자리가 더 이어지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어원이 되어 Hand-cap 즉 Handcap이 되어 장애를 표현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는 곧 능력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 하는 배려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를 활용하여 청욱이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청욱이는 왼손과 왼발이 불편하여 체육시간에 많이 배제되었습니다. 체육시간에 아예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청욱이에게 가장 큰 상처였고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늘 꼴찌를 도맡아 하는 것에 자존심을 다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청욱이에게 “핸드 인어 캡(Hand in a cap) ”은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체육시간에 “핸드 인어 캡(Hand in a cap)”을 요구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었습니다.
“ 청욱아 눈이 나쁜 사람이 잘 보이기 위해서 안경을 쓰는 것이 당연한거지?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해서 학원을 다니는 것도 속임수거나 나쁜 게 아니지?
누구나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방법을 찾잖아. 너도 마찬가지야. 너의 불편한 왼손과 왼발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 방법을 찾아서 체육시간에 요구하자.”
청욱이는 곰곰이 생각을 하는듯한 복잡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느 더운 여름 날 청욱이는 “선생님 저는 태어나서 달리기를 해서 1등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아무리 달려도 1등을 할 수가 없어요. 제 왼발은 있어도 없는거나 마찬가지에요.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핸드 인어 캡(Hand in a cap)을 사용해서 1등을 하고 싶은데 아무리 연구해도 방법을 모르겠어요.” 라며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아마 가을운동회 연습이 한창이었는데, 청욱이에게 그것이 또 하나의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청욱이에게 저는 “청욱아 선생님 생각에 너의 왼발을 대신할 수 있도록 네가 다른 친구들보다 20미터 앞에서 출발하는거야. 20미터가 너의 핸드 인어 캡(Hand in a cap)이 되는거지. 어때?” 청욱이에게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청욱이는 처음에는 그것이 반칙이 아닌지 친구들과 공평하지 않다며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다시 한 번 “핸드 인어 캡(Hand in a cap)”의 의미를 설명해주며 출발선이 같아지는 것을 계속해서 설명해주었습니다.
청욱이의 어머니께서 인지치료를 마친 후 상담시간에 “선생님 학교에서 가을운동회가 끝나고담임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달리기 시합 때 청욱이가 친구들과 선생님께 자신의 왼발이 많이 불편하니 시합에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자기는 친구들보다 20미터 앞에서 뛰게 해달라고 요구를 하였대요. 아이들은 불공평하다고 투덜거리고 선생님도 처음에는 납득이 가지 않았대요. 그런데 청욱이가 핸드 인어 캡(Hand in a cap)을 설명하면서 불편한 다리와 20미터가 동등한 위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설명을 했다고 선생님께서도 그 이야기에 많은 것을 느끼셨다고 오히려 먼저 배려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전화를 하셨어요.
청욱이는 그 시합에서 2등을 하였구요. 아이들 모두가 그 결과를 다 받아들였다고 하네요.”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명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그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상상되면서 청욱이가 누구보다 자랑스러웠습니다.
그 이후에 청욱이는 본인이 받은 배려를 돌려주겠다며 학급의 부반장선거에 나가 부반장이 되기도 하고 많은 변화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청욱이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바른 고등학생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 직업을 알게 되면 고생한다며 안쓰러운 눈빛을 보냅니다. 저는 참 그 눈빛이 부담스럽고 싫습니다.
저는 우리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