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제자가 있습니다. 바로 한 팔의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준수(가명)와의 추억입니다.
몇 년 전 제가 5학년 담임을 할 때 저희 반에 어렸을 때 사고로 한 팔을 잃은 준수라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준수는 성격이 밝은 편이라 자신의 장애에 대해서 부끄러워하거나,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린 마음에 친구들이 외팔이라고 놀릴 때면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그런 준수에게 준수가 자신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는 법을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고 준수와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 때 준수와의 추억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제가 근무하던 학교는 운동회 때 전체 학생이 운동장에서 음악에 맞춰 음악 줄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운동회 날 준수는 한 팔로 줄넘기를 돌릴 수 없어 음악 줄넘기에서 줄을 넘지는 못하고 그냥 줄을 돌리는 시늉만 했습니다.
그런데 짓궂은 친구들이 그런 준수를 외팔이는 줄넘기도 못 넘는다고 놀렸고 준수는 그래서 더욱 상처를 받고 풀이 죽었습니다. 그런 준수에게 어떻게 하면 준수가 자신의 장애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단체 줄넘기와 2인 줄넘기를 생각해 냈습니다. 단체 줄넘기를 통해 준수가 줄을 넘는 기쁨을 맛보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단체 줄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또 2인 줄넘기를 통해 준수가 줄 넘는 기쁨도 맛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2인 줄넘기는
자신의 한 팔과 상대방의 한 팔로 줄넘기를 돌리고 넘기 때문에 한 팔의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그런 준수를 위해 저는 5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2단 뛰기, 오래뛰기, 2인 뛰기 등의 대회를 개최하였는데, 준수가 놀랍게도 2인 뛰기 대회 1등을 하였습니다. 준수도 2인 뛰기는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준수가 매일 오후 시간에 친구인
진현이와 2인 뛰기 연습을 하도록 했는데, 다른 뛰기는 할 수 없는 준수가 2인 뛰기 연습은 정말 열심히 하여 결국 1등을 한 것입니다. 그 일 이후 친구들은 준수의 장애를 다르게 보게 되었고, 준수도 많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느 국어 시간에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날 준수는 자신은 격투 선수가 되고 싶어요, 농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합창 지휘자고 되고 싶어요. 라는 꿈을 말하였습니다. 사실 두 팔을 가진 사람들도 이루기 힘든
꿈들이라 친구들은 준수를 비웃었고 저도 준수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해 혹시나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전 그때부터 그런 준수가 자신의 꿈을 이루어 보이는 것이 다른 친구들이 준수를 무시하지 않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생각에 준수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마침 학교 농구부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준수와 매일 오후 농구 연습을 하였습니다. 준수는 한 팔이 없다보니 쉬운 패스도 놓치고, 때론 쉬운 슛도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매일 연습을 하다 보니 한 팔로 드리블도 되고 조금씩 농구에 적응이 되었습니다. 마침 농구 지도 선생님이 나의 후배라 부탁을 해서 준수도 한 팔도 드리블이 되어 테스트에 통과하면 준수도 학교 농구부에 들어 함께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부탁 했습니다.
그런데 준수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 스스로 테스트를 통과해 학교 농구 대표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때 기뻐하는 준수의 모습은 정말 저에게 감동이었습니다. 준수는 학교 농구부가 되어 매일 오후 농구 연습을 하였습니다. 사실 학교 대항의 큰 경기에서는 준수가 실제로 출전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연습 때라도 농구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준수의 모습에서 자신의 작은 꿈을 이룬 준수가 너무나 대견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런 후 저는 준수가 자신의 격투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준수에게 권투글러브를
선물했고, 방과 후 시간이 날 때 권투 선수가 꿈인 헌경이와 선생님의 통제하의 권투 시합도 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자 준수는 얼굴에 웃음을 찾아갔고 자신의 꿈인 격투 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태권도도 열심히 배웠습니다. 자신의 장애를 숨기려고만 하던 준수가 자신의 장애를 들어내고 무언가를 배우려는 준수의 모습에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준수는 학급 학예회와 학년 학예회에서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격투선수 꿈을 이루어 보였습니다.
준수는 학예회 때 친구들과 멋진 태권도 시범을 보였습니다. 그런 준수의 모습에서 반의 친구들도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준수의 마지막 꿈인 합창 지휘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학년 말 정말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저는 우리 반 학생들을 데리고 합창 공연을 하였고, 그 합창 지휘를 준수에게 맡겼습니다. 사실 김해 교원 합창단원이 나도 합창 지휘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준수를 위해 개인적으로 합창 지휘를 배워 자투리 시간 준수를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양 손으로 하는 합창 지휘를 한 손으로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준수를 보고 노래 부르던 학생들이 웃기도 하였고, 준수가 지휘를 하지 못한다고 지휘자를 바꾸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준수를 믿고 우리가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학급 친구들을 설득하여 결국 준수에게 합창 지휘를 맡겼고, 준수는 멋지게 합창 지휘를 해 냈습니다.
준수의 지휘에 맞추어 노래 부르는 우리반 학생들의 소리는 그 어떤 고귀한 소리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준수는 처음에 자신의 장애를 감추려 하고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준수가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에게 두 팔을 가진 너희들도 할 수 없는 것들을 준수가 해 내는 것이 다른 친구들의 놀림으로부터 준수가 당당해지고, 놀리는 친구들을 더 부끄럽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준수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준수와 함께 짧은 일년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 짧은 순간 준수는 2인 줄넘기 1등을 하여서, 또 학교 농구 선수가 되어 우리를 감동시켰고 그리고 격투 선수의 꿈을 보여주기 위해 학예회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전체 학급 학생들을 데리고 합창 지휘를 하는 모습에서 우리 모두에게 다시한번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장애라는 것이 결코 꿈을 이룰 수 없는 걸림돌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노력으로 보여준 준수와의 추억은 저에게 가장 가슴 따뜻한 소중한 추억입니다.
예전에 학교의 친구들이 준수를 보면 장애인은 할 수 없다고 놀리는 친구들과, 한 팔이 없는 준수를 보고 불쌍히 여겨 무한정 도우려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준수는 다르다는 인식에서 자신들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준수는 그런 친구들의 편견의 시선을 자신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겨냈습니다. 준수는 우리들에게 장애인도 꿈을 가질 수 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장애라는 것이 꿈을 이루는데 걸림돌은 되어 그 꿈을 이루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할지는 몰라도, 장애가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절망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준수! 그런 준수와의 추억을 되새겨 봅니다. 지금 몇 년이 지나 준수의 소식을 들었는데, 준수가 학급 반장도 하면서 긍정적으로 생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준수의 이야기야 말로 장애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최고의 장애 극복 이야기라는 생각에 펜을 듭니다. 이 땅에 장애인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그들의 꿈을 이루어 가는 그날을 그려 봅니다.